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로스쿨에 합격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로스쿨 합격생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학부를 졸업하고도 사법시험에 번번이 낙방하여 실의에 빠져 있던 청년.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법조인이 되기를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 청년은 저의 조언을 듣고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다들 법조계가 어렵다, 힘들다고 합니다. 지방 출신에, 재조 경력도 없으며, 서울에는 연고조차 없이 악전고투 했던 저는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왜 후배에게 꼭 법조인이 되라고 권유했을까요?
법조계는 신규 변호사의 무덤이다? 법조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정당한 노력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지금의 법조계가 생존조차 어려운 레드오션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변호사 숫자가 짧은 시간에 폭증했지만, 그에 맞게 한국 법률시장이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2018. 4. 30. 기준)에 따르면 등록 변호사가 전국 24,522명(서울 18,075/지방 6,447명)이라니 대단하지요. 변호사 1만 명을 돌파하는데 56년이 걸린 반면, 달랑 7년 만에 2만 명을 넘긴 셈입니다. 20년 전 서초동 신입 변호사 월급이 50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낮은 곳도 적지 않다고 하니, 걱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법조인이 되면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만능열쇠를 손에 쥐게 됩니다. “검클빅”이란 말이 있지요? 검사, 로클럭(재판연구원), 빅펌(대형로펌)의 줄임말로, 로스쿨 학생들의 소박한(?) 꿈이라고 하더군요. 소수의 인원만이 좁은 문을 열고 검클빅의 일원이 됩니다만, 이는 사법시험 시절에도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같은 다원화 사회에서 판검사와 대형로펌 이외에도 법조인들이 갈 길은 무궁무진합니다. 개업변호사, 로펌 소속변호사, 기업의 사내변호사, 공공기관 내지 현직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 별정직 내지 정무직 공무원, 국선전담 변호인, NGO의 공익변호사 등 다양한 진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레드오션 속에 보석처럼 숨겨진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찾아보세요.
로스쿨 도입 10년이 되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조계에서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제가 약 15년 동안 몸담았던 대형 로펌에서도 출신의 구별 없이 신입변호사를 선발한 결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난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첫 직장이 ‘검클빅’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직역처럼 법조계도 ‘상시채용’, ‘경력자 우대’의 물결이 흐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3-4년 간 경력을 쌓으면서 좋은 평판을 만들어 가 보세요.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옵니다. 빅펌으로 갈 기회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방송계에서도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지난 6·13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로스쿨 출신들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광역의회의원과 기초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법조인 17명 중 당선된 법조인은 총 10명. 이들은 모두 로스쿨 출신입니다. 출마자 대비 당선율이 64.7%나 된 겁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법조인들이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활동을 하면, 대한민국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점차 성장하여 중앙정치 무대의 주역이 될 날도 멀지 않습니다.
미국 최고 법학전문대학인 예일대 로스쿨 학장과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를 지낸 고홍주 변호사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돈 때문에 직업을 택하지는 마라.”고 합니다. 대신 “직업을 선택하는 유일한 이유는 자신이 그 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는가이다. 법대생들이 법률회사 두 군데를 놓고 ‘연봉을 5000달러 더 많이 주는 쪽으로 가야 하나’ 하고 고민할 때, 나는 ‘그 중 어느 로펌이 네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주로 하느냐’고 묻는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다보면, 보상은 따라옵니다. 변호사 될까 말까? 주저하지 말고 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