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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8) / 기무사 내란음모사건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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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0  10: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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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헌법 제77조),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계엄법 제2조 제1항), “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계엄법 제2조 제2항)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시민들의 촛불시위는 개최 때마다 기록을 갱신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했었다. 촛불시위는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고 이루어졌고, 행진 방향이 청와대로 향하면서 집회신고가 불허되면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얻어 그 범위까지만 진행하는 등 철저히 현행법을 준수하면서 이루어졌다. 촛불시위에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음에도 우리들 스스로가 놀라고 전 세계인이 경의를 표할 정도로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행정부, 국회, 법원 등 헌법기관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이 우리 헌법과 계엄법이 예정하고 있는 계엄이 필요한 상황이었는가? 놀랍게도 우리 군은 당시 상황에서 계엄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것도 계엄 관련한 권한도 없는, 오히려 쿠데타를 예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을 검토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도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단순한 검토를 넘어 병력 및 무력 배치, 계엄군의 임무수행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겨 있다.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상적인 계통을 통한 계엄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왜 계엄 관련 권한도 없는 기무사가 이를 검토하였는지, 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왜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수립하였는지, 누구의 지시에 의해 그러한 검토와 계획이 이루어졌는지 등의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시 관련 보고를 받고 특별수사단을 통해 이를 밝힐 것을 지시했다.

특별수사단이 검토하게 될 범죄는 형법상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가 될 것이다. 두 범죄 모두 미수와 예비, 음모죄를 처벌하고 있다. 기무사가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검토하였다고 한다면 우선 내란죄가 문제된다.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경우에 성립한다.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91조)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계엄지역의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고,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은 계엄사령관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며, 계엄사령관은 특별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계엄이 해제되기 전까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기능이 소멸되고, 헌법기관의 권능행사가 불가능(판례는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하게 된다. 문제는 계엄선포권이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당시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면 형식적으로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권한행사로 볼 수 있으므로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 우리 헌법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상황을 엄격히 규정해놓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정권유지를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실질적으로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계엄이라는 강압적 수단을 통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한 경우에는 재직 중이라도 불소추특권이 인정되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한 경우를 상상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이처럼 계엄이라는 수단을 통한 내란죄 성립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법원은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라고 판단한바 있다.

한편, 내란죄에서 ‘폭동’이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하는데, 계엄선포는 강압적 효과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고 그와 같은 강압적 효과가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령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 전혀 계엄상황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정권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실제 계엄을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이라면 ‘내란(예비,음모)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당시 기무사령관은 문건 작성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청와대나 국방부장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수립한 계획이라면, 군형법상 ‘반란(예비, 음모)죄’도 성립할 수 있다. 군형법상 반란죄는 군인이 작당하여 병기를 휴대하고 군 지휘계통이나 국가기관에 반항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군 지휘계통에 대한 반란은 위로는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최말단의 군인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연결되어 기능하여야 하는 군의 지휘통수계통에서 군의 일부가 이탈하여 지휘통수권에 반항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할 것인데, 계엄상황에 대한 판단, 병력동원, 이동 등 계엄에 관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가 상관의 지시도 받지 않고, 이를 실행하고자 준비하였다면, 이는 군 지휘계통이나 국가기관에 반항하는 준비행위로서 ‘반란(예비,음모)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일부 군인들이 무력으로 헌법 수호를 외치는 국민들은 짓밟고 권력을 찬탈한 후 오랫동안 억압적인 군사독재를 실시한 뼈아픔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반란과 내란의 일련의 범죄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수괴는 당시 보안사령관이었고, 보안사는 현재 기무사의 전신이었다. 과거의 망령이 부활한 듯한 섬뜩함을 느낀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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