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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BMW 화재로 불붙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 도입’ 논의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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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5  00: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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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제도 보완, 도입으로 피해자 구제 실효성 높여야”
“5~10배 배상, 증거개시 도입, 인지액 면제” 주장도
“현행법으로 BMW 사건 피해자 충분한 구제 어려워”
“대륙법계인 우리법체계상 도입 무리수” 반대의견도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11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불볕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린 올 7~8월. 대한민국 도로는 ‘불타는 BMW’로 인해 더욱 뜨거웠다. 수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하던 BMW 차량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화재 사건으로 인해 곳곳에서 ‘진입금지’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BMW 화재사건으로 인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 및 보완 논의도 다시 불붙었다.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피해자들을 충분히 구제할 수 없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입법, 양 제도 보완의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 현장을 로앤저스티스가 취재했다. 지난 8월 20일 대한변호사협회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서는 법전문가뿐 아니라 소비자 운동 관계자들도 나와 의견을 개진했다. 본지는 이 중 특히 법 관련 쟁점들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기로 한다.
정리 김주미 기자

   
▲ 출처 : BMW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
신속하게 도입해서 시행하려면...


주제발표를 한 송해연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에 대하여 “(양 제도가) 세부적인 목적은 다르지만, 다수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사업자의 반복적인 위법행위를 억제한다는 최종 목적은 동일하다”고 봤다.

따라서 양 제도는 이 같은 최종 목적을 위하여 ①피해자의 손해가 용이하게 입증될 수 있으면서 피해자의 기대에 상응하는 수준의 배상이 이루어질 것 ②피해자의 소송비용을 경감하고, 장기간의 소송지연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을 것 ③동일한 원인행위로 인하여 동일 또는 유사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공평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출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현행 법률들은 모두 ‘손해가 입증된 이후에야 비로소 징벌적 손해가 가능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손해입증을 해야 하고, 나아가 전보배상액을 넘어서는 범위의 손해배상액을 구할 때 발생하는 소송비용 부담으로 인해 청구범위를 확장하기가 실질적으로 매우 곤란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개정 제조물책임법은 논란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배기가스 사건 등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피해 사건에서 ‘기존의 법률들이 효과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입법된 것임에도 불구, 똑같은 한계를 지녔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생한 BMW 화재 사건에서도 개정 법률은 피해자 구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해연 공보이사는 다수의 피해자 구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의 신속한 도입과 시행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총 7가지로 정리했다.
①소비자 피해, 환경 피해, 정보누출 피해 등을 일으킨 사업자에 대해 ②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또는 소송집단에 대하여 집단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③피해의 유형과 규모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입증책임을 전환시키고 ④ 가해자의 악의성까지 인정된 경우에는 징벌적 배상책임을 인정하며 ⑤원고적격과 피고적격, 피해요건이 인정되는 경우 소송비용을 감면하고 ⑥동일원인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일정한 기한 내에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⑦소송참여자간의 분배기준을 규정한 단일 법안을 제정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정한 배상 수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의 홍성훈 변호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 도입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이유에 대해 “(BMW) 회사가 여러 번에 걸친 화재 사건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는 나서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을 사용자인 소비자에게 돌렸던 점, 향후 이와 유사하거나 다른 양상의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와 같이 무책임한 태도로 대응할 것이 예상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①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충분한 손해의 전보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②비난가능성이 높은 불법행위자를 처벌함으로써 유사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억지할 수 있으며 ③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제재 목적 이외에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행위의 사회적 기준을 확인하고 제3자에게 법 준수의 동기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훈 변호사는 각 쟁점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먼저 ‘피해자 기대 수준에 상응하는 배상 수준’에 대하여, 그는 “온전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5~10배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 업계도 3배 배상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 측은 오히려 지나치게 과대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는 도입 타당성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도입에는 찬성하더라도 제도의 연착륙을 꾀하는 취지에서 일단 2~3배 정도로 도입했다가 단계적으로, 분야별로 확대하자는 입장도 나와 있다.

