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4) / 변호사-의뢰인 사이의 비밀 유지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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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4) / 변호사-의뢰인 사이의 비밀 유지 특권
  • 박준연
  • 승인 2018.10.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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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최근에는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변호사는 의뢰인의 정보를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언급이 종종 나온다. 그만큼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 유지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은 많이 알려졌다고 하겠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이 특권의 범위를 파악하는데 어려움과 오해가 따르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법에 따른 비밀 유지 특권은 범위가 넓기 때문에, 개념과 적용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미국 변호사가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왜 비밀 유지 특권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가. 우선 이 특권의 주체는 의뢰인이다. 변호사가 특권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자문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의뢰인만이 이 특권을 주장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밀 유지 특권의 범위 내에 있는 내부 문서를 소송 상대방에게 공개하거나 의도치 않게 특권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밀 유지 특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밀 유지 특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비밀유지 특권은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이 의사소통이란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서, 비밀리에, 그리고 비밀로 유지할 의도를 가지고, 의뢰인에게 법적 자문을 제공하거나 구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을 지칭한다. 이러한 특권이 존재하는 것은 의뢰인이 변호사가 대리하는 사건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미국법 상의 비밀 유지 특권이 광범위한 것은 미국 소송의 광범위한 디스커버리 제도와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비밀 유지 특권의 보호 없이는 디스커버리를 통해 소송 상대방에게 변호사와의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의뢰인은 변호사와의 솔직한 의사소통을 꺼릴 가능성이 커지게 되기 때문에, 비밀 유지 특권을 통한 폭넓은 보호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비밀 유지 특권의 적용 범위

비밀 유지의 대상은 의사소통이며, 그 의사소통의 바탕이 되는 사실 관계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의사 소통은 의뢰인에게 법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의사소통이어야 한다. 어떤 의사 소통이 법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따라서 비밀 유지 특권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내 법무팀 구성원이 개입된 의사소통의 경우 특히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외 변호사는 대부분의 경우 법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의뢰인 회사의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다른 한편, 사내 법무팀은 법적 자문뿐 아니라 사업상 의사 결정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비밀 유지 특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법적 자문 제공을 주 목적으로 해당 의사 소통에 참여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많은 판례가 이메일에 단순히 사내 법무팀 구성원을 참조시킴으로써 비밀 유지 특권을 이용할 구실로 삼는 것을 경계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밀 유지 특권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성립하므로, 변호사-의뢰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 다만, 변호사-의뢰인 관계를 합리적으로 상정하고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 소통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수임이 이루어지기 이전이라도 비밀 유지 특권이 적용된다.

그리고 비밀 유지 특권은 비밀 유지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의사 소통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의사 소통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특권의 포기(waiver)로 간주된다. 바꾸어 말하자면, 변호사나 의뢰인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agents), 변호사가 감독하는 인원(subordinates) 외에는 그 의사소통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야 특권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주니어 변호사, 패러리걸, 비서 등이 변호사의 직접 통제 및 감독 하에 일할 수 있다. 변호사의 직접적인 통제, 감독 하에 있지 않더라도 변호사나 의뢰인이 법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고용한 전문가와의 의사 소통에도 비밀 유지 특권이 적용된다.

특권의 포기

비밀 유지 특권은 자발적으로 해당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포기할 수 있다. 그러한 자발적 포기는 해당 의사소통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 의사소통(대개의 경우 이메일)의 주제 전부에 대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된다(subject-matter waiver).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것이 의도하지 않은 문서 제출 (inadvertent disclosure)이다. 연방 민사소송 규칙 502조 (b)항에 따르면, 그러한 의도하지 않은 공개는 특권의 주체가 그러한 공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고,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하는 경우에는 특권의 포기로 간주되지 않는다.

소송 준비 자료에 대한 보호와의 비교

변호사와 관련한 자료를 디스커버리로부터 보호한다는 의미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특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보호의 목적, 성격과 범위에 차이가 있는 것이 소송 준비 자료에 대한 보호 원칙(work product doctrine)이다. 소송이나 재판을 대비하여 준비된 유형, 무형의 자료가 이 원칙에 따른 보호 대상이 된다는 면에서는 의사소통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 유지 특권에 비해 보호의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비밀 유지 특권과는 달리, 소송 준비 자료에 대해서는 특정 요건을 입증하여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즉, 연방 민사소송 규칙 26조 (b)(3)항은 변호사의 인상(mental impressions), 결론(conclusions), 견해(opinions) 또는 법적 이론(legal theories)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보호를 규정하는 한편, 그 외의 소송 준비 문서에 대해서는 공개를 요청하는 당사자가 동 문서가 소송 대응에 있어서 필요하며(substantial need), 부당한 곤란(undue hardship) 없이는 다른 경로로 입수할 수 없음을 입증하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비밀 유지 특권의 주장

소송 과정에서 디스커버리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비밀 유지 특권이나 소송 준비 자료 보호 원칙에 따라 문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관련 원칙을 명확히 표명하고, 해당 문서나 의사소통을 설명하는 문서를 적시에 제출해야 한다. 이 문서를 프리빌리지 로그(privilege log)라고 부른다.

비밀 유지 특권과 관련된 베스트 프랙티스

비밀 유지 특권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공개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의도치 않게 특권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비밀 유지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도 특권을 주장하는 경우, 소송에서 감추는 것이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권장 사항은 아래와 같다.

첫째, 변호사와의 의사소통, 즉 이메일이나 회의 내용을 기록한 문서에는 “Privileged”라고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좋다. 이 표시가 비밀 유지 특권에 해당되지 않는 문서의 성격을 변화시켜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판례도 이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요청에 대응한 문서 제출을 준비하는 경우, 특히 내용이 복잡하고 긴 문서에서 일부만 비밀 유지 특권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실수로 이러한 문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물론 민사소송 규칙에 따라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있지만, 이 입증이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 해당 문서는 물론 그 주제에 해당하는 다른 문서와 관련된 비밀 유지 특권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법적 자문 또는 소송 준비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표시해 두면,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공개와 특권 포기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법적 자문과 관련된 이메일에는 가급적이면 외부 변호사를 수신인, 참조인에 포함시키고, 그 내용에 대해 비밀 유지 특권을 주장할 법적 자문과 관련된 회의에는 외부 변호사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업 법무 담당 직원, 특히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 법무 담당 직원을 법적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로 보아 비밀 유지 특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판례도 있는 만큼, 민감한 법적 사항에 대한 논의에 외부 변호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그 내용에 대한 의견 교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 유지 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각국 정부들이 협력하여 전세계적 규모의 카르텔 사건이나 부정부패 사건을 조사하면서 비밀 유지 특권 문제는 더더욱 복잡해졌다. 예컨대, A국 정부가 B국에서는 비밀 유지 특권에 해당하는 문서 제출을 요구한다면, B국 정부는 해당 문서 제출을 특권 포기로 이해할 수 있는가, 그러한 문서 제출이 A국에서는 특권 포기라는 면에서 어떠한 법적 효력을 갖는가 하는 등의 문제가 그러하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은 각국의 서로 다른 법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서를 리뷰, 제출할 때 상이한 법 원칙이 적용되는 점을 분명히 하여 원하지 않는 특권의 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국 정부측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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