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18년 제53회 공인회계사 수석 김용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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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2018년 제53회 공인회계사 수석 김용재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9.06 16:05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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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김용재씨 
서울외고 졸업/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조금만 참고 더 늦게 웃는 사람이 더 오래 웃을 수 있어”
군대에서의 공부와 과목별 요약노트가 단기 동차 합격 비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18년 제53회 공인회계사 시험 수석 합격자 김용재입니다. 학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고, 나이는 24살(95년생)입니다. 지금 제 글을 보러 오시는 글은 대부분 회계사 시험을 공부 중에 난관에 봉착하신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를 하시는 중간에 흔들리는 상황이 많을 겁니다. 저도 굉장히 힘든 시기가 많았고요. 수험 생활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과연 내가 회계사를 선택한 것이 잘한 것인가’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회계사의 대우가 옛날보다 별로라는 얘기를 듣거나, 회계사 커뮤니티의 글을 볼 때면 정말 ‘공부를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갈까’ 고민도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로 와서 법인 설명회를 열고, 같은 시험을 본다는 이유만으로 수험생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고 저녁을 사주는 업계, 취업자 백만 명 시대에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해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든 요즘, 현실적으로 합격이 어려운 동차생에게도 제한 없이 면접 기회를 주고 임원 분들께서 다른 법인 가지 말고 꼭 우리 법인으로 오라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받아내는 업계가 또 있을까요? 지금 너무 힘들어서 제 수기를 읽으러 오시는 분, 혹은 회계사 진입을 고민하시는 분 모두 동기부여 받고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회계사라는 선택,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합격 소감>

원래 발표 예정일보다 이틀 전에 급작스럽게 연락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합격이란 것도 갑작스러웠고 수석이라는 것은 더욱 믿을 수 없었죠, 전화로 재차 확인한 후에야 수석 합격이라는 것을 자각했고,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석이라는 기쁨과 함께 그 무게 역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 두 글자는 제가 학교에 가든, 법인에 가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기 때문이죠, 이제 학교에서 사람들이 저를 아니 행동도 조심해야 되고, 법인에서는 선배님들의 기대가 있으니 신입이라서 실수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수석이라서 잘 할 줄 알았는데 별거 없네?’라고 실망하실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수석 합격자라는 사실이 어린 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부담을 이겨낸다면 남들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역시 수석이라 다르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끔 작은 성취에 자만하지 않고, 가장 낮은 위치에서 하나하나 배워갈 생각입니다.

<공부 동기>

제가 회계사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회계사의 경제적 안정성이었고, 둘째는 회계사가 저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회계사에 도전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회계사를 하게 된다면 빠르게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경동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십니다. 저는 자연스레 아버지의 희생과 가장의 무게를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웠습니다. 또한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 노고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제가 한 살, 한 살 커가면서 아버지 역시도 연세 드시기 시작하였고 힘든 내색은 안 하시지만 축 처진 아버지의 어깨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회계사를 합격하게 된다면 졸업 전에도 파트 근무를 통해 대학교 등록금과, 저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기 위해 회계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계사에 도전한 두 번째 이유는 제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특히 대학교에 와서는 회계에 대해서 흥미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서 경동시장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실물이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거래가 형성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에는 경제 교과서를 재미있게 보았고, 고등학교 때는 이런 관심으로 상경계열로의 진학을 계획하였습니다.

경영학과가 고3 수험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전공인데, 수능과 내신을 열심히 준비해서 경영학과에 진학하였고, 우연히 동아리 선배로부터 회계사를 추천받았습니다. 이모부님들께서 회계, 재무 쪽에 종사하셔서 조언을 구했는데 단순히 경영학과로 졸업해서 사회에 진출하는 것 보다는 회계사를 따서 나가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회계사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회계사에 대해서 생각을 한 뒤, 1학년 때 회계원리를 인터넷 강의로 수강하였습니다. 회계원리를 공부하면서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으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제가 배우는 이 회계라는 도구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록하는 수단이고, 반대로 회계를 모르면 기업을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계를 잘 하면 엄청난 무기가 되겠다는 생각에 회계사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전체 수험기간 요약>

저는 짧게 보면 1년 5개월, 길게 보면 3년 6개월간의 수험기간을 보냈습니다. 요약하자면, 2015.01 입대 후 공부-2017.01 제대-3월 기본 종합반, 심화 종합반 현장 강의-10월부터 동차까지 도서관에서 인강 및 스터디로 독학하여 18년 7.1에 2차 시험에 응시하였습니다.

