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1)-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와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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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71)-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와 절제
  • 강신업
  • 승인 2018.07.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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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터넷이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는 비대면 대화의 무한 확장이다. 대화(對話)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 상대방과 나누는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대화와 독백의 경계가 무너진다. 푸념하듯 혼잣소리로 지껄인 한마디 말조차 실시간으로 익명의 타자에게 무작위로 전달된다. 인터넷에서는 방백도 허용되지 않는다.

비대면 대화라는 인터넷의 이런 특성에 무한한 확장성과 빠른 전파성이 더해지면서 인터넷 공간에서는 심지어 치기 어린 말이나 유치한 행동조차 화제가 되고, 이것은 다시 인터넷 언론에 의해 즉각적으로 기사화되어 공적인 영향력을 획득한다. 나비효과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인터넷 공간이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개인은 거의 제어되지 않는 자유를 누린다. 이곳에서는 유명하지 않아도, 크게 똑똑하지 않아도,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자신을 포장하거나 위장한 채 대중들의 교주인 양 처세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인터넷에서는 소위 지렛대 효과가 나타난다. 정치 사회적 이슈를 적당히 미끼로 던져 놓으면 덥석덥석 물고 들어오는 네티즌들은 항상 넘쳐나고, 이들을 적당히 조직화하면 인터넷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가령 몇 사람이 모여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고 일정한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면 수많은 네티즌이 모여들어 회원이 되고, 그 회원들이 다시 다른 회원들을 불러 모은다. 그 때문에 이 곳에서는 작은 성냥개비 몇 개만으로도 큰불을 지피는 것이 가능하다. 장작을 던져 넣고 기름을 끼얹어 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터넷의 이런 특징을 간파한 정치꾼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여론조작과 선전·선동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들 정치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적당히 의제를 던지고, 혐오와 증오의 씨를 뿌려 여론을 환기시킨 다음, 이를 확대 재생산 하면서 온라인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다. 그 후 이를 오프라인으로 세력화하여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심지어 소위 흥선 대원군식 수렴청정을 획책한다. 드루킹 일당이 그들 중 하나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댓글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경공모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드루킹 일당이 던진 경제적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라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신세를 망치게 된 사람들이다. 사실 어쩌면 그들 중 상당수는 인터넷 바다에 드리워진 낚싯바늘에 걸려든 죄밖에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항상 자유는 흔히 방종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가 분비하는 방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이 선천적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시선에 의해서이다. 개인의 절제는 무엇보다 사회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인간이 공동체에서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행위의 준칙을 익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허용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 사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의 사회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자기 수양을 통한 절제력 획득의 문제와 연결된다, 자기 수양은 사회화의 전제조건으로 독서와 예술적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책과 예술은 인간이 오랫동안 축적한 삶의 지혜와 심미적 경험을 얻는 방법인 동시에 자기 절제를 위한 수양의 방법이다.

오늘날 진보니 보수니, 남성우월주의니 페미니즘이니 하며 특정 이념을 표방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갖가지 기행으로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런 몇몇 커뮤니티의 이면에는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자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들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수치와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인터넷 공간에 한 줄의 글을 쓰기에 앞서 한 권의 독서를 하고 몇 곡의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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