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5탈’ 제도, 이대로 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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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5탈’ 제도, 이대로 둘 건가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8.30 16:59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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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수일 전 한 로스쿨 졸업생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지난달 과천정부청사 인근에서 투신자살한 어느 로스쿨 출신자의 죽음에 이은 또 다른 슬픈 소식이다. 지방 모 로스쿨 3기 출신의 윤모씨가 30대 중반의 나이로 척추암과 싸우다 지난 24일 결국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로스쿨 졸업 후 급격하게 암이 전이됐고 이 와중에도 변호사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졸업과 동시에 ‘5년 내에 5회’라는 변호사시험 응시회수 제한이 적용되다 보니 투병 중에도 법서를 놓을 수 없었고 또 지속적인 불합격으로 정신적 압박은 암과의 사투에서 그를 더욱 쇠약하게 했다. 졸업 후 두 번째 시험 때는 장애인 배려 고사장에서 응시했고 지난해에는 첫날 중도에 시험을 포기할 정도로 그의 건강은 악화됐고 그럼에도 올해 마지막 제6회 시험에도 응시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윤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 온, 그의 동기 A씨는 “5년 내에 무조건 응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윤씨는 너무나 힘들어 했다. 적어도 ‘5년’이 아닌 ‘5회’ 횟수제한으로만 운영됐어도, 1~2년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치료했더라면 그는 이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윤 씨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봐 온 A씨 역시 올해 제6회 시험에서 불합격하면서 5탈자가 된 상황이라 동병상련의 애틋함은 더 하다.

40대 중반의 A씨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갓 태어난 막내가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숱한 수술에 학업에 전념할 수도 없었고 부인마저 갑상선과 림프암에 걸려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병간호와 가정을 꾸리느라 그의 심신은 극도로 지쳐갔고 변호사시험에 대한 부담은 그를 더욱 옥죄어 갔다.

“저 역시 윤씨처럼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막내가 한 번 수술에 들어가면 심장을 개봉해야 하는데 경제적, 시간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여기에 더해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스트레스까지 겹쳐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며 “지금은 응시기회도 상실한 상황이어서 공황장애마저 겪고 있는데 그래도 애들을 위해서라도 온전해 지려고 노력 중이다”고 하소연을 전했다.

기자는 변호사시험 5탈자 모임 등을 통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적지 않게 접해왔다. 임신, 출산, 투병, 사고 등으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5년 내 5회’ 제한 때문에 응시기회를 상실한 채 ‘변시 낭인’이 됐다는 사연들이다. 이들은 말한다. “제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스스로의 실력과 능력이 되지 않아 포기를 하면 여한이라도 없는데, 국가가 5년이 지났으니 이젠 시험을 보지 말라고, 이젠 너희들이 알라서 하라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시험에도, 백년대계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자격시험에도 없는 ‘5탈’ 제도가 변호사시험에만 있다는 것이다. 또 기성 법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이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기고 하다.

A씨 또한 “낭인방지라는 공익의 이유만으로 과연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요. 과연 헌법재판관 자녀 중 저희 같은 사례가 발생해도 5탈제도가 합헌이라고 결정할 수 있을까요”라며 분노를 토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간 정신적 낭인이 되지 않을까, 억울하고 분해서 사회를 미워하게 될까봐 스스로 겁이 납니다...”며 말끝을 흐렸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로스쿨 3년이라는 19년의 교육과정을 거친 이들에게 “변호사시험에 딱 5년만 응시하라”는 족쇄가 과연 타당하진 기자 역시 대한민국과 우리사회에 묻는다. 제도가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사람을 위한 제도여야 한다. ‘5년 내 5회’ 폐지가 불가하다면 ‘5년’의 굴레는 폐지하고 ‘5회’ 응시제한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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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변 2018-11-25 23:14:40
오탈제도는 변시 도입될 때부터 도입된 제도이고 로스쿨도입한 이유가 고시낭인 방지 아닌가!

오탈폐지는 로스쿨의 근간을 해치고 로스쿨재학생들이 싫어 할 것임!

2018-11-15 23:22:15
사시없애라고 그 난리를 피우더니..자업자득이다

2018-09-04 01:15:03
본문을 보니 5탈제도가 생각외로 불합리하고 딱한사정을 가진분들도 많네요 그런데 사회적 공감을 얻기엔 힘들어보이네요 솔직히 말해서 사시폐지되고, 낭인 프레임 때문에 만든 로스쿨에서 3년이나 교육받은 사람들이 5년안에도 합격못한다? 이게 그렇게 큰
공감을 얻을수있을까요? 참 안타깝지만 잘생각해보세요

오탈 2018-09-02 18:30:11
오탈하면 자살해야지 등신들 왜삼?

ㅇㅇ 2018-09-02 11:33:58
사시를 부활해...목적과 정당성을 모두 잃었어 로스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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