[기고] “법무부 장관님, 변호사시험 합격률 49.9%라던 저는 거짓말쟁이었습니다. 로스쿨 그냥 폐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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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무부 장관님, 변호사시험 합격률 49.9%라던 저는 거짓말쟁이었습니다. 로스쿨 그냥 폐지해 주세요!”
  • 법률저널
  • 승인 2018.10.29 19:46
  • 댓글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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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장관님께 드리는 편지 -

 

박OO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3년

 

  • 글을 기고할지를 놓고 고민이 되었습니다. 저는, 현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에 대해 입학 시부터 줄곧 문제를 느껴왔고 변호사가 되면 문제 해결에 꼭 정면으로 나서고 싶었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나를 위한 주장’일뿐 ‘올바른 주장’으로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합격 전까지는 귀 막고 눈 감자, 나중에 말하자 그렇게 결심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게 된 것은, 박상기 장관의 발언만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기 전에, 그 발언의 문제점만은 반드시 알리고 진짜 팩트체크가 무언지 알려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험생인 약자의 처지이기에 부끄럽게도 익명 뒤에 숨어 글을 씁니다. 행여 저를 찾아내 답안지에 0점을 줄까 두렵기까지 한 처지입니다. 그럼에도 부디 이 글이 박상기 장관을 비롯한 로스쿨 관련자들에게 작은 울림으로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제라도 로스쿨의 문제점을 온몸으로 체감했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개혁에 앞장서주시길, 이후 저도 그 길에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 번만 팩트체크를 하면 된다. 지금 (합격률이) 49.9%로 떨어졌다며 50% 이하다 반도 안 되고 다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건 거짓말이다. 80% 넘는 학생들이 다 변호사(가) 된다. 그게 팩트다.”

언론에서 박상기 장관님의 인터뷰를 접하고 ‘팩트’라는 두 글자에 멘붕에 빠졌습니다. 로스쿨에 재학 중인 저는, 주변 지인들에게 2018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9%이고 곧 30%가 되며, 이러한 현 변호사시험 및 로스쿨 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장관님의 인터뷰로 저는 한순간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습니다.
 

  • 장관님, 진짜 합격률은 49.9%라는 제 말은 거짓말인가요?

장관님은 “합격률 80%가 팩트”인 이유로, “(졸업하는 해에 불합격해도) 다음에 붙은 학생들도 있으니 누적합격까지 감안하면 합격률이, 원래 기준인 75%를 넘는 80% 이상”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장관님, 어느 고등학교가 ‘A대 합격자 10명’이라는 플랫카드를 걸었을 때, 그 10명에 이미 졸업한 재수생 등을 포함시키는 꼼수를 쓸지언정 전년도, 전전년도의 합격자들까지 모두 추적해서 ‘5년간 결국엔 10명 붙었다’고 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지요?

합격률이 80%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 해 응시자의 80%가 합격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의 평범한 상식’에 따를 때, 장관님이 문제없다고 팩트라고 하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80%’는 ‘누적 합격률’이 아니라 ‘그 해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입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할 때 2018년 변호사시험의 진짜 합격률은 ‘전체 응시자 대비 49.9%’입니다.

로스쿨이 교육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등과 같은 특정 직업군 배출 목적의 교육기관임을 감안하면 49.9%의 합격률은 절대 높은 수치가 아닙니다. 더욱이 앞으로 합격률은 더 낮아질 것이며, 결국 몇 년 안에 ‘응시자 대비 30%’로 수렴할 것이라는 게 로스쿨계의 공공언한 예측입니다.

3년 동안 가르쳐 법조인을 만들겠다고 만든 로스쿨이 사실은 매해 60% 이상을 변호사자격증 없이 배출하게 되는 겁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그 분야의 수장은, ‘2018년에는 준비된 수험생의 49.9%만 합격했고 급기야 곧 30%만 합격하는구나. 이건 전문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는데 해결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팩트 아닌가요?

