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0)-천리(天理)와 인욕(人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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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80)-천리(天理)와 인욕(人慾)
  • 강신업
  • 승인 2018.09.21 19: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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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법이 생기면 폐단도 함께 생긴다. 법과 제도가 올바르게 정비되어 있어도 이를 적용하고 운용하는 자가 올바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면 폐단을 구제할 수 없다. 허점을 파고들어 악용하는 자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법을 악용하는 폐단은 생각보다 크고 나쁘다. 특히 대상에 따라 법을 다르게 적용할 경우 최악이다.

무릇 나랏일을 하는 자들은 성리학을 집대성했던 주희가 말한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버리라는 '존천리거인욕(存天理去人欲)'의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천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공동의 규율이고, 인욕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동의 이익을 무시하는 욕망을 말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천리와 인욕 사이의 갈등을 늘 의식하면서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멸하려 했던 것은, 바로 나랏일을 하는 사람의 기본자세를 연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양승태 사법부의 일부 판사들은 조직이기주의를 위해 인욕을 보존하고 천리를 버렸다. 이제 그들은 하나 둘 씩 그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2018. 9. 19. 신광렬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검찰에 소환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인물이다. 형사수석부장판사는 법원장을 도와 형사사건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보는 자리다. 그런데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 로비 수사가 법관비리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장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법원 선임 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절도 등 여러 혐의로 구속영장도 청구되었다. 유 전 연구관은 올 초 퇴직 전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재판과 관련된 수만 건의 자료를 가지고 나온 혐의 외에도 여러 건의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의 부적절한 재판거래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모든 법과 제도의 기저 이념은 보다 나은 인간 삶의 구현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법과 제도를 운용한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를 수렴하여,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나라의 일을 맡아 보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법원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3권 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제도 역시 궁극적으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법의 독립이 법원과 법관의 이익을 위해 악용된다면, 법과 제도에서 생긴 최대의 폐단이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마련해 놓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제도를 양승태 사법부가 교묘히 이용해 법원 조직의 이익을 도모한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폐단은 운용하는 자들의 욕심에서 생긴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소위 깜이 되는 사람을 자리에 앉혀야 한다. 가깝다고 해서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끼리 끼리 파당을 짓고 직을 나누는 것은 금물이다. 조직의 성공은 언제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인재 채용의 신이라 불리는 세종은 신분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벼슬을 내려주고, 적절한 인재를 다양한 곳에 활용했다. 열린 인사야말로 세종의 성공 비결이다. 반면 양승태 사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양승태가 자기 말에 순종하는 자들만을 요직에 기용해 사실상 법원 조직을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고인 조직은 반드시 부패한다. 강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흐르기 때문이고 바다가 썩지 않는 이유는 해류와 소금 때문이다. 조직이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사가 개방적이어야 하고 비판과 견제 기능이 유효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세상만사를 지배하는 대원칙은 인과율(因果律)이다. 결과가 있으면 그 원인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그 결과가 있다. 현직 판사와 전직 판사들이 줄줄이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들어 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끼리끼리 직을 나누어 갖고 불법의 씨를 뿌렸다. 그들은 저어함이 없었다. 천리를 버리고 인욕을 택한 죄, 인과율의 법칙도 비켜갈 수 있으리라 오만했던 죄,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후회할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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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황 2018-09-22 20:04:07
[국민감사] 유해용 영장기각 과 '묻지마' 재판

양승태 대법원에서 기각률을 80% 로 올리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기각률을 80%로 올리려면, 일일이 기각이유를 적기도 버거워 질 겁니다.

그래서, 기각이유가 '이유 없다' 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도장없는 '가짜' 결정문.

법관(도장) 을 통하지 않는 경로로 만들어진 결정문은 '가짜' 입니다.

기각이유 없는 결정문과 도장없는 결정문이 '묻지마' 재판입니다.

국민들이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팩트' 는 '기각' 입니다.

80% 기각률을 맞추려는 재판에 '기각이유'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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