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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 / 직무유기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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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4  1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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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고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적절하였는지 도마에 오르곤 한다. 잊혀지지 않을 세월호 사건에서도 여러 관련 공무원들의 위법부당한 행위가 문제 되었고 일부 공무원들은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세월호 사건은 안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안전시스템이 정비되는 계기가 되었고, 조금은 과도하다고 느껴질만큼 사고에 대한 예방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사고는 이어졌고 그 때마다 여전히 공무원들의 일처리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다만, 부정한 청탁에 의한 적극적인 위법행위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소위 복지부동이 많이 문제되고 있다.

얼마전 서울 동작구 한 유치원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난 후 건물은 심하게 기울어 위태롭게 흙더미 위에 걸쳐져 있었다. 만약, 어린이들이 있는 와중에 사고가 발생했으면 어찌되었을지 끔찍했다. 사고 후 폭우로 인한 지반약화, 편마암층 등 여러가지 사고 원인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업무처리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치원은 이미 지난 3월 인근 다세대주택 재건축 공사 과정에서 유치원 건물 바닥 균열 등 이상징후를 발견하고, 안전진단을 의뢰한 후 ‘보강 조처 없이 굴착하면 붕괴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진단 보고서를 구청에 제출했지만, 구청 쪽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유치원은 또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에도 구청 건축과에 “교실 아래 필로티 기둥균열 및 기울기 발생, 옹벽 기둥 끝부분 기울기 발생 등의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며 “공사 진행 시 위험한 상황으로 구청 건축과의 긴급현장점검 등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구청은 현장은 확인하지 않은 채, 이튿날 시공사에 “현장을 확인하라”는 공문만 보냈다. 그리고 유치원은 바로 그 날 건물 일부가 뒤틀리며 아래쪽으로 내려앉고 말았다. 구청 관계자는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다. 지난 3월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공사 전이라 현장을 볼 수 없었고, 현장에 나갔더라도 시간이 짧아 조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오히려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만 더 들어야 했다. 나아가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응한 담당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회가 공정해지고 투명해지면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위법행위는 많이 줄었지만, 자리만 지켜려고 하는 복지부동의 자세는 여전히 문제되고 있고, 특히, 사고가 발생하여 원인 규명과정에서 공무원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 밝혀진 경우에 담당 공무원을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문제되고 있다. 우리 형법 제122조는 ‘직무유기죄’라 하여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여야 하므로 직무를 대충 하거나 제대로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라 직무태만으로 형사처벌이 아닌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판례는 “형법 제122조에서 정하는 직무유기죄에서 ‘직무를 유기한 때’란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리하여 일단 직무집행의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직무집행의 내용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것은 아니고, 공무원이 태만·분망 또는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한 탓으로 적절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도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관 감시과 직원이 감기에 걸렸다는 구실로 집에 들어와 잠을 잔 경우, 간부들이 병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직무를 강제로 떠맡기고 확인도 안 한 경우 등에는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했으나, 일직사관이 근무장소 부근에서 잠을 잔 경우, 교도소 보안과 출정계장과 감독교사가 호송교도관의 감독을 소홀히 하여 재소자 집단도주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는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유치원 건물 붕괴사건의 경우에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담당 공무원을 직무유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장을 확인하지 않는 등 직무를 소홀히 한 점은 인정되지만, 형사상 처벌행위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직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 건물 붕괴사건을 접한 날 우연히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ID카드를 분실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를 위해 직접 먼 곳까지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ID카드를 발급받아 일 처리를 해 준 외국의 한 경찰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 동영상을 보면서 나로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도 묵묵히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분들이 많다고 믿고 싶다. 앞으로는 이번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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