장관님, 제가 로스쿨생이 아닌 고시생이라는 말은 거짓말인가요?

교육전문대학원을 나오면 교사자격증을 받고, 간호대학을 나오면 간호사자격증을 받고,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오면 의사자격증을 받습니다. 일련의 관문을 거쳐야 하기는 합니다. 교사자격증은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고 논문심사 등을 거쳐야하고, 의사자격증은 흔히 국시라고 불리는 절대평가의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 관문이 변호사시험 같은 ‘사실상의 고시’는 아니므로 위 전문교육기관의 졸업자 중 자격증을 받지 않는 이들은 손에 꼽습니다.

그러나, 로스쿨 학생들은 사법고시 1차시험과 2차시험, 그리고 연수원과정의 시험을 모두 합쳐 총 4일간 치르는 ‘사실상의 고시’인 변호사시험을 거친 소수만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절대평가로 과반수가 능력미달이어서 자격증을 못 받는 것도 아니고, 전원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대도 무조건 과반수는 자격증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 무조건 해를 거듭할수록 전보다 소수만이 자격증을 받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갖춘 전문교육기관은 오로지 장관님이 수장으로 계신 법 분야에만 존재합니다.

물론 최근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을 반드시 절대평가로 치를 필요는 없다고 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상대평가가 반드시 현재와 같은 ‘사실상 고시인 상대평가’ 방식은 아닐 겁니다.

변호사자격이 ‘사실상 고시’로 취득되므로 로스쿨생들은 ‘사실상 고시생’입니다. 주변에 로스쿨생과 다른 전문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있으면 누구라도 잡고 물어봐 주십시오. 다른 전문대학원생과 달리 로스쿨생은 학원, 인터넷강의 등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로스쿨 10주년행사에 대한 기사에 로스쿨생들의 인터넷카페에서는 “박00, 윤00, 왜 안 불렀지? 학원강사인 그들이 전국의 로스쿨생들 다 가르쳤는데”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전문교육기관이 존재하지만, 그 존재가 유명무실하게도 자격증은 ‘사실상의 고시’ 방식으로 취득해야 한다면, 그래서 어찌됐든 과반수는 졸업을 해도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면, 장관님 대체 로스쿨은 왜 존재하는 건가요?

장관님, 로스쿨은 7년제라는 말은 거짓말인가요?

백번 양보해 장관님 말씀대로 다음해, 그 다음해 등에 계속 공부해 축적된 합격률 80%가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라고 해보죠. 그런데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필요합니다. 바로 ‘공부기간이 최장 7년일 때’라는 전제입니다. 결국 장관님께서는, ‘합격률이 80%’라는 말씀으로 스스로 ‘로스쿨은 3년제가 아닌 7년제’임을 공표하신 게 됩니다.

법조인 양성 교육이 반드시 3년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 법조인양성교육기관이라는 로스쿨이 ‘3년’을 기간으로 정해 설계되었고 상식적인 누구라도 ‘아, 3년간 로스쿨에서 공부하면 변호사가 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법무부의 수장께서 그 상식을 뒤엎고 ‘7년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발표하시다니, 로스쿨에 재학 중임에도 저는 이제야 제 학제가 7년제임을 알게 되어 놀라울 따름입니다.

놀라움과 함께 의문점도 생깁니다. 그럼 장관님, 로스쿨은 7년제인데 왜 학생들은 3년간만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건가요? 로스쿨 졸업생 중 상당수는 신림동 변시낭인이 됩니다. 일단 이들이 최장 4년까지 로스쿨의 손을 떠나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부터가 다른 전문교육기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참 이상합니다. 더 이상한 일은, 로스쿨교육만으로는 합격하지 못했는데 학원을 통해 합격자가 된 이들의 합격률까지 장관님의 합격률 80%에 계산된다는 사실입니다.

로스쿨이 3년제라면 이미 졸업한 이들 중 합격한 이들의 수까지 추적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장관님의 ‘합격률 80%’는 거짓입니다. 로스쿨이 7년제라면 로스쿨은 7년간 모든 교육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역시 ‘합격률 80%’는 거짓입니다.

