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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68 / 동산담보제도와 감정평가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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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7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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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2012년 쯤 같은 제목을 단 글을 쓴 게 기억난다. 중소기업을 위한 동산금융 도입을 앞두고 기대 반 우려 반 쟁점사항을 살펴본 글이다. 필자로선 전시성 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고 있었다.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니까 굴러가긴 할 텐데, 하는 시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활성화되는 것은 정부정책만으로 어렵다. 동산금융 수요자, 공급자 모두를 견인할 유인책이 탄탄해야 했다. 12년 하반기부터 1년 간 이 제도를 이용하여 대출을 일으킨 기업이 2400여개였고 대출총액은 6000억에 육박했다. 현재 대출총액은 2000억 원으로 한창 때에 비하면 1/3 토막에 불과하다. 또 동산 중 기계설비 등 유형 자산에 편중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과연 기업 보유 동산이 실질적인 담보물로 활용이 됐는지도 자신 못한다.

큰 딸, 작은 딸 각각 아내에게서 용돈을 받아쓴다. 사용처나 사용패턴은 제각각이란다. 다만,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에 돈을 쓴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를 조사할 때 상위순번에 늘 자리하는 게 ‘재테크’다. 매일의 고달픈 일상 탈출을 위해 혹은 안정된 노후를 위해 무언가를 취득하고 운용, 처분하려는 계획이다. 안정된 물건과 큰 수익을 얻게 해 줄 물건이 겹치면 1순위 투자처가 된다. 돈이 들어가는 곳에는 이유가 있다. 좋아하거나 돈이 되거나, 딱 그거다.

금융기관의 돈 놀이 방법은 크게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다. 민법에서의 담보(擔保) 정의는 ‘빚진 사람이 빚을 갚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그 빚을 대신할 수 있는 신용으로 받는 것’이다. 사람을 볼모로 잡든 물건을 맡겨 놓든 해야 한다. 용돈사용처나 투자물건 선택과 같이 은행에서 담보로 잡고 싶어 하는 선호 물건이 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발표한 ‘2017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을 보면, 동산은 0.05%, 예금 등은 6%, 나머지 94% 가량이 부동산에 쏠려 있다. 금융기관의 최 선호 돈 놀이터는 부동산이다. 누구는 편하게 돈 번다고 은행을 비난하지만, 편하게 돈 벌고 싶지 않은 기업이 어디 있는가?

올해 상반기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은 크게 4가지로 보인다. 1.담보 안정성 강화 2.은행권의 여신 운용 체계 전면 개선 3. 정책적 취급 유인 제공 4.무체 동산 특성에 맞는 활성화 방안 마련이다. 담보 안정성과 관련해 사물인터넷(IoT) 자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세부 방안은 참신하다. 허락 없이 물건을 이동, 훼손할 수 있다면 동산을 보고 돈을 내 줄 은행이 어디 있을까. 은행권의 여신운용체계 개편은, 담보 비율을 원칙적으로 은행이 정하도록 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업도 기존 제조업에서 유통, 서비스업까지 확대하면서, 담보물 유형도 기계, 원재료에서 자체 동력이 있는 물건과 제품까지 다양화시키는 방안을 아우르고 있다. 정책적 취급 유인책은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추가 혜택을 주겠다는 것. 이용 기업에는 금리 인하나 한도 우대, 동산담보대출액에 연동하는 추가 대출 보증을, 은행에는 동산담보대출액에 쓸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을 낮춰주고 동산담보 부실채권에 대한 조기상각 허용 등으로 세 부담을 완화하는 식의 혜택을 줄 요량이다. 무체동산 담보 활성화는 지식재산권과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 활성화 방안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동산담보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를, 제도의 미비점이나 인프라 구축 실패에서 찾는 듯하다. 또한 4차 산업 육성과 같이 금융기관의 생계를 책임질 핵심 역점 사업으로까지는 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5년 내 30배 확대되어 봐야 6조원 시장인데, 담보대출 시장에 비하면 티도 안 난다. 그래도 일부 중소기업에 도움 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정책 정당성은 확보되고 전시성 행정으로 포장하기도 좋다. 이 정부의 기조와도 맞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편한 옷을 선호한다. 혹자는 수요자가 ‘오르가즘’을 못 느끼게 하는 서비스는 실패라고 한다. 수요자뿐이겠는가? 공급자도 엉덩이 무겁다. 솔깃해야 한 발짝 뗀다. 부동산담보대출과 같이 동산담보대출을 위해서도 감정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감정평가업계는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 인프라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감정평가사 대부분의 입장은 ‘귀차니즘’에 가깝다. 크게 돈은 안 되고 품은 많이 들 것으로 염려하기 때문이다. 돈 되는 부동산 감정평가만 해서도 안 되지만, 돈 안 되는 동산 담보평가를 지나치게 강요받아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계획했던 대로 동산담보시장이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창업기업, 초기 중소기업이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을 확보했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감정평가업계는 동산 담보평가를 사회적 책무로 여기고 기꺼이 조력해 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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