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레빈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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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레빈의 깨달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8.0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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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소설 최고의 첫 문장 중 하나로 종종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의 한 대목이다. 안나는 부유한 권력자 카레닌의 아내이자 사랑스런 아들을 둔 어머니로 안정적이지만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매력적인 청년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불꽃 같은 사랑에 빠져 가정도 버리고 사랑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쳤지만 고난과 방황 끝에 브론스키를 처음 만났던 기차역에서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안나 카레니나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고전이다. 기자의 경우 소피 마르소가 안나 역할을 맡아 연기한 영화를 통해 처음 안나 카레니나를 접하게 됐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영화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비극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소피 마르소의 미모와 눈보라 치는 옛 러시아의 고풍스런 풍경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때문에 굳이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실 고전이라 불리는 책 몇 권을 읽고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던 것도 안나 카레니나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고전 속 인물들의 격한 감정 표현이 기자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더랬다.

사랑하는 사람과 불화가 좀 있다고 해서 커튼을 잡아 뜯고 머리를 산발한 채로 길길이 날뛰는 모습 같은 게 익숙할리 없지 않나. 조금 고상하게 말하자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 그렇기 때문에 그저 막연하고 낯선 옛 시절의 향수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표현들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을 걸친 것 같은 어색함이나 이질감으로 느껴졌고, 속되게 말하자면 “왜 이렇게 오바질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달까.

그런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더니 갑작스fp 길고 장황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시기가 도래했고 안나 카레니나의 분량은 충분히 길고 장황했다. 그리고 저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한 독서의 끝에 안나 카레니나는 가장 좋아하는 책들의 반열에 올랐다.

안나 카레니나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만들어준 것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레빈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깨달음이었다. 레빈은 게으른 농노들을 계몽하려고 애쓰고 보다 발전하기 위한 고뇌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건초 위에 누워 고민하던 나날들 중 하루는 획기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기뻐하다가 막상 결과가 생각한대로 나오지 않으면 분노하기도 하고 때로는 풀이 죽고 좌절하는 레빈을 보며 다른 고전에서 느끼지 못한 공감을 얻었다.

레빈과 기자의 고민은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한 인간으로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고뇌과 방황, 그리고 인간이기에 당연히 지니고 있는 약함과 그로인한 좌절이라는 점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레빈과 나눈 공감에 수험전문지의 기자로서의 입장을 보태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를 조금 각색해보고 싶다. “합격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이지만 합격의 이유는 모두 비슷하다”고.

직업적 특성상 어려운 시험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단기간에 순탄하게 합격을 이룬 이들도 있지만 수년간 공부하며 불합격의 고배를 여러 번 마셔야 했던 이들도 있다. 공부 방식도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기자는 바로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성공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레빈도 고뇌하고 좌절했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매 순간이 인생을 의미있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111년만의 폭염이라는 혹독한 날씨 속에서 제각각의 방식으로 제각각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레빈과 함께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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