‘입증책임 완화’에 대해서는, 법원의 노력과는 별개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홍 변호사는 “영미법상의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되 이를 피해자측에 유리하게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이를테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측에서 상대방이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개시할 경우를 대비해 직접 증거에 해당하거나 관련성이 높은 증거에 관하여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 보호 유지 의무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거나 추가 정보 공개 청구권을 인정하고, 이를 만약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기한 내 제출하지 않는다면 관련 이행강제금 부과 없이 바로 자료와 관계된 주요사실을 인정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사안에서 실제 손해액의 3배를 배상 청구할 경우 법원에 납부하는 인지액 역시 청구액에 따라 3배를 납부해야 한다. 혹여 패소할 경우 3배 배상 청구액에 따른 패소 비용까지 부담하므로 소송비용의 측면에서 피해자가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홍 변호사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인지액 상한 제도, 소송비용부담특례제도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나는) 징벌적 배상 청구액 부분에 대한 인지액 납부 의무는 아예 없애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제기 단계에서 징벌적 배상 청구액 부분에 대한 인지액 납부 의무를 부담하지 않되 추후 인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액에 비례하여 납부케 하는 후불 형태의 인지납부제도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도 말했다.

 

   
▲ 토론회 당시 사진 / 김주미 기자


“문제 많은 현행법상 배상 규정,
입법적 보완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제완 교수는 현행 법률들이 BMW 사건을 효과적으로 규율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제시, “3배 배상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어 입법적 보완을 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에서는 당해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를 배상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자동차 자체에 대해 발생한 부분이 배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3배 배상의 경우 생명신체에 대한 손해가 그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역시 배상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비자기본법의 경우 조정과 단체소송 등 절차상 근거규정은 있으나 조정에 강제력이 없고, 단체소송도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어 피해자 구제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법상으로는 징벌적 배상도 인정되지 않는다.

김제완 교수는 “소비자기본법은 모든 소비자사건을 대상으로 하여 일반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입법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차제에 소비자기본법도 집단피해자보호에 더욱 효과적인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BMW 사건의 경우 결함 있는 자동차의 신속한 리콜과 교환, 교환기간 동안의 대차료 지급 등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는 것이 주된 피해유형으로 나타난다”며 “만일 회사가 고의 중과실로 이와 같은 결함제조물을 방치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별도의 입법, 예컨대 자동차관리법상 교환 또는 환불 관련 규정의 개정 또는 신설 등을 통해 해결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송평인 논설위원,
“도입 주장 우리법체계상 맞지 않아”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먼저 한 사례를 소개했다. 2008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15세 소년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튕겨져 나갔는데 그가 쓰고 있던 헬멧이 벗겨지는 바람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사건이다. 소년의 부모는 헬멧 제조사인 이탈리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탈리아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국법에 특이한 제도로서 이탈리아의 정의 관념에서 볼 때 너무 공격적이다”라고 말하며 배상을 부정했다. 이 사건은 미국 뉴욕타임스에도 실렸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이러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하여 이탈리아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경악을 표시한다”면서 “비슷한 사안에서 독일 법원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거부하며 “원고가 ‘사적인 검찰’처럼 행동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제도의 시행에는 미국법원의 민사배심, 집단소송, 성공사례금, 높은 변호사 수임료가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형사법으로 다루는 많은 사안을 미국에서는 민사로 다룬다는 사실 또한 이 제도를 지탱한다는 것이다.

송 논설위원은 “우리나라 같은 대륙법계 국가는 공법적으로 엄한 제재를 가하는 원리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손해배상을 징벌과 같이 취급하는 관념이 싹트기 어렵다”며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옛 공산주의 국가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사실, 과거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선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 일본 그리고 영미법적 요소가 섞여 있긴 하지만 큰 틀은 대륙법계인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을 선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 법체계에서는 공법상 제재를 새로이 만들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집중하는 것은 균형적인 시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은 일종의 사적인 응징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우리법상 민사소송의 정신은 손실의 보상이지 징벌이 아니”라며 “(도입을 주장하는 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전보적 손해배상의 일부인 정신적 손해배상과 어떻게 다른지, 또 위자료와는 어떻게 다른지가 규명하라”고 주문했다.

관련하여 그는 2001년 존 폴 스티븐슨 미국 연방대법관이 “19세기까지만 해도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통이나 감정적 스트레스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보상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쓴 바 있음을 소개했다. 그러던 것이 영리를 추구하며 포퓰리즘을 이용하는 원고측 변호사들에 의해 확대되어 그 성격이 차차 변질되었고, 그것도 유독 미국에서만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드물지 않게 선고되는 상황이라는 것으로, 그는 결국 “차이가 없다”고 자답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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