장관님, 로스쿨 학생들은 합격만을 위해 공부한다는 제 말은 거짓말인가요?

어느 교수님께서는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던 때에 로스쿨의 취지와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80% 정도의 합격을 보장할 경우 학생들은 합격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로스쿨처럼 합격 이후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 다양한 법률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며, 즉 한국형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수험교육이 아니라 대부분의 졸업생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므로 교육내용이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법률가 양성이 가능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수험법학이 아닌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예비 법조인 양성 기관이라니 ‘와, 감탄이 나오는 멋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분이 2005년 연세대 교수 시절의 박상기 장관님이십니다.

저는 장관님께서 위 그림에서 언급한 ‘합격률 80%’는 ‘응시자 대비 80%’였다고 확신합니다. 그게 아니라 당시 언급한 80%가 최근 언급하신 바와 같이 ‘누적합격률 80%’라고 한다면, 현재 전국에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의 로스쿨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교수님들은 “이제는 합격률이 30%대”이니 “수험생의 본분에 충실해라”는 얘기를 수없이 하십니다. 장관님처럼 “대부분 합격하니 여유를 갖고 다양한 공부를 하라”는 얘기를 하시는 분은 단 한 분도 안계십니다. 왜 교수님들은 30%대라며 전혀 다른 얘기를 하실까요? 혹시 교수님들이 거짓말을 하고 계신 걸까요?

또 지금의 합격률이 오래전 그리신 그림 속의 80%라면 그 이상적인 로스쿨 교육이 실현가능할 텐데, 현재의 로스쿨 학생들은 왜 말씀하신 것처럼 ‘여유를 갖고’ ‘다양한 법률지식을 축적’하고, ‘전문화된 법률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지를 않고, 장관님이 지양하신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 공부만’을 하는 걸까요?

저는 1학년 때부터 수험법학만을 공부해왔습니다. 변호사시험과 모의시험 기출문제, 그리고 사법시험, 행정고시(5급공채) 등의 문제들도 공부했습니다. 교수님들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문제도 대부분 기출문제들에서 출제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지난 시험에는 이런 것이 나왔고 다음 시험엔 이런 것이 나올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네, 저는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 공부만’을 해왔습니다.

대부분의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험은 민사기록형 시험입니다. 7, 8명의 피고들이 나와 서로 얽히고설키는 그 관계를 풀어내는 그 시험에 대해 참 많은 전현직 실무가 분들이 말씀하십니다. 솔직히 이걸 시험장에서 제대로 쓸 수는 없다고 솔직히 이런 경우는 현실에 없다고. 현실에 있건 없건 저희는 단 몇 시간 만에 그 비현실적인 사실관계를 풀어내고 상대방의 항변까지 예상해 소장에 담아내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네, 저는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 공부만’을 해왔습니다.

변호사시험엔 선택과목 시험이 있습니다. 저의 선택과목은 ‘국제거래법’입니다. 교육과 노동 분야의 법조인을 꿈꿨지만, 이 과목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장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고들 하니까요. 이 과목의 선택자가 가장 많습니다. 단언컨대 그 선택자들의 이유도 저와 다르지 않습니다. 네, 저는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 공부만’을 해왔습니다.

1학년에 입학해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그 날까지, 제가 그렇듯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직 변호사시험에만 집중합니다. 정말 뛰어난 학생들은 기타 다른 활동들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솔직히 그런 이들은 저희 학교에서도 다른 학교에서도 거의 본 일이 없고, 그렇게 다른 활동을 하고도 이른바 초시 합격을 한 이들은 더더욱 거의 본 일이 없습니다. 네, 저는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 공부만’을 해왔습니다.

몇몇 학교에서는 교수님이 학원강사의 강의를 듣고 그 교재를 공부하여 가르치시기도 합니다. 몇몇 학교에서는 교수님이 교과목 이름과 전혀 달리 변호사시험 대비 수업을 진행하시기도 합니다. 네, 교수님들은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만’에 집중하십니다.