<시기별 구체적 공부 방법>

(1) 2015년 3월 ~ 2017년 2월 : 군대에서 기본 강의 1회독을 시험자격요건 취득

저는 1학년을 마치고 21살이 되자마자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1월에 바로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성패를 갈랐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고 제대했습니다. 제 동차, 그리고 수석 합격은 군대에서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군에서의 공부는 제 수험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자대 배치를 받으면서부터 공부를 시작해 제대할 때까지 중급회계부터 시작해서 거시경제학, 고급회계, 정부회계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기본강의를 들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6시에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뒤, 7시 반부터 9시 반 청소 시간 전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10시에 점호가 끝난 뒤에 바로 생활관에 있는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점호가 끝나자마자 방을 나가지 않으면 생활관에 있는 선후임들이랑 같이 티비를 보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그날 밤 공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취침 시간이 10시 반이었는데 연등을 12시까지 할 수 있어서 저는 보통 11시까지 공부를 하고 방에 들어와 잠을 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군대에서 공부를 했다고 말을 하면 ‘군대에서 공부하기 힘들었겠다’는 반응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부터 땀을 흘리며 고된 일과를 끝내고, 샤워하고 내무반에 들어오면 눕고 싶은 게 당연하죠. 실제로 저도 부대 회식으로, 티비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혹은 그냥 하기 싫어서 공부를 하지 않은 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환경을 통해 공부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대에는 ‘기체정비’이란 병과가 있었습니다. 기술학교 출신들이 많았고, 고졸 출신도 꽤 있었습니다. 반면에 행정병들은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주로 고학력의 학사과정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정비병들은 추운 겨울에는 손이 얼었는데도 걸레로 칼라 묻은 비행기를 닦아야 하고, 더운 여름에는 사우나 같은 이글루 안에서 항공기가 뿜어내는 열기와 싸워야 했습니다, 반면에 행정병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무를 하지만 더울 땐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추울 땐 따뜻한 히터 아래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불평등하고, 양극화가 만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가 그나마 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몇 살이건, 밖에서 무슨 일을 했건,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시건 입대일자로 선후임이 결정되고,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으며 같은 기간 복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평등한 조직에서조차 공부에 따라 다른 삶을 산다면, 밖은 얼마나 공부가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퇴근해 생활관에 오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피곤하지만 제대 후 사회에서 훨씬 더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며 PMP를 켰습니다.

군 생활과 수험 공부를 병행하는 과정 끝에 저는 2017년 1월에 제대한 후, 도서관에서 거시경제학까지 수강하고, 바로 2월에 참가에 의의를 두는 마음으로 1차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짧은 공부 시간 때문에 회계학과 세법에서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합격할 수 없었지만 총점 339점으로 (17년도 커트라인 379) 1년만 더 하면 1차는 충분히 붙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 2017년 3월 ~ 2017년 6월 : 3월 봄기본 종합반 수강

학원을 다닐 때에는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밥을 먹고 8시에 집에서 나가, 학원에 8시 반에 도착해서 8시40분부터 수업을 들었습니다. 오전 수업만 있는 경우도 있고, 오후 수업까지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수업이 끝나면 당일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습니다. 저는 잠이 많아서 보통은 11시 쯤, 아무리 늦어도 12시 안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습니다.

1월에 제대하고 바로 공부를 하니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좀 공부하다가 시작하는 것이 않겠냐.’, ‘제대해서 바로 공부하려면 힘들지 않겠냐.’

