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한 놈도 나서지 않는 집단은 죽은 집단, 촛불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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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한 놈도 나서지 않는 집단은 죽은 집단, 촛불정신
  • 오시영
  • 승인 2018.09.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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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한 사람도 나서지 않는 집단은 죽은 집단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맞는 말인데도 왠지 맹숭맹숭하다. 실감 나게 표현하자면 “한 놈도 나서지 않는 집단은 죽은 집단”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죽은 집단에 대한 평가인데, 그 부정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주어 역시 같은 죽은 단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깡패 새끼”라고 해야 어감이 맞는 것이지 “깡패분”이나 “깡패 사람”이라고 해서는 앞뒤 조어가 맞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수많은 조직원을 두고 있는 집단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나 좋은 일이 생겨나고 있는데도 한 놈도 나서지 않으면 그 집단은 모든 조직원이 죽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마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들거나 한 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해야 그 집단은 살아 있는 집단이고, 건전한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자기 정화 및 자기 혁신의 수레바퀴가 구르고 또 굴러야 하는 까닭이다. 말을 이렇게 에둘러 하는 이유는 사법부 농단 사태가 심각함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한 명의 판사도 양심적 내부고발자로 나서고 있지 않은 현실이 참으로 한심하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행된 판사들의 조직적이고 기획된 범죄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일을 옆에서 지켜보았을 수많은 판사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판사들도 전국법관회의를 통해 내부적으로 이견을 조율하면서 개인적 돌출행동을 자제하자는 묵언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김명수 현 대법원장에게 진실규명을 촉구하거나, 시스템상의 문제점들을 자진 고백하는 고해성사만이라도 최소한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영장전담판사의 교체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내어놓아야 한다. 일반사건의 발부율이 90%인 것과 달리 사법농단사태에 대한 영장 발부율이 10%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지나침이 지나쳐 영장전담판사가 한 패거리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받을 지경에 이르러 있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주요 행위지는 법원행정처이다. 따라서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법관들은 전임자와 후임자 등 인간관계로 얽혀 있고, 가까이는 자신이 사법농단행위의 일부 연장선에 있거나 멀리는 인간관계와 업무의 연장선상의 끝자락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법농단실체 규명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영장 발부 단계에서 이러한 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는 판사들을 배제할 필요가 크다. 필자가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거듭 강조하는 까닭은 사법부가 마지막 산 자가 통과해야 하는 지옥문이기 때문이다. 지옥으로 갈 것인지, 천국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사법부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잘못은 되돌릴 수 없는 절벽 위에서 사람 등 떠미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변화가 너무 빨라 앞뒤 분간을 못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지난 9월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실질적 전쟁위험 제거를 통해 근본적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며, 둘째, 상호교류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동·서해선 철도사업과 도로 연결 사업을 연내 착공하는 한편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또한 방역 및 의료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셋째,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해 상설면회소 설치 및 화상 상봉 또는 영상편지 교환을 하며, 넷째,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하되 10월 중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을 진행하는 한편 남북이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를 위해 협력하며 나아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며, 다섯째,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조속히 도모하며, 여섯째, 가까운 시일 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저녁 평양 명소인 ‘대동강 수산물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북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식사 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의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고, 운집한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육성으로 ‘대중 연설’을 하였다. 평양시민들로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을 처음으로 직접 들었고, 그 메시지가 전하는 “평화로운 한반도 시대의 도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그래서 남북이 모두 잘 사는 나라가 되고, 궁극적으로 통일국가로 나아가자는 메시지에 북한 주민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하였다. 남북 정상이 자꾸 만나다 보니 신뢰가 쌓이고, 서로 적대관계에서 누적된 만성적 공포감과 피로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평화공존체제로 나갈 때 얻게 될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음은 참으로 커다란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한 대기업 총수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발상의 대전환을 하였으면 한다. 대기업들이 남북평화체제의 도래를 통해 얻게 될 과실(果實)이 얼마나 크고 달콤한지를 깨닫고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실천적 행동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용기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대기업은 보수를 자처하면서 북한에 대하여 적대적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종북 좌파라는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었고, 종북 좌파 척결을 해야 한다며 보수단체들의 활동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전경련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은 공공연히 남북적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정치자금과 뒷거래 흥정을 위한 자금을 제공했다.