로스쿨 초기 합격률이 높았던 당시 실무가 출신의 교수님들은 당신들이 현장에서 다룬 사건기록을 학생들과 실제로 다루며 진짜 실무 교육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분들은 그런 교육을 스스로 포기하시고 학원강사와 같은 수업을 하려 노력하십니다. 논란이 되는 판례에 대해 학생들과 그 판례의 법리와 다양한 학설을 토론하며 개선을 논하고 싶은 학자 교수님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분들은 행여 학설 중심 수업이 학생들의 수험에 방해가 될까 이를 단념하십니다. 네, 교수님들은 ‘합격을 위한 수험법학만’을 가르쳐오셨습니다.

또 한 가지, 로스쿨의 파행적인 교육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바로 ‘졸업시험’입니다. 장관님께서 로스쿨 교수님이셨던 이상 이를 절대로 모르지 않으실 겁니다. 전국의 모든 로스쿨들은 3학년생들에게 6월, 8월, 10월의 모의고사를 치르고 그 성적에 따라 졸업을 아예 못하고 변호사시험에도 응시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소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저조한 학교일수록 졸업시험의 기준을 높여 최대한 졸업생의 수를 줄입니다. 적어도 그 해 졸업자들 중 합격자의 수가 높다는 ‘합격률 착시 효과’를 위해서이죠. 로스쿨 설립 초기에 변호사시험의 적응력을 위해 실시하던 모의시험은 어느덧 각 학교의 합격률 착시 효과의 도구가 되어, 더더욱 로스쿨생들을 수험에만 매몰되게 하고 있습니다.

합격률 80%로 여유있는 진짜 법조인양성교육이 가능한데도 이렇게 교육이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니 이쯤 되면 그 파행적인 교육과정운영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도대체 왜들 그렇게 시험공부만 하느냐고 말이죠. 안 그래도 다들 합격하는데, 참 교수들이고 학생들이고 다들 이상하지 않나요?

장관님, 안타깝게도 지금의 로스쿨은 실패했다는 것이 진정한 팩트입니다.

로스쿨 설립취지는, 첫째 신림동 고시낭인 문제를 해결하고, 둘째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법조인을 양성하며, 셋째 연수원 기수 문화의 폐해를 근절하며, 넷째 변호사의 수를 늘려 대국민 법조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데 있었습니다.

신림동 고시낭인은 해결되었을까요? 지금 신림동은 사법고시가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고시생들로 넘쳐납니다. 위에 지적했듯 실상 7년제로 운영되는 로스쿨체제의 4년은 신림동 등 학원가에서 공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법조인 양성이 되었을까요? 저는 로스쿨에 특정 법분야의 전문법조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 분야의 과목을 단 한 과목도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현 합격률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문성’은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로스쿨은 절대로 전문적인 법조인양성교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선택과목은 그저 변호사시험을 가장 유리하게 통과할 수 있는 과목에 불과하고, 각자의 관심분야는 변호사가 일단 된 뒤에 알아서 공부하고 개척할 분야일 뿐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로스쿨 신입생을 선발할 때에도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 보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는지, 가령 사법시험 등 고시 공부를 한 경험이 있는지, 나이가 어려서 더 오래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는지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추세이기까지 합니다.

연수원 기수 문화는 근절되었는지 모르나, 이제 그 자리에는 로스쿨 서열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학생이 된 제가 로스쿨 학생들의 인터넷카페에 처음 가입했을 때의 충격은 너무도 컸습니다. 지방의 로스쿨을 비하하는 원색적인 글들은 앞으로의 법조계가 얼마나 학벌로 서열화 되고 분열될지 충분히 짐작케 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의 수를 늘리겠다는 취지 역시, 해를 거듭하며 낮아지는 합격률 속에서 전혀 실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사법시험 시절의 1천명을 겨우 1,599명으로 늘린 것으로, 겨우 599명의 증원으로 의미있는 변호사 증원, 대국민 서비스의 문턱 낮추기 라고 할 수 있을까요?