첫 번째 우려는 학교 강의와 학원 강의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의 차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학교 강의는 수험생들은 위한 강의가 아닙니다. 대학교는 학원과 달리 시험을 합격시키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깊이 연구하는 기관입니다. 당연히 그 수업의 목표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원에서는 시험에 잘 나오는 것을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시험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때로는 논리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문제에 적용 가능한 편법으로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학교에서는 CPA 문제에 관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순수 이론과 관련된 개념도 많이 배우고, 중간, 기말 고사에는 CPA 시험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논술형 문제도 출제됩니다.

CPA 과목 중 상법에서 그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CPA 상법은 전부 객관식입니다. 한마디로, 제시된 지문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만 파악하면 됩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은 법‘학’에 대해서 배웁니다. 다른 학교를 다니는 지인을 통해서 상법 수업에 대해 들었는데, 조문을 암기해서 쓸 줄 알아야 되고, 심지어는 본인의 생각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공부목적에 따라 적합한 수업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학교 강의는 수업의 방향이 수험을 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지만, 저는 그것보다 수업 시수가 더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는 하루에 4시간씩 수업을 진행합니다. 회계사 과목 중 강의 수가 가장 짧은 회계원리로 예를 들면, 강의가 약 50개 정도 됩니다. 각 강이 대부분 70~80분 정도 되고, 총 강의시간은 60시간입니다. 대학교의 한 학기는 16주인데, 중간 기말고사 2주와 첫 주 OT, 그리고 명절까지 수업을 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으로 12~13주 간 수업이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수업이 3학점이므로 한 과목에 대해서 최대 39시간 강의가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학원 강의 시간이 학교 강의 시간의 1.5배에 달합니다. 방대한 양에 비해서 수업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강의가 다루는 범위, 혹은 깊이에서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양이 적은 회계원리에서 이 정도 차이가 날 정도이니, 세무회계나 재무관리 등의 과목은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좀 공부하다가 시작하는 것이 않을까 하는 걱정은 굳이 안 하셔도 될 것입니다. 학원 강의만 제대로 공부해도 시험을 보는데 어떠한 지장도 없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배워놓으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때 도움이 되긴 할 것입니다. 개념을 들어보았고, 중간·기말고사를 보면서 문제도 몇 번 풀어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수험 진입을 늦추지는 않길 바랍니다. 저는 1학년만 마치고 진입했고, 학교에서 경제학 입문을 제외한 어떠한 CPA 과목도 듣지 않았습니다.

학원 강의만으로도 충분히 합격 가능합니다. 오히려 늦게 진입할수록 부담이 많아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빨리 합격하고 학교에 돌아간다면 부수적으로 학점을 좋게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민 중이시라면, 일 년이라도 빨리 진입할 것을 추천합니다.

제대해서 바로 공부하려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두 번째 우려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군대라는 답답한 곳에서 나와서, 사회에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저에게는 학원마저도 충분히 자유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군대에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제약이 참 많습니다.

저는 업무나 공부 외적으로 생활에 제약이 걸리면 굉장히 답답해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군대에서는 밖에 있을 때 모자를 벗으면 안 되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걸어도 안 되며, 걸으며 음식물을 먹는 것도 안 됩니다. 이런 제약이 풀리니 제대 후에 처음으로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땐 신나기까지 했습니다. 오히려 학교로 복학했다가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다면 정말 놀고 싶고, 너무 답답해서 제가 과연 꾹 참고 공부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아직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분들은 입대를 먼저 해서 군대에서 최대한 많이 공부를 하고, 학점도 모두 이수한 후 군에서 가져온 건강한 몸과 생활 패턴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3) 2017년 7월 ~ 2017년 9월 : 심화 종합반 수강

기본 종합반 종강 후, 심화 종합반까지 학원에서 현장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재무회계, 세무회계, 재무관리, 원가관리 4과목을 1.5차 느낌으로 강의하는데, 군대의 공부가 1차 합격에서 결정적이었다면, 동차 합격에서는 심화반 시기가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습서를 강의하지만 1차생들을 상대로 수업하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큰 틀 위주로 가르치시고, 각 챕터의 1,2번 문제 정도만 푸셔서 1차생들도 간단한 2차 문제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를 거치고 객관식 문제를 푸니 문제를 내다 말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 틀을 아니까 자연스럽게 문제 푸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가장 시간 압박이 큰 것이 3교시 회계학인데요, 원가 문제는 구경도 못하고 찍는 수험생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심화반 시기에 2차 문제를 풀면서 전체 흐름을 파악했기 때문에 객관식 책을 공부할 때 문제 풀이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켜, 회계학 50문항을 다 풀고 고득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수험생들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심화반 시기에 감사를 인터넷 강의로 혼자 들었는데요, 이것이 동차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시생들은 현실적으로 심화반 강의 따라가기도 힘들지만, 제가 아는 재시생들에게는 꼭 여름에 감사 강의를 들으라고 강조합니다.

