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 / 명성교회 세습논란과 사법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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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 / 명성교회 세습논란과 사법심사
  • 신종범
  • 승인 2018.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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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고등학교 때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에 아담한 교회가 하나 있었다. 교회 근처에 버스 종점이 있었고, 교회는 그렇게 서울 변두리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교회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힘이 들 때면 찾아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던 곳이었다. ‘명성교회’. 교회가 위치한 곳이 강동구 명일동이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일동의 소리’가 되겠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후 ‘명성교회’는 성장을 거듭하여 교회 건물을 3개나 짓고, 등록교인 10만 명이라는 초대형 교회로 명성(名聲)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이유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명성교회를 설립한 김삼환 목사가 퇴임을 하면서 담임목사직을 그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물려준 이른바 ‘목사 세습’ 문제로 인하여 명성교회 뿐만 아니라 개신교 전체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명성교회의 이번 목사 세습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재벌 총수가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온갖 편법과 탈법 수단을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헌법은 “은퇴하는 목사의 직계비속을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이 교회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이 일게 되자 명성교회는 2014년 3월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세워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취임시키고, 2015년 12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뒤 새로운 목사 청빙 없이 임시체제로 운영을 하다 2017년 3월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를 합병하고,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안건을 통과시킨다. 그 이후 명성교회는 서울동남노회에 ‘김하나 목사 청빙 청원’을 제출하면서 김삼환 목사는 이미 은퇴하였기 때문에 교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므로 그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하더라도 교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회 헌법위원회는 명성교회의 목사 청빙 청원을 반려하였지만, 정기노회는 청원 반려를 이유로 노회장직을 승계하게 되어 있는, 노회 헌법위원회 위원장이자 부노회장인 김수원 목사를 배제한 채 김하나 목사 청빙 청원을 결의했다. 이후 김하나 목사는 2017년 11월 12일 ‘새노래명성교회’ 오전 예배에서 사임을 알리고, 그날 저녁 ‘명성교회’에서 위임식을 통하여 아버지에 이어 명성교회의 담임목사로 공식적으로 부임하게 된다. 한편, 서울동남노회 내부에서 김수원 목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재판국에 ‘김하나 목사 청빙 청원 결의 무효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그 재판이 얼마 전에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재판국은 재판국원 15명 중 8명의 찬성으로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삼환 목사는 이미 은퇴하였기 때문에 교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므로 그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하더라도 교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명성교회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재판국의 판단에 대하여 명성교회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앞으로 목사 세습의 길을 열어 주었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번 명성교회 담임 목사 청빙 과정에서 세습을 금지하는 교회 헌법 위반의 실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노회의 결의 과정에서 심각한 절차상의 위법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법조인 500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에서는 ‘김하나 목사 청빙 청원 결의’는 절차적으로도 위법할 뿐만 아니라 세습금지를 규정한 교회 헌법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일반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일반 법원에 가져간다고 하여도 우리 법원은 실체 판단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 법원은 종교분쟁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즉, “종교 활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하여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그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국가기관인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그것이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그 실체적인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노회결의무효확인을 구하는 소’, ‘교회규정을 위반하여 장로를 선출한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 등에서 실체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여러 차례 소를 각하하였다.

이번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인하여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싸늘해졌다. 특히, 개별 교회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하는 교단 재판국에서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세상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하루속히 교단 스스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교회가 어찌 세상의 구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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