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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 / 미국 연방대법원 최근 결정: 정부의 자국 법 해석은 미국 소송 과정에서 어떠한 효력을 갖는가?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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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7  1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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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새 연재를 시작하며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연재를 마치고 석 달 정도가 지났다. 매주 한번씩 찾아오는 마감에서 해방된 느낌도 잠깐, 다시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지면을 통해 게재하는 성취감이 아쉬워지면서, 법률저널에서 지면을 허락받아 한 달에 한번, 미국법, 그 중에서도 소송과 정부 조사 등에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독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한 달에 한번씩 연재를 하기로 한다. 첫 연재는 미국 법원이 외국(미국 외 국가) 법의 해석이 소송 쟁점이 되는 경우 그 외국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근 결정을 다룬다. 법은 국경을 따라 경제 활동을 규율하지만, 경제 활동이 반드시 국경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외국 기업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반대로 소송의 피고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미국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외국 기업이, 자국 법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미국 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 외국 기업의 본국 정부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견서를 제출한다면? 연방대법원은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신중한 고려”라는 이름으로 제시한다.

■ 요점

2018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연방 법원이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결정적인 효과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 미국 연방대법원의 “신중한 고려” 기준에 따라, 미국 법원의 외국 법 해석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었다.

- 자국 법 해석이 미국 법원에서 최대한의 효력을 갖기 위해서 법 해석을 발표할 때 미국 연방대법원이 제시한 다섯 가지 지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미국 법원은 소송 당사자가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과 관련해 제출한 증거를 참고할 것이다.

■ 결정 내용 및 해설

미국 연방대법원의 Animal Science Products, Inc. v. Hebei Welcome Pharmaceutical Co., Ltd., Sup. Ct. No. 16-1220 결정은 미국 법원이 외국 정부의 자국 법령 해석을 어느 정도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2018년 6월 18일 긴즈버그 대법관이 발표한 만장일치 의견에 따르면, 외국 정부가 소송의 쟁점이 되는 자국 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 미국 연방법원은 그 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신중히 고려(respectful consideration)해야 하지만, 결정적인 효력(conclusive effect)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 결정은 소송의 하급 법원인 제2 연방항소법원의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인 한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bound to defer)”는 결정을 기각하였다. 제2 연방항소법원은 중국 수출법 상의 요건을 해석한 중국 상무부의 법정조언자 의견(amicus curiae brief)을 존중하여 피고 허베이(중국의 해외 수출 기업)의 소 각하 신청을 거부한 원심을 기각하였다.

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은 제2 연방항소법원이 채택한 확고한 원칙이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44.1항에 반한다고 해석하였다. 이 44.1항은 외국법 해석은 법률관계에 대한 문제로 법원은 외국법 해석을 위해 어떠한 관련 자료도 참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은 제2 연방항소법원이 중국 정부의 해석과 상충되는 증거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연방항소법원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갖는 문제점과 다른 증거를 검토했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다른 증거에는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에 이전에 제출한,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비타민 C 수출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성명도 포함된다.

연방대법원은 미국 법원이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에 전적으로 구속되지 않음을 판결에 명시하면서, 이들 법원이 외국 정부의 해석을 어느 정도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신중한 고려” 원칙은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을뿐더러 상충하는 증거의 설득력, 분량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방대법원은 세계의 다양한 법제도, 외국 정부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급 법원이 새로운 “신중한 고려” 기준을 적용하는데 겪을 어려움을 예상하여, 연방대법원은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 분석의 지침이 되는 다섯 가지 “관련 고려 사항(relevant considerations)”을 제시하였다.

(1) 법 해석의 명확성, 철저함 및 근거

(2) 해석의 맥락과 목적

(3) 해당 외국 법제의 투명성

(4) 해당 해석을 내린 정부 기관 혹은 정부 관료의 역할

(5) 해당 해석과 과거 정부 해석의 일관성

연방대법원의 “신중한 고려” 기준은 하급 법원의 주관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남기고 있으므로, 외국 법원 및 피고는 위 다섯 가지 고려 사항에 해당하는 관련 사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포함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위 다섯 가지 사항은 외국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그러한 증거는 연방 민사 소송규칙 44.1항에 따라 고려해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 역시 소송 당사자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소송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하여 외국 정부의 자국 법 해석을 뒷받침하는 입법 연혁이나 입법 목적과 관련된 다른 배경 사실, 전문가 증언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방대법원 결정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하루 전에 발표되었다. 이 결정이 중국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이 소송의 매 단계에서 국제 예양과 상호주의(international comity and reciprocity)가 논의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제2 연방항소법원의 “구속력 있는 존중 (binding deference)” 원칙을 무효화하면서,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외국 법원이 미국법 해석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해석에 구속되어야 한다거나 다른 관련 자료를 검토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국제 예양의 원칙에 따라 미국 법원은 외국 정부의 자국 법의 의미에 대한 견해를 주의깊게 검토해야 하지만, 그러한 견해가 같는 효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제2항소법원의 판결을 무효화하고 관련 중국법을 이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검토하도록 명령하였다. 연방대법원은 해당 중국법의 해석에 있어서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았다.

* 이 내용은 Latham & Watkins 캐서린 파머 (Catherine E. Palmer), 벨린다 리 (Belinda S. Lee), 쉬 훼이 (Hui Xu), 엘리자베스 옌델 (Elizabeth H. Yandell)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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