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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희 판사와 함께 나누는 ‘회복적 사법’ 이야기 (13)-검찰과 형사조정제도
임수희  |  sooheelim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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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8  09: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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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희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1.
영화 <더 킹> 말미의 박태수 검사(조인성 분)의 독백을 기억하시나요.

권력 위의 권력이었던 한강식 검사(정우성 분)의 몰락 장면과 함께 나오지요.

“나는 사기꾼이자 양아치였고 권력을 위해 충성하는 개였다. 그렇게 사람들을 기만하며 속이고 잘 먹고 잘 살아왔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실히, 그리고 자기 일에 충실히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은 돌아간다. 그 평범한 샐러리맨 같던 선배 검사(최귀화 분)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내어 결국 부장검사가 되었고 차기 검사장의 유력한 후보로 올랐으며, 안희연 검사(김소진 분)는 여성 최초의 감찰부장이 되었다.”

여러분은 인기 배우 조인성이나 정우성, 그들이 연기한 주연인 박태수나 한강식에 관심을 두시겠지만, 저는 사실 ‘세상을 돌아가게’하는 ‘대부분의’ ‘성실’하고 ‘자기 일에 충실한’ 검사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세상은 제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나씩 하나씩 성실히 해내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2.
지난 회 법률저널 - 임수희 판사와 함께 나누는 ‘회복적 사법’ 이야기 (12) <범죄피해자의 보호와 형사조정>편에서 검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형사조정의 실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렸는데요.

지나가다 ‘어깨가 부딪혀서’ 혹은 술집에서 ‘눈이 마주쳐서’ 싸움이 붙어 경찰서 신세를 지는 흔하디 흔한 남자들끼리의 폭행 사건.

아마 전국에서 매일 수십 건이 일어나고 경찰서마다에는 언제든 현재 계류 중인 폭행 사건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검사들은 한 달에도 여러 건씩 그런 폭행 사건들을 처리할 거구요. 아마 인류가 존속하는 한 남자들끼리 기싸움으로 시작되는 싸움질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폭행이나 상해 외에도 그와 같이 유사하게 검사들이 늘상 처리하는 사건들이 있지요.

절도, 사기,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교통사고, 뺑소니, 모욕, 명예훼손, 강제추행, 임금이나 퇴직금 안 줘서 입건된 근로기준법 위반 등등.

강도, 강간, 살인, 피해액이 큰 경제범죄 등등 무거운 사건도 늘 있지만 상대적으로 숫자는 적은 편인데 반해, 위에 거론한 범죄 유형들은 자주, 많이 발생하고,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으며, 때론 생각지도 않게 우리 자신이 저지르게 되기도 하고 연루되기도 합니다.

그런 일상적인 사건․사고들이 범죄로 되어 형사 절차를 거치게 될 때, 이를 적정히 처리하고 뒷정리하여 사회 질서를 정돈하고 세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래서 우리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원하는 일들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중허디 중헌’ 일이 아닐까요. 갑자기 “뭐시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가 생각나는 군요.

3.
검사들이 하는 그런 ‘중헌’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정식으로 기소해서 피고인을 법정에 세워 형사재판을 받게 할 것은 받게 하고, 그럴 필요가 없이 약식명령으로 처리하거나 또는 불기소 등을 통해 적정하게 피의자를 사회복귀 시킬 것은 시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서 검사들이 자의적으로 또는 모종의 거래에 의해 기소 여부를 마음대로 정한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정식 기소를 할 것인지, 약식명령으로 처리할 것인지 또는 불기소를 할 것인지 등에 관한 사건처리 방향에 관해서는 기준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는 당연히 ‘무엇이 중헌디’에 관한 가치관이 반영이 되고, 특히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가치관의 변화도 반영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별 문제로 삼지 않았던 유형의 범죄가 지금은 중한 것으로 심각하게 취급되고 정식으로 구공판되어 형사재판으로 넘겨지곤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판사들도 예전에는 약식으로 받아서 벌금을 부과하던 사안에 대해 변화된 시각을 고려하게 되고 종전에 비해 중한 형도 고려하게 되겠지요.

그 기준 중의 중요한 하나가 ‘피해자’에 관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인가, 피해가 큰가 작은가, 피해가 회복되었는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는가, 피의자(가해자)는 피해의 회복을 위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노력을 하였는가,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피의자(가해자)의 자성과 피해회복 노력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못한 것인가, 피해자가 피의자(가해자)의 피해회복 노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러한 피해자의 거절 의사는 형사절차에서 존중되어야 하는가 아닌가 또는 어느 정도까지 존중하고 어느 선에서 피의자(가해자)의 권리 또는 이익과 조화시켜야 하는가 등등.

검사는 사건에서 ‘피해’, ‘피해자’, ‘피해회복’에 관해 위와 같은 사항들을 치밀하게 고려하고, 피해자의 권리, 지위, 처지를 헤아려 사건을 적정하게 처리하고자 합니다.

검사는 단순히 범죄자를 수사해서 죄가 되면 기계적으로 기소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검사의 선서에 관한 규정>에도 나오는 바와 같이,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피해자의 권리와 지위, 처지를 헤아려 형사절차 진행의 적정한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지난 회 소개한 사례에서, 담당 검사는 피해자에게 발생한 상해 피해가 중한 것을 보았고 피해회복이 부족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가해자들을 기소해 버린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던 젊은 청년들이었는데, 그 사건이 당사자들 사이에 우발적으로 발생했던 것, 가해자들이 곧 후회를 했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했으며 피해회복의 의사도 있었던 것 등을 고려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과를 받지도 용서를 해 주지도 않고 싶어 했던 피해자의 의사도 절차적으로 존중을 하면서도, 피해자에게 피해회복이 필요했던 상황과 처지도 헤아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소 전에 당사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하여 ‘형사조정’에 회부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4.
형사조정은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이 검찰의 형사절차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고려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2003년에 대전의 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형사조정을 검찰과 협의 하에 시도하였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서 그 다음 해인 2004년 법무부에서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종합대책>에 피해자지원센터에서 형사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넣어, 2005년 초경부터 전국의 검찰청과 지청에 대응하는 피해자지원센터를 두고 그 센터 산하의 화해중재위원회에서 형사조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6년경부터는 고소사건을 중심으로 검찰이 피해자지원센터의 화해중재위원회, 2007년경에는 형사조정위원회로 이름이 바뀐 기구를 통해 형사조정을 시행하였고, 2008년경부터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을 통한 형사조정제도의 법제화가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경에 형사조정위원회를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분리시켜 검찰청 산하에 설치하여 형사조정을 수행하는 형태로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형사조정제도가 우리 형사법제에 정식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각 검찰청 및 지청 산하에 형사조정위원회가 있고 그 소속 형사조정위원들이 검사로부터 회부된 형사사건의 형사조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에 규정된 바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범죄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함으로써 피해자와 피의자, 그리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여 형사사건을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의 형사조정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법제화 이후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동안, 양적으로 제도가 활성화되어 온 것은 물론, 질적으로도 발전적 변화가 있어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회에서도 계속해서 형사조정제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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