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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협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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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협치의 조건
  • 송기춘
  • 승인 2018.07.2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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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지는 첫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 대변인이 야당에 대해 협치를 제안하였다. 야당은 한 목소리로 이를 무례한 제안이라고 하면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도 당연히 반대했지만, 대변인이 자유한국당을 염두에 두고 협치 발언한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

정당이나 정파 사이의 협력적 정치라는 의미의 협치가 이뤄지는 예는 적지 않다. 우선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당선을 위해 정당간의 협력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연합(선거 직전 깨졌지만)이 그 예이다. 또한 이번처럼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도 국회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 국회 안에서 정당간의 협력은 국회, 나아가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특히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가 더욱 강화되면 국회에서 과반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하여 다른 정당이나 정파 사이에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제 협치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국회도 국회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상임위원장의 배정에서 일정한 협치의 관행을 가지고 있다. 그게 자주 바뀌어서 관행이라고 하기엔 이르지만.

하지만 말이 좋아 협치이지, 협치라는 게 달리 보면 정당간의 야합인 경우도 있다. 1990년 3당이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정당을 만든 것도 안정적 국정운영을 꾀한다는 미명 아래 이뤄진 협치라고 하겠지만 그 실상은 국민의 뜻을 배반한 것이었다. 국회의 의석분포를 국민의 뜻과 달리 변화시키면서 대표관계를 왜곡시키고, 국민이 의도한 권력통제 구상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정당 사이에 도대체 어떤 걸 주고 받았는지도 알 수 없고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알리지 않고 몇 정당이 밀약을 맺고 연합을 하는 일은 협력적 정치라기보다는 반민주적 행태이다. 대표랍시고 선출만 되면 국민이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권력과 이익 배분을 둘러싸고 정당 간에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것이 민주주의일 수는 없는 것이다. 협치는 대개 내각의 구성에서 장관직의 배분 등의 외형을 가지지만, 마냥 장관만 배정하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기 쉽다. 다른 정당에서 추천되어 임명된 장관이 정책수립과 수행에 관하여 독자성을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자리 나눠먹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협치를 위해서는 우선 이에 관한 국민의 명시적인 또는 묵시적인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과정에서 정당의 정책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의 과정이 필요하다. 선거 후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거나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가진 정당끼리의 연합이 일상화되면 다음 선거를 통해 구성된 국회에서 몇 개의 정당이 연합을 결성하고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예상 외의 정당 사이에 연합이 이뤄지는 경우도 배제하진 못한다. 특히 의원내각제의 경우는 더 그러할 것이다. 정당 간의 연합을 위해서는 전국민적 동의는 아니어도 적어도 당해 정당 지지자들의 동의는 필요하다. 정당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협치가 이뤄지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정당간 연합이 합의의 형태로 공식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당간의 협상을 통하여 정당연합협약이라는 문서를 통하여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인지가 확인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정당간의 담당 부처도 배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각 정당의 동의를 얻은 후 협약 내용은 일반국민에게 공시되고 언제라도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간의 연합이 야합이 아니고 민주주의에서 가능한 정당간의 협력적 정치행위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런 협약문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청와대 대변인의 협치 제안이 좀 더 성숙한 협력적 정치의 사례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필요한 이 일을 당장 개각을 앞두고 제안하는 걸 보면 앞의 조건을 갖춘 협치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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