회계감사 과목이 2차에 새로 추가되는 과목이고, 다른 4과목과 전혀 스타일이 다른 과목이어서 동차를 가로막는 아주 큰 장애물입니다. 유예생분들은 동차 때 한 번 듣고, 또 유예 때는 과목도 적으니 감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반면 동차생들은 회세잼원 하느라 바쁜데 감사의 암기량도 엄청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유예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제가 올해 시험 볼 때에도 동차생과 유예생들은 다른 건물을 쓰는데, 감사 시간이 되니 수험생분들이 우르르 시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저희 고사장은 약 1/4 가량이 아예 감사를 포기하고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재시생분들은 동차를 위해서라면 여름에 감사 수업을 듣는 것을 강력 추천 드립니다.

저는 학원 생활을 했는데요, 단체로 공부를 하는 생활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극히 일부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같이 최선을 다 하는 분위기면 더 자극을 받고, 동기 부여가 되어서 열심히 하는데, 노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분위기가 흐려져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가 발생할 때마다, 그들의 웃음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학원이든, 고시반이든, 도서관이든, 혹은 저처럼 군대에서든 주변에 재밌게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이고,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명심하길 바랍니다. 최후에 웃는 사람이 누구일지. 조금만 참고 더 늦게 웃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하고, 더 오래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처럼 생각하고, 남들처럼 행동하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없습니다.

(4) 2017년 10월 ~ 2018년 2월 중순 : 도서관에서 연습서 복습 및 1차 준비

10월 초까지 심화 종합반을 수강하고 학원 생활을 끝낸 후, 그 뒤부터 동차까지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 때에는 오전(9~13시), 오후(14~18시), 밤(19시~22시) 세 시간으로 나누어 했습니다. 오전 공부를 끝낸 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오후에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집에서 저녁 먹고 나서 밤에는 제 방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저는 집 근처에서 공부를 한 것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수험생에게 있어서 통학 거리가 길다면 체력적으로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는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서 힘들고, 저녁에는 하루 종일 공부해서 체력이 다 소진된 상태일 텐데 심지어 출퇴근 시간대에는 사람도 너무 많아 ‘지옥철’에서 발 디딜 틈도 없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통학을 한다면 학원이나 학교에 오기도 전에 지쳐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학 시간이 왕복 2시간이 넘는다면 자취를 하시거나, 공부를 집근처에서 하시기를 권장합니다.

