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5)- 말, 거짓말, 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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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5)- 말, 거짓말, 여론조작
  • 강신업
  • 승인 2018.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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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지금까지 언어학자들이 인류의 여러 말을 연구한 결과 인류는 인종이나 민족과 상관없이 모두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에 반해 아무리 발달한 동물도 말을 배우지는 못했다, 침팬지를 어렸을 때부터 인간과 같은 환경에서 길러 보았으나 말을 익히지 못했다.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인간만의 도구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비로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인간을 속이는 손쉬운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거짓말은 그 동기가 복잡하지만 대개 남의 이목을 끌어 자기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거나, 벌을 받는 것이 두려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보복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거짓말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집단화된다는 것이다.

거짓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랜 것이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거짓말도 늘어 오늘날의 재판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어 버렸다,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하기도 하고 대질신문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다. 결국 진실 공방이 벌어질 때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두 여인이 솔로몬을 찾아왔다. 둘은 어떤 남자 집에서 살고 있었고 얼마 전에 둘 다 딸을 낳았다. 그중 한 아이가 죽고 말았는데 아이가 죽은 엄마가 살아있는 아이와 바꿔치기했다는 것이 한 여인의 주장이었고, 다른 여인은 그것은 터무니없는 누명이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솔로몬은 두 여인에게 칼을 한 자루씩 주며 '살아 있는 이 아이를 둘로 잘라 반반씩 나눠 가지도록 하라'라고 명했다. 그러자 한 여인은 통곡하며 '얘는 저 여자의 아이입니다'라고 말했고, 다른 여인은 '아이를 반으로 나눠 주십시오'라고 당차게 나왔다. 솔로몬은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한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했다.

요즘 우리 주위엔 이런저런 진실 공방이 한참이다. 이재명과 김부선, 이재명은 김부선과 사귄 적이 없다고 하고, 김부선은 이재명과 교제한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안희정과 김지은, 두 사람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인지 여부를 두고 말이 다르다. 누군가는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있다. 일단 1심 법원은 김지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드루킹과 김경수, 김경수가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에 가서 킹크랩 시연회를 보고 댓글 공작을 승인했는지를 두고 말이 다르다. 경제적 공진화 모임을 이끌면서 댓글 작업을 진두지휘한 드루킹과 그 일당들은 김경수가 시연회에 참석해서 킹크랩 구동을 직접 봤다고 진술한다. 김경수는 느릅나무 출판사에 간 것은 맞지만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거짓말은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비롯된다. 그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에겐 양심이 있기 때문에 대개 거짓말은 표식을 남긴다. 가령 위기의 순간에 억지로 그럴듯하게 말을 만들어내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이때 특이한 신체적 반응과 언어적 특징이 나타난다.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꼬이기도 한다. 주역에는 “말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나타내면 그자의 마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위선적인 사람은 그 말이 이리저리 일정치 않고 진실하지 못하다”라고 적고 있다. 맹자는 “억지소리를 늘어놓거나 말을 이리저리 꾸미는 사람은 진리를 돌아보지 않는 자다. 말이 왔다 갔다 일정치 않으면 이미 대응이 궁색해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얻는 이익이 크면 클수록 거짓은 더 기승을 부린다. 여론을 조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세상은 거짓을 퍼뜨려 이득을 취하고, 또 거짓말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들의 천지가 될 것이다. 거짓을 물리치는 방법은 무엇보다 거짓에 속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거짓에 속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만큼이나 사회에 해롭다. 속는 사람이 많을수록 여론 왜곡이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누가 거짓으로 이득을 보려 하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거짓말로 여론을 조작해서 혹세무민하려는 자들을 세상에서 몰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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