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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상의 모든 섬들에게
안혜성 기자  |  elvy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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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4  1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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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기자의 눈’은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에게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된 공간이다. 눈에 띄는 큰 이슈가 있을 때는 해당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하지만 수험전문지의 기자로서 가급적이면 반복되는 일상과 공부에 파묻혀 지내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재밌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최근에 다시 봤던 영화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김씨표류기’는 2009년에 개봉한 영화로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을 끌지는 못했다. 아쉬운 흥행실패에는 그저 그런 코미디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포스터가 한 몫 했다는 평들이 많다. 당시에는 각광을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올드보이나 살인의 추억 같은 명작에 못지않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영화는 세상 속에서 절망과 좌절을 겪었고 또 계속 겪고 있는 두 김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자 김씨는 엄청난 빚을 진 신용불량자로 자살을 하려고 한강에 뛰어들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밤섬에 고립된다. 바로 눈앞에 유람선이 다니고 빌딩들이 늘어서 있지만 아무도 남자 김씨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남자 김씨는 세상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간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

여자 김씨는 학창시절 남다른 외모로 왕따를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작은 방안에서 스스로 고립돼 자신이 아닌 남의 인생으로 미니홈피를 꾸미는 일과 달 사진찍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달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달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도 않다는 게 여자 김씨의 생각이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여자 김씨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엄마, 아빠와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고 얼굴도 마주치지 않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봄과 가을, 1년에 2번 있는 민방위훈련일, 여자 김씨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의 사진을 찍으려다 밤섬에서 표류하고 있는 남자 김씨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여자 김씨는 남자 김씨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며 표류하고 있는 그의 일상을 관찰한다. 남의 인생으로 꾸미던 미니홈피도 뒷전이 됐다.

HELP를 외치던 남자 김씨가 HELLO라며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를 인사를 건넨 순간, 여자 김씨는 몇 년이나 나가지 않았던 세상으로 서툰 발걸음을 내딛었다. 외계인의 인사에 답을 하기 위해서.

영화의 스토리를 전하는 것은 여기까지. 아직 김씨표류기를 보지 못한 독자들이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낄 감정과 생각들을 뺏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섬이다.” 또 다른 명작 ‘어바웃 어 보이’의 도입부에 나오는 대사다.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없는 단절된 존재라는 의미다. 하지만 영화의 끝에서는 “그 섬들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고 바뀐다.

어떻게 생각하면 수험생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합격이라는 목표, 나아가 합격 이후의 더 큰 꿈을 위해 스스로 고립된 존재다. 하지만 이따금 몰아치는 외로움, 단절감이라는 폭풍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올 공인회계사 수석 합격자인 김용재씨도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느꼈던 외로움, 예쁜 옷을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 느꼈던 부러움 등을 이야기했다.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던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서로를 발견하고 소통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모든 것을 앗아갈 기세로 몰아친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세상의 모든 외로운 섬들을 향해 다리를 놓고 싶다. 다리가 어렵다면 작은 배라도 한 척 띄우고 싶다. 그대들의 열정만큼 뜨거운 응원을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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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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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s 2018-09-17 17:46:47

    어바웃 어 보이 이야기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김씨표류기도 있네요.
    두 편 모두 훈훈한 감정으로 본 영화입니다.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해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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