10월 중순부터 1차 응시 전까지의 기간은 굉장히 바쁜 시기였습니다. 1차 객관식과 2차 주관식을 모두 대비해야 하는 시기였으니까요. 심화반을 수강하면서 감사까지 인강으로 들었는데 다 마치지 못해서 심화반 종강 후 10월 중순까지 감사를 완강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여유가 없어서 복습은 전혀 못하고 강의만 듣는데 급급했었는데, 2월 초가 되니 ‘이 때 감사를 한 번 더 복습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감사를 완강한 후, 11월 중순까지 심화반 4과목 세무회계, 재무관리, 원가회계)의 연습서를 다시 한 번 풀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객관식반으로 넘어가면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연습서를 복습하지 못합니다. 이 단계부터는 저처럼 온라인 강의로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배울 건 이미 거의 다 배웠습니다. 더 이상 추가되는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세법 같은 경우는 매년 개정이 되고, 개정 폭 또한 크기 때문에 강의 없이 혼자 대비하는 것이 어렵지만, 다른 과목들은 심화반까지 열심히 따라오셨다면 굳이 다시 강의를 들으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법과 상법 딱 두 과목만 인터넷 강의로 듣고, 다른 과목의 모르는 문제는 학원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객관식 종합반을 수강하는 다른 학생에게 질문하여 해결하였습니다. 이렇게 객관식 준비 시점에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 본인이 취약한 몇 개의 과목만 수강한다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심화반 종강 후에 연습서를 복습할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심화반 때 기초적인 문제 몇 개만 다루기 때문에 복습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로 객관식 문제를 보는 것보다, 주관식 문제를 스스로 한 번 풀어보는 것이 문제 풀이 속도를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선생님이 풀어주시는 것을 보기만 하면 볼 때는 다 이해가 되고, 소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선생님이 푼 것이지, 제가 푼 것이 아니니까요. 막상 직접 풀어보면 어떻게 푸는 것인지 막막할 때가 의외로 많습니다. 정 힘들면 선생님이 푸신 것을 노트에 적었다가, 그를 읽어보면서 풀이 순서를 익히는 정도라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재시생의 경우 11월까지 연습서를 보시다가 12월부터 객관식 준비를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봄에 경영학, 상법, 경제학을 미리 해두고, 여름에 2차 과목을 준비하면서 감사까지 수강한 후, 12월부터 객관식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1차는 2차를 위한 관문일 뿐, 합격만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최적의 전략은 1차 과목은 합격할 정도로만 만들어 놓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2차 과목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겹치는 과목이 많으므로 2차 과목만 잘 해놓더라도 1차 합격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1차 대비는 빠른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감만 익히는 훈련이라고 생각하시고 힘을 빼시길 바랍니다. 회계사 시험의 메인 게임은 2차입니다.

(5) 2018년 2월 말 ~ 2018 6월 : 2차 준비

2월 중순에 1차 시험을 보고, 가채점을 해보니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습니다. 다행히도 예년보다 1차 시험이 2주가량 당겨져서 2차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겼습니다. 3월부터는 다시 전력 질주를 해야 되므로 남은 2월은 여유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주로 오후까지는 공부하고, 저녁 약속을 잡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사촌동생과 스키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1차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긴장하셨을 텐데 조급해하지 마시고 1, 2주 정도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월부터 6월까지 4달의 시간 짧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계속해서 긴장을 유지하기는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5월에는 날씨도 좋고, 학교에서 축제도 할 텐데 이 때 안 흔들리시려면 2월 달에 미리 노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2차 대비는 과목을 둘로 나누어 준비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4월 중순까지는 감사와 세무회계, 5월까지는 재무회계와 재무관리를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밤에는 상대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원가회계를 공부했습니다. 동차 준비를 하면서 제일 까다로운 과목은 회계감사였습니다. 심화반 시기에 한 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복습을 하지 못하고 강의만 겨우 듣고 동차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강의를 한 번 들었기 때문에 주요 흐름은 알지만, 여전히 감사는 2차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5월에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감사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다유예가 될 수도 있지만 감사를 들고 갈 것인지’ 이 상황에서, 저는 감사에 제 시간을 올인 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거의 감사 1유예생인 것처럼 공부했는데요, 5월부터 6월 초까지 감사에 제 공부시간의 약 80% 가량을 투입했습니다. 1유예가 되든, 2유예가 되든 어차피 유예 생활을 해야 된다면, 확률이 낮지만 동차를 노려보자는 생각으로 감사에 집중했습니다.