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수많은 보수단체의 집회 및 시위자금을 지원하였고, 광고 및 홍보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보수당임을 자처하는 새누리당, 즉 자유한국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면 큰일이라도 날 듯이 경계하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최저임금제를 비롯하여 주당 52시간 근무제, 금산분리정책의 강화, 내부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대기업을 옥죄는 듯한 경제정책 앞에서 대기업들은 그러한 보수적 생각이 더욱 강고해지는 듯도 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축소되고 손실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방북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 시대로 접어들면 남북철도사업, 도로사업, 각종 경공업 분야 및 중공업, 각종 광물 등 지하자원 개발 등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사업을 도모할 수 있겠구나 하는 미래지향적 사업 관으로의 대변신이 이루어졌으면 싶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철도나 육로 연결을 통해 중앙아시아, 중동국가, 유럽으로 연결되는 물류비용의 절감과 신속한 물류 이동에 따르는 경쟁력 향상, 2500만에 달하는 북한 주민의 잠재적 수요 증대 및 저렴한 인건비 활용을 통한 경영 수지 개선 등 수많은 경영상의 이득을 도모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줄 시점에 와 있다고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 보수당, 이회창 총재 당시에 천억 원 가까운 정치자금을 대어주었던 전력,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에게 수천억 원의 부정한 정치자금을 대주던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빚어진 미르재단이나 케이스포츠재단에 수백억 원의 설립자금을 지원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러 왔다. 그리고 경제적 낙수이론을 통해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을 이제 버릴 필요가 있다. 경제적 낙수이론은 대기업 총수들도 사석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말을 주고받을 상황에 이르러지 않았는가? 낙수이론은 결국 소시민들의 호주머니를 고갈시키고, 그들의 가처분소득을 원점으로 추락시켜 결국 내수 증대를 불가능하게 하여 공급(대기업의 생산력)을 축소해 끝내 기업마저 망하고 마는 악순환의 중간역을 지나고 있음을 또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대기업들은 수출주도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므로 내수가 부진하더라도 상관없다며, 내수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발밑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러한 방식이 길게 가면 얼마나 길게 가겠는가? 대기업들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부정하며 여전히 발목잡기에만 여념이 없는 보수당과의 거리 두기를 시도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명성교회 이야기를 해 보자. 명성교회는 결국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헌법이 정한 세습금지에 저촉된다는 총회의 결의로 인해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명성교회와 그 교회를 지지하는 일부 세력이 총회의 결의가 오히려 위법하다고 항변하고 있고, 김삼환 원로목사 역시 자신들의 위임목사 세습을 반대하는 건전한 생각의 교계를 향해 사탄이 개입된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내용의 설교를 하는 등 적반하장으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교단총회는 기존 재판국원 15명을 모두 교체하며 세습금지를 허용한 재판을 다시 재판하라고 재심에 회부하였다. 총회가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세습(아버지인 김삼환 은퇴 목사에서 아들인 김하나 위임목사로 승계)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총회 재판국 역시 총회의 결의 내용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김하나 위임목사의 위임 자체가 무효여서 무효인 위임목사가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없으므로 명성교회는 위임목사를 새로 청빙하거나 아니면 교단을 탈퇴하여 다른 교단에 가입하거나 새로운 교단을 만들거나 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받게 될 사회적 비난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오늘 많은 사례를 거론하였는데 이러한 사건들은 각각 다른 사건 같지만, 이러한 개별 사건들의 기본가치, 즉 시대정신은 같은 것임을 이야기하고자 해서이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힘센 자들의 불의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옳지 않은 자들의 횡포를 국가권력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으며, 핵폭탄이나 전쟁의 공포로부터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평화의 시대정신을, 정의의 시대정신을 올바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그동안 괴롭혀 왔던 국가권력의 횡포, 그것도 가장 최종적인 횡포로부터의 국민 구원이 사법농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처벌이다. 그동안 국가권력 중 독재 권력으로 상징되는 행정부의 횡포에 대하여는 우리가 끊임없이 저항하여 결국 민주국가로의 승리를 쟁취하였다. 사법농단은 그러한 행정부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를 저버린 채 오히려 사법부가 행정부와 결탁하고, 더러는 자체 이익을 위해 국민을 죽이는 판결에 앞장서 온 비리를 척결하는 정의로운 과정이다. 이제는 국가권력 중 입법부의 횡포에 대한 국민저항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입법 권력에 대해서는 국민의 심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순히 그들이 낙선되는 것만을 통한 소극적 심판보다 더 적극적인 심판, 즉 불의를 저지른 입법권력자들에 대한 개별적 심판 또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명성교회 사건은 종교적 문제로, 그동안 한국 종교계가 보여 온 금력과 권력의 결탁이나 일부 일탈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해온 교계 지도자들에 대한 집단적 지성이 총회의 결의를 통해 실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남북관계의 평화로운 분쟁해결의 타협은 그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빨갱이 타령”의 종말을 통해 합리적 좌우 이념의 조합을 이루어내어 균형 잡힌, 다 같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시대정신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의 인식 전환을 통해 자신들만 잘 먹고 잘살자는 게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살아 있는 활인(活人)의 기업가정신의 고취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모든 근저에는 촛불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촛불정신이 이러한 시대적 집단 자각의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고, 미래를 향한 끌고 밀음의 근본이 되고 있다. 세상이 정의로워지고 있다. 피로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촛불이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오늘 하루 힘들다고 촛불을 끄는 자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라고 할 것이다. 그대는 어리석은 자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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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2018-09-22 07:46:02
능력이 있고 설교를 잘 하신다면 다른곳에서 교회를 일으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교회는 세상의 본보기가 되어야 겠지요
일반 교회 안다니는 신도가 늘어나는 이유를 깊숙이 아픈 마음으로 성찰해 보시도록 부탁합니다 지금도 아프리카 오지에서 일생동안 지내는 목사님도 계십니다 교회에 내는 헌금을 보면 명목을 붙인 수탈처럼 보일때가 있습니다 돈 많이 내면 빨리 장로 되고 평생 굳은일 힘든 봉사 하시는 분 더 존경하는 풍토가 없어지고 물질을 어느 순간 하나님보다 더 섬기고 있으니 교회가 타락하면 망하게 됩니다

고소여 2018-09-21 22:55:15
교회에서 모두 인정하고 능력 확인되고 전 신도들이 인정하는데 외부에서 그것도 남의 교회일에 배 아픈가? 그냥 멋진 설교말씀만 듣고 싶을 뿐이다. 참고로 새신자입니다. 왜 들 난리래? 남의 교회일은 그 교회 안에서 해결하게 놔 두세요.

2018-09-21 21:59:03
세습 반대하지만 좃불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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