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견의 법적지위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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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려견의 법적지위에 관한 소고
  • 김영철
  • 승인 2018.09.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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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대종) / 전 건국대 로스쿨 교수

-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모색 -

나는 15년째 ‘우즈’라는 슈나우저 개와 함께 지내고 있다. 개 공포증이 있는 작은 딸아이가 강아지를 가까이 하면 공포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린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 와 기른 게 그 시작이다. 당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던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이름을 따 ‘우즈’라 이름 지었다. 딸아이는 강아지를 데려다만 놨지 키우는 것은 집사람과 내 몫이다.

초보자로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사료를 제때에 먹이는 일, 대소변의 해결, 규칙적인 산책, 예방주사 맞히기, 털 깍아주기, 장기외출 시 친지나 애견호텔에 맡기기, 이에 더하여 병이 생기면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도 해 주어야 한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비용도 만만찮다. 털깎는 데 4만원, 호텔 1일 숙박료 4만원, 병원 치료비 및 수술료로 1회 십수만원에서 기백만원... 매매가로 치면 얼마 안 되는 개에 이토록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 지금까지 함께 한 이유는 비용과 노력을 투입한 것 이상의 보상과 위안을 ‘우즈’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외출하였다 늦게 들어오면 항상 꼬리치며 반기고, 자기 전 의례 내 무릎위에 앉아 재롱을 떨면서 스킨쉽을 하고, 잠도 함께 자는 등 이젠 가족 같은 존재로 발전하였다.

요즘 ‘우즈’처럼 집에서 키우는 개를 반려견(伴侶犬)이라 부른다. 애완동물(pet)이 아닌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명칭의 사용은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제안되었는데, 우리나라 법제에도 ‘반려동물’(동물보호법 제4조 제1항 제6호),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개’(동물보호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등으로 ‘반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사회가 고도로 발달되면서 인간은 점차 자기중심적이 되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서는 점점 메말라 간다. 이에 비해 동물의 세계는 항상 천성그대로이며 순수하다. 사람은 이런 동물과 함께 함으로써 상실되어가는 인간본연의 성정(性情)을 되찾으려 한다. 이것이 곧 동물을 가정에서 기르게 된 이유이고, 그 대상이 되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개·고양이·새 등이 반려동물에 모두 포함되지만 그 중에서 세계적으로 개를 제일 많이 키우기 때문에 그 대표적인 존재가 반려견이다. 이제 반려견은 장난감 같은 단순한 애완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의지하고 싶은 존재로서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존재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가구수는 600만에 육박한다. 그 중 80%가량이 반려견으로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인구는 1,0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의 20% 이상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반려견의 가치는 단순히 매매가격으로 표상되는 재산가치에 머무를 수 없고 인간의 인격완성을 돕고 행복추구에 기여하는 만큼의 추가적인 가치를 법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행 민법 98조에 의하면 반려견은 사람이 아닌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분류된다. 항공기 탑승시 화물칸에 타야하고, 상속권이나 손해배상 청구권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대법원 2012다118594). 사람과 반려견의 관계는 가족법이 아닌 재산법의 규율대상이며, 민사집행법 제195조의 압류금지 대상에 해당되지도 않으므로 채권자의 압류를 막을 수도 없다. 또한 형사적으로는 타인의 반려견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경우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고(대법원 2014도2477), 개를 절취하면 절도죄가 성립될 뿐이다(부산지법 2013고단 9619). 물론 현행법 아래서도 타인의 개를 죽게 하거나 의료과실로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에 교환가치에 상응하는 손해배상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반려견으로서의 가치를 감안하여 교환가치를 상회하는 치료비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한 판례(대법원98다7735;대구지법 2013가소35765)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반려견을 단지 재산법의 범주에서 다루려 하는 데에는 그 타당성이 의심된다. 반려견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된 척추동물로서 사람과의 감성교환을 통하여 인간의 인격완성과 행복추구에 큰 역할을 하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반려견에게 사람, 가족과 유사한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때가 된 것 같다. 손해배상, 압류, 양육권, 상속권 등에 관한 특별 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민법을 개정하여 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다른 법률에 의하여 특별히 보호된다는 점을 명시하여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1조가 명시하는 바와 같이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반려견에 대한 특별한 법적 지위가 부여되는 입법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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