다행히도 시험 직전에 모의고사를 보고, 전 과목의 실전 감각을 다시 끌어 올릴 때 4과목의 실력이 생각보다 잘 유지 되어서 동차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용한 전략은 나머지 4과목에 자신이 있을 때 사용하셔야 됩니다.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차생이 제 글을 보시고 감사에 올인 하시게 된다면 4, 5유예가 뜰 수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2차 준비를 하면서는 스터디를 활용했습니다. 수험생 중에서 1차 준비를 목적으로 스터디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객관식 스터디는 별로 추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스터디를 하는 목적이 혼자 책을 보다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을 서로 물어보기 위해서, 혼자 공부하다보면 집중하기 힘드니 같이 모여서 시간을 재고 같이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풀어보기 위해서, 혹은 부수적으로 강의료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객관식 문제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충분히 혼자서 풀 수 있고, 상법과 경영학 등의 암기과목까지 있는 1차 준비 기간에는 스터디를 하게 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학원도 안 다니고, 고시반도 아닌데 혼자서 공부하면 잘 진도도 안 나가고, 이해가 안 가서 옆에서 모르는 걸 바로 바로 질문해서 누군가가 가르쳐줬으면 하는 분만 스터디를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동차를 혼자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다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수험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습니다. 세무회계와 재무관리 두 과목을 스터디로 공부하면서 이를 보완했습니다. 세무회계는 3월 초부터 연습서 스터디를 하고 연습서 1회독을 마친 후에는 조원들과 모의고사 책을 풀었습니다. 재무관리는 5월부터 기출문제 스터디를 했습니다.

세무회계를 스터디 한 이유는 강의료를 아끼기 위함이었습니다. 1차 준비를 하면서 심화반에서 2차 연습서를 한 번 풀어보았기 때문에 강의를 거의 안 들을 것 같은데, 풀다가 모르는 문제는 해결이 안 되니 사람들이랑 같이 풀면서 강의를 안 듣고 시간과 돈을 모두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재무관리를 스터디 한 이유는 다른 과목과 달리 명확히 떨어지지도 않고, 문장을 해석하는 것에 따라 선생님들도 답이 갈리는 만큼 혼자 풀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5월 말부터 기출문제집 스터디를 해서 일주일에 두 번 씩 만나서 기출문제를 한 회분씩 풀었습니다. 스터디원들이 재무관리를 잘하고, 스터디에도 되게 열심히 참여해주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처럼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자극도 많이 되고, 혼자서 계속 도서관에서만 공부하면 2시간 동안 모의고사를 풀면 늘어지고, 중간에 쉴 수도 있는데 같이 2시간 재고 문제를 푸니까 긴장감을 갖고 풀어서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1, 2차 시험의 난이도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2차 때 길고, 어려운 주관식 문제에 좌절하며 힘들어하는 수험생분들은 스터디를 통해 어려움을 같이 헤쳐 나아갈 친구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요약 노트 만들기>

군대에서의 공부가 제 단기 동차 합격의 핵심적인 요인이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학습 방법 측면에서 요약노트를 만든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1차를 경험 삼아 보면서 느낀 것이, 분명 한 문제 한 문제 내용은 보면 아는데, 얇게 정리된 책이 없어서 시험 직전에 빠르게 회독 수를 늘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시험 직전 대비용으로 학원에서 집필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역설적으로 ‘하루에 끝낼 수 없을 만큼’ 너무 두꺼웠습니다.

회계학과 세법을 과락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후, 3월 종합반부터 학원을 다닐 때에는 경제학, 재무회계, 재무관리, 경영학을 노트에 수기로 요약해서 그것을 학원을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계속 들고 다니면서 봤습니다. 수험가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누적적 복습’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매일 복습을 할 때에 오늘 배운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배운 내용까지 포함해서 전 범위를 복습하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회계사 수험 범위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는 제 노트로, 지하철에서 누적적 복습을 실천했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1회독을 하고 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어디서 문제가 출제되는 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본반을 다닐 때 자주 출제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선생님의 수업을 참고해 제가 보완해서 문제별 풀이법을 노트에 수기로 기록했습니다. 세법의 경우는 양이 워낙 많아 수기로 쓸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 얇게 만들어진 시중 ‘노트북’을 활용하였습니다. 노트북의 저자인 강사 분께서는 반드시 기본서인 ‘세법개론’ 책을 같이 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노트북만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반 종강 후 심화반을 다닐 때에는 2차 주관식 문제를 풀면서 제 풀이법의 오류를 수정하고, 다듬었습니다. 객관식 문제는 작기 때문에 편법으로도 풀리는 경우가 많은데, 주관식 문제는 크기가 커서 편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풀이법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심화반 종강 후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객관식 준비 시점에 제가 만든 노트를 한컴으로 일일이 옮겼습니다. 가을에 타이핑으로 하루하루 배운 분량을 조금씩 치다보니 세법도 전 범위를 책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 1차만을 위해서라면 책을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양이 방대한 2차를 대비하기 위해서 가을 객관식 준비 시점에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책을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만든 것이 회계학과 세법입니다.

