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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9)- 유죄와 무죄, 판사와 AI
강신업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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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4  1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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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죄(罪)에는 양심이나 도리를 지키지 않은 도덕적 죄나 율법을 지키지 않은 종교적 죄도 있지만, 법치주의가 확립된 현대 사회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법률적 의미에서의 죄뿐이다. 다시 말해 법률에 죄로 규정되지 있지 않으면 비록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행위를 하더라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이것을 ‘죄형법정주의’라 부른다.

피의자나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이른바 ‘무죄추정 원칙’이다. 검사는 재판을 통해 피고인이 유죄임을 증명해야 한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이 원칙을 천명한다. 범죄 사실은 적법하게 수집, 조사한 증거에 의해 증명되어야 한다. 증명은 공소 사실의 존재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확신’을 필요로 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이 서는 경우에만 피고인은 유죄가 된다.

최근 부산동부지방법원의 성추행 재판이 과연 형사법의 제 원칙을 지켰는지 논란이 뜨겁다. 성추행 피고인 A 씨를 징역 6개월에 법정구속한 것이 ‘성추행 누명 판결’이 아니냐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데도 유죄판결을 했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검사가 벌금 3백만 원을 구형했는데 판사가 징역 6개월에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제멋대로 형량을 정한 것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해당 판사의 이름은 물론 얼굴, 나이, 출신 지역 등을 알 수 있는 신상과 함께 판결 이력에 대한 자료까지 인터넷에 공개된 데 이어 판사가 직권을 남용한 것이니 징계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이어진다.

논란은 피고인의 부인이 ‘보배드림’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추행현장 동영상을 올리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성추행 누명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라는 청원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 청원은 불과 며칠 만에 청와대의 최소 답변요건인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피고인의 부인이 올린 현장 CCTV 동영상을 보면 피고인이 추행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추행이 일어났다는 장소가 CCTV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목격자도 없다. 결국 피고인의 성추행을 증명할만한 객관적, 물적 증거는 없다.

여기서 네티즌들은 객관적 증거도 없는데 판사는 어떻게 알고 피고인이 추행했다고 확신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느냐고 따져 묻는다. ‘인공지능 판사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거나 ‘저렇게 마음대로 판결할 거면 법전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재판부가 유죄 이유로 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자연스럽다’는 등의 판결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피고인은 유죄가 되는 것이냐?’며 좀처럼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부를 떠나 이번 성추행 판결은 법원과 법관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법원은 네티즌들의 분노가 이유 없다고 간단히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판사는 신이 아니다. 판사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판사가 제일 먼저 AI에 의해 대체되는 직업이 되고 말 것이다.

한국 형사소송법(307조)도 증거재판주의를 선언하고 있으나, 이는 단순히 사실의 인정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근대소송법상의 원칙을 표명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규범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즉, 증거라 함은 증거능력이 있고, 또한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를 말하며, 실체적 판결 특히 유죄판결을 할 때는 공소범죄사실 ·처벌조건, 법률상 형의 가중 ·감면 사유의 인정에 엄격한 증명, 즉 법률상 증거능력이 있고, 또한 공판에서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한 증명을 해야 하며, 그 밖의 사실은 자유로운 증명, 즉 어떠한 증거에 의하여서든지 증명만 되면 된다는 특수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요증사실이 주요 사실인 경우에는 간접사실도 역시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 경험법칙은 일반적인 것은 공지의 사실의 일종이므로 증명의 필요가 없지만, 특수한 것은 증명이 필요하다(예:지문 ·혈액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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