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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 불신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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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1  15: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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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청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고영한, 박병대, 차한성 전 대법관의 자택 등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매우 한정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퇴임 후 사용한 개인 소유 차량, 고 전 대법관의 주거지 및 박병대, 차한성 전 대법관의 사무실 등에만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검찰은 재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실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였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주거, 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주거권 등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명제는 지극히 타당한 것이고 향후 우리 법원이 지향하여야 할 방향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법원이 강제처분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형사법상 대원칙을 왜 유독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부터 철저히 적용하는지 의문이다. 최근 다른 사건에선 특별히 범죄가 소명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영장이 발부되거나 한정적으로 집행되어야 할 압수수색 영장이 주거지, 사무실 등을 가리지 않고 포괄적으로 집행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일반 사건에서는 수사의 효율성 및 편의성이라는 미명 하에 피의자의 기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같이 과거의 관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은 생략한 채 소위 ‘사법농단’ 사건에서만 유독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상세히 밝히고 있다. 검찰의 과도한 영장청구 남발은 마땅히 저지돼야 하겠지만 이번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하여 그 내용의 적정 여부를 떠나서 많은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법원은 검찰이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정부법 위반으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속하게 발부했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하며 검찰과 각을 세우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법원의 영장 발부가 일관성이 없어 보이니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법관은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통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여야 한다는 ‘재판 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리 중의 하나로서 우리 헌법도 이를 명백하게 선언하고 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법관이 재판의 독립을 지키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라는 점이다. 재판의 독립이 법관에게 자의적인 판단을 허용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그 자체가 궁극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도 아니다. 재판의 독립은 법관에게 독립성을 보장할 때에 가장 최선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수단적인 가치다. 따라서 법관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다면 재판 독립의 원칙 또한 지켜낼 수가 없게 된다.

법관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구성원으로서,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의 지배를 확립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막중한 권한과 책무를 지닌 헌법기관이다. 우리 국민은 다수의 전횡을 막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부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함’을 실현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로 법관에게 부여하는 헌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법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바로 사법권을 가진 법원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임을 의미한다. 법관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그 존립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라고 한 프랑스 혁명기의 대문호 발자크의 말은, 법관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됨을 갈파한 경구가 지금 김명수 사법부에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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