2차 때는 회계사 카페에 있는 자료를 토대로 회계감사까지 과목별로 각각 A4 100쪽 이내로 만들었습니다. 책을 단면 인쇄로 만들어서 문제를 풀다가 틀리거나, 처음 보는 내용이 나올 경우 빈 면에 옮겨서 그 책을 내용 정리 겸 오답노트로 활용했습니다. 시험 직전에는 시중 교재는 거의 보지 않고 제가 만든 책만 봤고, 시험장에도 다른 수험생들은 무거운 책을 들고 갈 때 저는 가볍게 시험장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제 방법을 ‘모든’ 수험생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처한 상황에서 최적을 고민하면서 만든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수험생 여러분이 각자 처한 환경과 학습 정도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책을 쓰는 것은 각 과목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출제 경향에 대한 분석, 그리고 많은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오히려 ‘수석이 그렇게 공부했다니 나도 그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도했다가 엄청난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 방법을 소개해드리는 것은 이것이 어렵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니 본인의 판단 하에 시도해보시길 제안하는 것입니다.

<건강관리 비법>

저는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제 시간에 일어나서, 제 시간에 책상 앞에 앉고, 제 시간에 자는 것입니다. 저는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실제 시험 쉬는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일정한 패턴으로 생활해야 체력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날은 친구랑 놀다가 늦게 자면 그 다음날 반드시 피로할 것이고, 하루 종일 공부할 때에도 집중이 잘 안되고, 졸리니까 일찍 자버리면 다음날도 엄청난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생활 패턴을 깨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저는 수험생활에서 체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꾸준히 헬스를 하였습니다. 일주일에 2,3일은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는데요, 학원을 다니면서 복습이 조금 일찍 끝난 날이나, 공부가 잘 안 되는 날은 집 뒤에 있는 산에 올라가서 벤치프레스, 철봉 등의 기구를 사용하여 운동을 했습니다. 무거운 역기를 들거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다보면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혀 떠오르지 않고, 지금 느껴지는 고통에만 집중하여 머릿속은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습니다. 목표량을 달성해서 운동을 마치는 순간에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헬스를 통해 체력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면 당일은 피곤하지만 그 다음날은 훨씬 더 상쾌하게 일어나서 공부를 할 때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너무나도 많은 학습량에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해 운동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학원에서, 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 지쳐서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들이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과연 공부 효율이 높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회계사 시험은 대학교 중간고사처럼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끝내는 단거리 레이스가 아니라 몇 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마라톤입니다. 초반에는 좀 무리해서라도 많은 시간동안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오랜 기간을 그렇게 오버 페이스한다면 틀림없이 완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험생 분들께서는 힘들더라도 수험생활을 버텨내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운동을 하시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부가적으로, 졸릴 땐 억지로 공부하시지 마시고 오늘은 주무시고, 그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활에서는 공부시간의 양보단 질이 중요합니다.

<학점이수 방법>

합격 수기에 학점 이수 방법을 왜 쓰시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변에서 학점을 이수하지 못해서 시험을 응시하지 못할 뻔한 분들을 제가 직접 봐왔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적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독학사를 강력 추천드립니다. 저는 1학년만 마치고 바로 수험생활을 시작해서 경제학 3학점을 제외한 모든 학점을 스스로 이수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군대에서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독학사를 준비해서 휴가 때마다 시험을 봐서 제대할 때 영어 점수와 필수 학점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서 제대하자마자 바로 1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저학년 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이나, 비경영학 전공자는 학점을 따로 이수해야 하는데, 독학사로 이수하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시간과 돈 측면 모두에서 가장 효율적입니다. 일반 시중 학원과 연계된 학점은행을 이용한다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비쌉니다. 제가 다녔던 학원의 학점은행을 찾아보니, 15주 과정에 가격은 10만 원가량이고, 3학점이 인정되더군요. 반면에 독학사는 당시에 수험료가 2만원이었고, 이 금액으로 시험 보는 날에 2~3과목을 한 번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은 과목 당 5학점씩 인정해주었습니다.