로스쿨을 폐지해 주세요! 지금이라도 개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폐지가 답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으로 1600명을 선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위 로스쿨 도입 취지 중 그 어느 하나 실현된 바 없이 그저 변호사 599명만 더 배출하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법무부의 수장조차 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하신다면, 로스쿨이 아예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참여연대의 김선수 변호사님은,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일정한 등수에 들지 못하면 변호사가 될 수 없게 하는 식으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하면 기존 사법시험과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어 로스쿨 교육은 결국 파행에 이를 것이라는 김선수 변호사님 등의 우려에, 법무부는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하는 선진법률교육시스템’을 운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깨어졌고 변호사시험법의 ‘합격률 75%이상’이 사실은 ‘로스쿨 교육을 아무리 충실히 받았다하여도 매해 응시자의 30%만이 변호사가 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가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 버렸습니다.

사실 로스쿨 학생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변호사 자격증이 절대평가로 부여되지 않는 이유, 자격시험화가 되지 않는 이유, 변호사시험법의 ‘75%이상 합격’을 왜곡하여 갈수록 합격률이 낮아지는 이유, 합격률이 낮은 것은 거짓이라며 어떻게든 누적으로 합격률을 긁어모아 80% 합격률로 보이려는 이유, 그 이유는 사실 많은 부분 이미 변호사가 된 이들이 문을 좁히기를 원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고시의 방식으로 선발함에도, 어떠한 고시에도 없는 ‘합격자 발표 당일에 합격자 수를 최종결정하는 방식’으로 합격자 수를 결정하며, 그 발표 당일까지 대한변협과 같은 기득권 변호사 조직이 끊임없이 합격자의 수를 줄이라고 압박을 가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너무도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저는 그래도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초기 일부 로스쿨에서는 인맥 등에 의한 입시 문제가 적지 않았고 높은 등록금도 문제였지만 블라인드 면접 도입과 장학금제도 등으로 로스쿨은 끊임없이 문제를 시정하며 개혁되어 왔듯, 낮은 합격률로 법조인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이 문제도 분명 해결 가능할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장관님께서 학교에 계실 때 갖고 있던 생각을 다시금 떠올려 주십시오. 장관님께서 학교에서 그리신 로스쿨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정말 로스쿨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수험법학에 매몰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전문적인 법교육’을 하도록 해주십시오. 진정 대국민 법조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길을 열어주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진실을 가리지 마시고 이제라도 로스쿨 폐지를 선언해 주십시오.

팩트체크. 네 장관님이 말씀하셨듯, 그것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이라도 현장으로 가셔서 진정한 팩트체크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지는 법조인력양성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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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10-30 14:16:33
학부생인데 어쩔수없이 로쿨준비하지만 사법시험부활했으면 좋겠다는게 솔직한 심정임.

ㅇㅇ 2018-10-29 20:06:43
솔까 지금 로스쿨제도는 더 쉬워진 사시버전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고 비용 시간만 더 드는 미친 제도가 되버렸음.

그냥 제도 개선 안할거면 확실히 없애주세요 짜증나게 여러 사람들 고통 받게 하지 말구요

ㅇㅇ 2018-10-30 18:39:09
대륙법계에서 3년 법학교육이수로 변호사된다는게 말이되나

2018-10-29 20:55:14
진짜 맞는말
장관한테 팩트폭행했네

노답 2018-10-30 07:58:58
형식은 로스쿨 교육기관인데

실질은 고시나 다름없게 해놨으니 ㅋㅋㅋ 코미디 ㅋㅋ

비용이랑 시간만 더 들게 만들어놓음 ㅋㅋㅋ

로스쿨 들어와서 하는게 사시시절 그대로 학원책 사서 학원강의 3년 듣고 앉아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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