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 행위’ 국가배상청구 ‘불법행위시부터 5년 소멸’…‘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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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권 행위’ 국가배상청구 ‘불법행위시부터 5년 소멸’…‘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9.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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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과거사정리법상 적용되는 시효 규정에 ‘일부위헌’ 결정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시효는 합리적 이유 인정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 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규정에 대해 일부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에 의해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계속 중 법원에 소멸시효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 또는 각하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국가배상법 제8조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법상 규정된 사항 외에는 민법을 따르고 민법 외의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 그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멸시효에 관해서는 민법과 국가재정법 등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민법 제166조 제1항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과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이에 따르면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청구인들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주관적 기산점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객관적 기산점인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라는 민법 규정을 따르되 ‘시효기간’은 민법과 국가재정법, 구 예산회계법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적용된다.

즉, 수십 년 전에 피해를 입은 청구인들의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됨으로써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해 예산수립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가채무에 대해 단기소멸시효를 정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이 ‘일반적인’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에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하더라고 과거사 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제4호에 규정된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규정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위 사건 유형에 대해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 왜냐하면 위 사건 유형은 국가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사안이므로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라는 소멸시효의 입법취지가 국가배상청구권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가 소속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그에 관한 조작·은폐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장기간 저해한 사안이므로 ‘채권자의 권리불행사 제재 및 채무자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 보호’라는 입법취지도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위와 같은 사건 유형에서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입법취지만 남게 되는데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기본권임을 고려할 때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헌법 제10조의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완전히 희생시킬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전제에 따라 헌재는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게 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에 규정된 사건에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객관점 기산점’에 대해서는 “국가가 소속 공무원들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의 불법구금·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유죄판결을 하고 사후에도 조작·은혜를 통해 진상규명을 저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법행위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합리적 이유를 부정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민법 제7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각각 3년, 5년이라는 시효기간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는 주관적 기산점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이라는 객관적 기산점에 위헌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 판단에 들어가면 객관적 기산점이 위헌이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5년 시효는 적용되지 않고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시효만 적용된다.

때문에 사건 유형별로 구체적인 기산점이 문제될 수 있다. 이에 헌재는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의 경우 ‘진실규명결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중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던 사건’의 경우 ‘재심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향후 이 사건 위헌결정에 의한 법원의 재심개시와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적용을 통해 과거사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심판대상조항들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당해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법원의 해석·적용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이 불과하므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부적법하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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