학원을 다닐 때 주위 형들이 독학사 응시 일정을 놓쳐 비싼 돈을 주고 시간까지 써가면서 학점은행제를 이용하는 것을 보았는데, 독학사 일정을 확인해 학점 취득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을 막길 바랍니다. 1단계에 경영학개론과 경제학입문이 있는데 보통 3월에 시험을 보니 미리미리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슬럼프 대처법>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은 합격에 대한 불안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험생의 불안과 관련해서 김판기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슬럼프는 본인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때 온다.’ 도서관에서 인터넷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무릎을 탁 치면서 ‘아~’라고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모든 수험생에게 불안함은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수석을 한 저 또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실력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참 많이 불안했고, 동차 때는 감사를 포기할까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불안해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불안감에 휩싸이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 당장 공부하는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고, 문제를 풀었을 때 많이 틀리면 자연스럽게 불안감이 들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시험은 포기하지 않고 무던히 버티기만 한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무조건 버티세요. 버티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자, 필승전략입니다.

<회계사 수험생들에게 하고픈 말>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EBS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는데, 흔히 명문대로 분류되는 대학교의 서울 출신, 그 중에서도 강남 출신 학생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졌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에서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지면서 교육에서도 점점 그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사법고시도 폐지되어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부모님의 부가 된 지금, 공인회계사 시험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경동시장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셨고, 저는 야채 장사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리고 저희 가족은 여전히 강북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부모님의 많은 헌신과 희생으로 인해 지금은 형편이 조금은 나아져 수험 생활을 하면서 밥 굶을 정도로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수험서를 살 때, 그리고 백만 원이 넘는 종합반 강의료를 결제할 때마다 매일 아침 새벽 3시만 되면 일어나서 시장으로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지방에서 올라와 학원 근처에서 자취하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학원비, 고시원비를 부모님께 타쓰는 것이 미안해 학원 급식이 아무리 질려도 학원 밖의 밥은 못 먹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볼 때면 참 안타까웠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다른 수험생들보다도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마음이 쓰였고, 그들이 꼭 합격하길 바랐습니다.

그들에게 저도 붙었으니 ‘할 수 있다’ 그리고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기 중간 중간에 돈을 아끼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팁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이를 잘 따른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모든 회계사 수험생에게 이글을 바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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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포도 2020-02-05 23:57:43
군대에서 준비중인데 도움이 되는 합격수기 정말 감사드려요! 전역후 바로 1차에 합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공부하겠습니다.

개천 2019-02-07 01:03:12
재무관리검색하다가 보게 되었는데 감동적이네요 사시폐지후 공인회계사가 마지막 남은 유일한 공평한 경쟁의 상징이 되어 버린것 같네요 학점은행제 비용이 만만지 않아 저도 독학사 준비중입니다.예전 사시나 회계사 처럼 공평하게 시험을 보면 되는데 학점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진입 장벽인거 같네요 훌륭한 회계사가 되어 고려 광종이나 조선 태종과 같은 이 병든 조국을 개혁할 분이 되실거 같네요
회사뿐만이 아니라 정부도 회계감사 제대로 하면 곡소리 여러곳에서 날 지경입니다.

정중동 2018-09-28 00:24:50
공감이 가서 코끝이 찡하네요. 좋은 수기 감사합니다.

정다은 2018-09-14 18:32:06
대체 얼마나 공부를 잘 했길래?에 들어와 공부 보다 성품이 너무 멋진 분이신 걸 알았네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에 따라 본인이 가야 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 온 열정에 감동했어요! 형식적으로 쓸 수도 있는 후기를 이렇게 상세하게 그리고 여러 상황에서 본인이 느낀 걸 적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잊고있던 걸 새삼 깨닫고 다짐하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훌륭함 2018-09-11 11:44:21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하고는... 참 멋진 젊은이라고 생각합니다. 회계사로서도 꼭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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