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3)- 역사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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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3)- 역사와 정치
  • 강신업
  • 승인 2018.08.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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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역사는 정치의 방향 가늠자다. 정치는 민중의 욕구와 분출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늘 역사에서 배우고 역사를 그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가의 스승은 다름 아닌 역사적 인물이다. 특히 인간 삶의 근본은 과거나 현재가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사회 갈등의 원인과 양태 또한 과거나 현재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치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그것을 현실에 반영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인간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기획이자 시도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까닭에, 아니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까닭에, 인간은 운명적으로 사회를 이룰 수밖에 없는데, 바로 그 사회를 유지 존속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이 정치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정치인이 역사를 말할 때는 보통 자신에게 유리한 어떤 부분을 취사선택하거나 강조하는 수가 많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어차피 통사나 보편사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행보에 부합하고 또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높은 차원의 정치가는 역사적 교훈을 내재적으로 신념화하여 현실 정치에 접목함으로써 인간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독일의 역사가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강조했지만 그것은 역사가가 가공되지 않은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늘어놓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 삶에서 역사가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오늘의 삶을 형성하는 하나의 동인으로 작용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가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것은 역사가의 임무가 과거와 현실을 의미 있게 이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가 오늘과 유리되어 박제된 채 박물관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과거와 현재가 다른 곳에 있는 채 서로를 바라보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역사가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가 세계 문명을 21개로 묶어 세계 문명사를 정리하면서 문명과 문명의 충돌, 기존 문명의 소멸과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도전과 응전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은 역사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을 안긴 것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기 때문에 생활정치라는 측면에서는 누구나 정치인이다, 그러나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나만의 삶이 아닌 내가 속한 사회와 구성원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하룻밤 풋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위대한 역사서와 역사가가 부재한 것과 연관이 있다. 인류 최초의 동서양 대결이라 불리는 40여 년간의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책이자 인류 역사상 최초의 체계적 역사서인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상고시대부터 한나라 무제(BC 104~101년)까지의 중국과 그 주변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사마천의 「사기」와 같은 역사서는 단순히 한 시대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위대한 정치 교과서다.

우리 사회엔 요즘 이런저런 역사 강의가 넘치고 역사물도 넘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정통 역사서가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가의 출현은 소명의식을 가진 역사가의 출현과 상호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역사서, 과거를 통해 미래 정치의 사명과 역할을 제시하는 역사서, 대대로 정치가의 좌표가 될 정통 역사서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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