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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69 / 체감시가와 정당한 가격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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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1  19: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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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최근 아파트 가격 담합얘기를 종종 듣는다, 허위매물신고로 압박한다고까지 한다. 사실 담합은 정서적인 유대에서 출발한다, 지켜만 진다면 담합한 그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시장가격을 왜곡시킨다. 불특정 다수의 매수자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킨다. 그래서 이를 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격의 ‘키 맞추기’라는 표현도 흔해졌다. 주식시장에서 ‘순환매’로 일컫는 현상을 가리킨다. 가격이 충분히 오른 주식은 놔두고 아직 덜 오른 종목에 기웃대는 것이다. 인간은 영물이기 전에 속물이다. 물건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물건의 상대적 우열을 보는 눈은 그렇게 발달했다. ‘걔가 얼마면 이건 얼마 돼야 하는데 아직 싸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다. 현 상황이 비교적 싼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는 순환 매수세의 형국이라는데 필자도 전적 동의한다.

부르는 게 값일 때, 가격의 적정성을 생각하기보다 취득의 시급함이 앞선다. 막차에 올라탈 가능성 높지만, 급등기에 한 번 차 놓쳐 본 경험을 한 자의 심리적 압박감은 이성을 잃게 만든다. 정당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감정평가사가 부동산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체감시가인지, 정당한 가격인지 판단하는 권한이 감정평가사에게 위임된 이상 모든 순간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과거 취득가격을 신뢰하지 않는 것도, 최근 취득가격도 거품 끼었다고 따뜻한 눈길 안 줄 수 있는 재량을 발휘할 때도 합리적 판단 근거만 갖추면 된다. 그런데 요새 같은 시국에서는 가격 향방을 종잡기 솔직히 힘들다. 적어도 수도권 아파트가격은.

감정평가사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윤리조정위원회에는 감정평가 민원을 다루고 있다. 이 곳에 접수되는 건은 전체 감정평가 건수에 비하면 점유율로 표현하기에도 지극히 미미한 숫자다. 진정인의 성토는 주로 이렇다. 어떤 가격을 약속했는데 감정평가사가 신의성실을 지키지 않았다, 감정평가사의 중대한 과실에 의해 본인 재산에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 등등.

최근 감정평가사협회의 ‘한정승인제 도입’ 예정 기사가 눈에 띤다. 협의보상가격을 결정할 때 3개 평가법인이 참여한다. 최종가격은 이들의 평균값이지만, 관련법에서는 최저와 최고의 격차를 10% 이내로 강제한다. 알아서 10% 범위 내로 협상하여 좁히도록. 그렇지 않으면 금번 평가서는 휴지가 되고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강제력을 지닌다. 기사에 등장한 모 평가사를 비난하던 재개발조합 입장은 ‘고의로 협의를 지연시켜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것’인데, 지연가산금이 핵심인 듯하다. 3명의 평가사가 낸 3개의 가격이 모든 필지마다 10% 범위로 좁혀지기까지 꽤 시일이 걸리는데 법에서 재개발구역 청산자와 협의하도록 한 기간 내 협의가 진행되지 못하게 할 만큼 늘어지면, 조합은 앉아서 상당한 이자부담을 떠안는다는 읍소다. 그래서 주민 측 추천 평가사가 이 점을 악용해 배짱을 부린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하는 게, 입찰할 때만 꼭 담합을 하고 아파트 매물가격만 약속된 하한가 이상으로 등록하도록 짬짜미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다. 정당한 가격을 내는 일도 자연스럽게 담합될 수 없는 일은 아닐 텐데. 이런 감정평가사의 행태가 있다면 단속이 아니라 장려해야 할 미담이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선의의 국민 대다수를 현혹하는 잘못된 기사는 지탄을 받아야 한다. 체감시가와 동떨어진 보상금과 청산금 등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담은 상당수의 기사를 보며, ‘좀 알고 글을 써라’고 혼잣말을 할 때도 많다. 요지는 ‘체감시가라는 게 있고 또 정당한 가격이라는 게 있다. 그건 알고 있냐?’ 묻고 싶은 거다.

후배가 부실 평가로 손해배상을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착하고 남 속이는 짓 못하고 눈 먼 돈에 혹할 사람도 아닌데 왜?’ 자문이 자연스러운 친구다. 감정평가사를 통해 나온 숫자는 ‘잘못 말한 거예요’ 할 수 없는 일. 개인의 과실이 명백해 보이는 사건이라 하니, 정당한 가격을 놔두고 체감시가를 선택했든, 전문가의 양심을 버리고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렸든, 그에 걸맞은 책임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손해보전 부담을 떠안게 되면, 남은 세월 어떻게 견딜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자폭이다. 정당한 가격을 고집하는 일은, 감정평가사의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는 최선의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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