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42) - 왜 공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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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42) - 왜 공부하는가?
  • 정명재
  • 승인 2018.07.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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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무더위에 지친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국가직 7급 시험과 지방직 7급 시험 또는 경찰직 등의 시험을 앞에 둔 수험생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이 무더위를 슬기롭게 보내고 있어야 한다. 이제 시험을 시작한 친구들 역시 내년을 대비하며 정보를 모으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늘 그렇지만 무더위도 지날 것이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 한 해도 훌쩍 지나 시험 준비에 바쁜 계절이 온다. 무더운 여름은 누구에게나 지치고 힘겹기는 마찬가지이니 남들과는 다른 마음자세로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수험전략이라 하겠다. 늘 공부하면서 느끼는 한[一] 생각이 있었다. ‘왜 공부를 하는가?’이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가를 성찰하면서 무더위를 잠시 잊어보자.

그동안 상담을 위해 찾아온 수험생들을 떠올려 본다. 각양각색의 수험 인생이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왜 공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시작한 공부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깨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실패에 대한 고민을 하며 해결책을 생각해 내려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그들은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막연하게 1년만 더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원래 오래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 들었기에 수험공부를 계속했다는 거였다.

지식은 남의 것이나 내 것으로 만들려 노력하는 과정이 공부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그러하고 사잇소리 현상이 그러하듯이 알면 되는 것이 지식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거창한 미사여구(美辭麗句)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공부란 책을 읽고, 읽은 것을 되새기며 그 원리와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다. 나는 어떤 시험을 준비하건 이러한 단순한 개념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많은 준비를 하지는 않는다. 내일부터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시험을 준비하겠노라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가 공부 시작의 첫날인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적어도 공부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다. 나이가 많고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할 때라 늦은 시간까지 책을 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지금은 강사를 하고 수험서를 집필하는 저자로서 생활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직업은 자영업자였다. 자영업의 생활이란 지친 일상과 잡히지 않는 미래의 불안감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시간이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로 인해 무심히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들여다 볼 여유는 사치(奢侈)로 다가왔고 안정된 미래란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루 종일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씻으며 늘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작한 일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다. 공부를 하는 일과 자영업의 일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 다 성공확률은 극히 낮은 것이고 인내(忍耐)로 무장된 사람만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공부를 하는 쪽을 택한 당신이라면 왜 공부를 하는 가를 생각해야 한다. 공부란 지식의 향기를 가까이 하는 것이고 오랜 시간 누적된 지식이란 사람의 향기를 돋보이게도 하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신문을 볼 때 아는 만큼 기사가 보이는 것이다.

미세먼지 기준이 어떻고 오늘 날씨가 폭염주의보라는 기사를 읽을 때, 2일 연속 기온이 33도 이상이면 폭염주의보라고 하는 것을 아니 말이다. 단순히 알고 모르고를 떠나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이다. 자영업의 일은 돈을 버는 일을 목표로 하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불황의 늪에 가까울 정도이다. 오늘도 거리를 지나며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을 여럿 보았다. 나도 그 심정을 안다. 그래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만 자영업의 고통에 비하면 천국(天國)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는 그 순간은 잡념과 고통이 없어지는 것도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는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이다. 공부를 할 때는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보고 생각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 하는 일은 없듯이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합격을 하고 원하는 성적을 얻는 일은 드물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심을 담아 노력하는 자세가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패했다고 하여 포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살피고 다음에는 이를 보완하려 노력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실패와 도전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일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것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공부하는 기간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을 수 있다.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치면서 겸손을 배우고, 실패를 겪으며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고통을 이해하는 깨침을 얻는다면 공부하는 이 시간은 나의 인생수업으로도 훌륭하다. 노량진에서 보낸 지난 4년은 매일이 나의 인생수업이었다. 밤을 새우는 일에서 고독한 러너(runner)가 되어 보기도 했으며, 배고픔을 이겨내려 마신 미숫가루 한 사발에서는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기도 했으니 언제나 즐겁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신라의 고승 원효의 말처럼 일심(一心)이 중요함을 깨친 순간이었다.

1909년 안중근 의사는 11명의 동지들과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고 국권을 회복하자는 동의단지회를 결성하고 단지동맹을 맺는다. 이들의 맹세는 왼손 넷째 손가락 첫 관절을 잘라 혈서로 '大韓獨立(대한독립)'이라고 쓰면서 이뤄졌다. 우리는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의 결심에서 결연한 의지와 뜻을 배울 수 있다. 지난 토요일 의정부역을 지나며 그 앞에 서 있던 그 분의 동상(銅像)에서 이러한 숭고한 마음을 배웠다.

‘나는 지금 무슨 결심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공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수험생에서 공무원 합격생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이 나의 직업이다. 나의 목표는 무엇이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 역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얼마나 큰 결심으로 세상을 맞이하고 살아가는지를 말이다. 공부를 하는 일이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되었으면 한다. 공직에 입문하여 공무원이 되려는 분들이라면 수험생으로서 공부하는 기간 동안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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