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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직과 돈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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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직과 돈의 문제
  • 송기춘
  • 승인 2018.08.2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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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는 지난 2014년 3월 전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의 선정을 위한 절차에 지원하기 위하여 학교발전재단에 3천만 원을 기부하여야 하는 총장선정규정의 관련규정(이하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청구 직후 학교는 규정을 개정하여 기부금을 기탁금으로 바꾸고 그 액수도 1천만원으로 조정하였다.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은 청구한 지 4년만인 지난 4월 26일 선고되었다.

규정 가운데 3천만원 기부금 부분에 대한 청구는 규정이 이미 개정되어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었고 1천만 원 기탁금 부분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결정되었다.“이 사건 기탁금조항에 따른 기탁금 액수가 1,000만원이라는 점, 이 사건 기탁금조항이 추천위원회의 최초 투표만을 기준으로 기탁금 반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점, 일정한 경우 기탁자 의사와 관계없이 기탁금을 대학발전기금으로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탁금조항이 정한 1,000만원이라는 액수는 자력이 부족한 교원 등 학내 인사와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총장후보자에 지원하려는 의사를 단념토록 할 수 있을 정도로 과다한 액수라고 할 수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며, “기탁금조항을 통한 후보자 난립 방지, 선거의 과열 예방 등의 목적과 공무담임권의 제약 정도를 비교할 때, 이 사건 기탁금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공무담임권 정도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기탁금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결정의 반향은 미약하다. 이 위헌규정을 가지고 있던 전북대의 경우만 해도 올해 실시되는 총장선거를 앞두고 마련한 규정에서 1천만원 기탁금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1~3천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다른 대학교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 이유로는 우선 이 결정이 이른바 ‘간접선거’를 치르던 시절의 규정에 대한 판단이므로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들 수 있다. 또 총장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의 문제이므로 대학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고, 또한 돈을 통해서라도 ‘후보자의 난립’을 막아야지 다른 방도가 없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을 위한 절차에 지원하는 당사자들로서는 ‘쩨쩨하게’ ‘돈 몇 푼(?)’ 문제 삼다가 진짜로 ‘쩨쩨한’ 사람으로 취급될까 봐 문제 삼지 못하고, 다른 구성원들로서는 선거 때마다 몇 천에서 억대의 발전기금이 들어오니 이를 마다할 리가 없는 사안이 되었다.

공직선거법의 기탁금 반환 규정을 빌어 대체로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기탁금을 전액 반환하고 10%~15% 득표하면 반액을 반환한다고 하지만 이미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한 사람이 아니면 기탁금을 날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절차에 참여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어떠한 선거에서든 15% 이상 득표하는 후보의 수는 대개 3명 남짓이다.

이렇듯 고액 기탁금제도에 대해 너그러운 것은 근본적으로 공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직을 하려는 사람은 욕심이 많고 직의 수행을 통하여 많은 이익을 누리려 하고 또 실제 그러하니 돈을 가지고 통제하려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하는 식의 생각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실제 현실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돈으로 통제하는 제도 때문에 돈이 없으면 선거에 참여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돈 있는 사람만이 공직을 수행할 엄두를 내게 된다. 공직을 제대로 수행하자면 공직자 개인이 사적 이익을 취할 수도 없고 공적인 목적으로 개인적인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공직선거에서 고액 기탁금을 요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두 나라 모두 금권정치가 판치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옳고 맑은 뜻을 가진 사람이 공직 선거절차에 참여할 생각을 포기하는 것은 공동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정치혐오가 혐오할 정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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