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2)- 셀프고용과 셀프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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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2)- 셀프고용과 셀프착취
  • 강신업
  • 승인 2018.07.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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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잉여이익을 얻는다는 자본 대 노동의 막스식 논의구조는 오늘날 얼마나 유효한가. 적어도 자본이 잉여이익을 만들어낸다는 오래된 명제는 투기자본에 관한 한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금융투자를 한 경우 자본을 통해 많은 잉여이익을 낼 수 있다. 가령 서울 목 좋은 곳을 찾아 아파트에 투자해서 수억 원의 투자이익을 낼 수도 있고,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이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 의미에서의 자본가 대 노동자라는 분류, 가령 생산수단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라는 등식은 오늘날 더는 성립하기 어렵다. 사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다. 자영업자 중 치킨집,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형식상 자영업의 모습을 띠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본점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기형적 형태의 임금노동자일 뿐이다. 즉 얼마간의 자금을 자기 고용을 위한 비용으로 지급하고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어 셀프고용을 한 것이다. 가사 이들이 타인을 고용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투자 대비 잉여이익의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계속적 고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다.

문제는 셀프고용자들은 자기 착취가 심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017년 12월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 48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51%는 한 달 매출이 383만 원 이하로 조사됐다. 월 매출이 100만 원 이하라고 답한 자영업자도 21%나 됐다. 신고 매출과 실제 매출과의 차이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국내 자영업자의 평균 순이익률은 20% 수준에 그친다. 결국 자영업자의 절반은 온종일 일해도 한 달에 70만~80만 원 정도밖에 남기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부동산 임대료 등 고정비가 증가하고, 프랜차이즈 서비스업종의 경우 원료비와 가맹비 등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은 더더욱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셀프고용의 경우 사실상 자본 투자가 없거나 매우 적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선 고정비를 줄일 수밖에 없지만, 고정비용 중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혼자 일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2017년 12월 발표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고용주 단독사업자는 392만 명으로 전체의 82.0%에 달한다. 월급을 받지 않는 무급 가족 종사자의 수는 115만 명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의 총고용 규모는 33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0.5%가 감소했다.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자영업자가 사라지고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가 된다는 것인데, 한국에선 아직도 자영업자 비율이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평생 고용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한 데다가 사회복지가 미흡한 까닭에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마지못해 창업하고 온 가족이 거기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무한경쟁을 촉발하여 그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몬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들의 아우성이 결코 엄살이 아니라는 것은 시민 불복종 운동은 물론 저항권까지 운운하는 데서 충분히 감지된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답게 살 권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답게 살 권리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구현되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들은 형식상으로는 고용주, 거창하게는 자본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다수가 셀프고용을 통해 자기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이들에게 실질 소득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가임대료, 카드 수수료, 은행 대출금 이자 등에 대한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는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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