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3)-페르소나와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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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3)-페르소나와 국제정치
  • 강신업
  • 승인 2018.10.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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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이 공동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곧 인간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한다는 것인데, 그 핵심 요소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이 때 꼭 필요한 것이 ‘페르소나’다.

페르소나(persona)는 ‘가면’이라는 어원을 가진 말로 ‘외적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덕목이나 의무 등에 따라 자신의 본성 위에 덧씌우는 사회적 인격을 페르소나라고 명명했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결국 상황에 맞는 외적인격을 갖고 상대방을 대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동체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인 페르소나는 정치와 외교의 무대 에서는 필수품이 된다. 정치외교의 현장에서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내는 인사가 있다면 그는 얼치기이거나 미숙한 자다. 정치와 외교의 성공은 상황에 따라 얼마나 적당히 가면을 바꿔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처칠이 페르소나를 잘 이용해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는 오만과 불손, 유머와 위트, 용기와 헌신 등의 여러 가지 가면을 바꿔써가며 무너져가는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영국이 미국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영국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인물 처칠의 페르소나 덕택이다. 그는 사실 사람과 사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독하고 괴팍한 캐릭터를 지녔으나 역사상 가장 불의한 세력인 히틀러 일당을 무찌르기 위해 가장 외교적인 수사와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는 쉴 새 없이 시거를 피워대고 위스키를 들이마시며 내적 고독과 싸웠고 어떻게 하면 히틀러를 물리칠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얻은 승리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특별한 가면을 쓰고 런던과 세계를 누볐다.

현존하는 현역 정치인 중 가장 특별한 페르소나를 가진 인물은 트럼프다. 그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면을 바꾼다. 도대체 어떤 게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 때로는 넉살좋은 친구의 모습이다가 어느 새 냉혹한 장사꾼이 된다. 그에게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는 전도되기 일쑤다.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에 불과한 것 같던 그는 어느 새 세계 정치무대를 뒤흔들어 원하는 것을 모두 얻고 있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과 국내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대외전략에서도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가면은 스트롱맨이다. 그는 적어도 미국을 위해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의 외적 인격을 통해 상황을 미국에,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트럼프는 위선과 위악, 거짓과 진실, 관용과 보복의 가면을 수시로 바꿔 쓰며 자신과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가 우방국과 적대국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판을 크게 흔드는 것은 매우 의도적인 것이다. 트럼프는 상대가 원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는 트럼프가 필요에 따라 그에 맞는 외적 인격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쩌면 그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선 그의 지지의 기반인 미국우선주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핵 완전 제거보다는 장거리 미사일만을 확실히 폐기하는 거래를 하려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아이러니 한 것은 트럼프의 이런 전략을 트럼프 못지않은 특별한 페르소나를 가진 김정은이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혹한 독재자의 가면뿐 아니라 친절하고 예의바른 젊은 지도자의 가면도 갖고 있는 김정은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가면을 바꿔 쓸 수 있는 인물이다.

국제정치, 즉 외교의 무대에선 맨 얼굴은 통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 나라를 대표해 국제정치의 무대에 서는 것이라면 상대방이 어떤 가면을 쓰고 있고, 그 안에 감추어진 맨 얼굴은 어떤 것인지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외교의 성패는 얼마나 내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가면에 가린 상대의 얼굴을 간파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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