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전문가 총평(이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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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전문가 총평(이원준)
  • 이원준
  • 승인 2018.07.18 16:1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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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메가로스쿨 언어이해

“시간 부족으로 난도 급상승”

2019학년도 법학적성시험의 언어이해는 2013학년도 언어이해에 비견될 정도로 어려웠다. 가장 큰 이유는 배정 시간 단축(80분 ⇒ 70분)으로 인한 시간 부족이다. 물론 11지문이 10지문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문 당 시간이 더욱 줄어들었고, 글자 수는 25,261자나 되고 <보기>는 9개나 출제되어 정보 과부하가 심했다. 그 결과, 평균 점수 하락과 만점자 감소, 그리고 표준편차 상승으로 인한 문항 당 표준점수 상승 등이 예상된다. 메가로스쿨 입시전략팀의 가채점 분석에 따르면 2019학년도 언어이해 원점수 평균은 17.1∼17.3개로 작년의 언어 평균 21.18개에 비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항 유형에서는 5문항이 줄었음에도 질적으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언어이해에서 추리논증으로 ‘비판’ 문항이 이전될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6번, 15번, 20번, 27번, 29번이 ‘정보의 평가와 적용’ 문항으로 추정되므로 비율과 문제 유형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10지문 중 7지문의 첫 문제는 발문이 ‘윗글에 대한 이해’를 묻고 있는 일치/불일치 문제였고, 나머지 3지문도 핵심 개념에 대한 ‘설명’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된 출제 형식을 지키고 있어서 학생들이 형식적으로 낯설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 영역에서는 철학 분야가 강조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멜랑콜리에 대한 비평문, 감각질 실험, 온톨로지, 법의 기원과 본질, 포식의 문제 등의 지문은 각각 예술철학, 심리철학, 존재론, 법철학, 윤리학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언어이해의 내용 영역은 2013학년도까지는 국어, 인문,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5분야였다. 그러나 2014학년도부터 내용 영역은 인문, 사회, 과학기술, 법·규범으로 분류되면서 국어 문항이 사라지고, 문학·예술은 인문에 통합되었다. 문법 문제와 문학 작품 문제가 사라진 변화는 전통적인 ‘국어’ 시험에서 벗어나 ‘철학’ 시험의 성격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도 언어이해가 고차원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험이라는 점을 숙지하고 철학적 텍스트의 개념과 원리,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19학년도에는 인문 3지문(로마 송사, 멜랑콜리에 대한 비평문, 감각질 실험), 사회 2지문(행동경제학, 극우민족주의), 과학기술 2지문(전자현미경의 원리, 온톨로지), 법·규범 3지문(법의 기원과 본질, 포식의 문제, 근대법의 기획)이 출제되었다. 고전국역, 대화편, 문학 작품 등의 이질적인 장르는 출제되지 않아서 원문을 읽고 내용을 재구성해야 하는 부담은 줄였고, 멜랑콜리에 대한 비평문은 문학과 미학을 한 지문에 융합하여 다양한 주제를 포섭하려고 하였다.

참고로, 필자가 체감 난도로 지문의 순위를 매겨보니 온톨로지, 전자현미경의 원리, 멜랑콜리에 대한 비평문 순이었다. 특히 온톨로지 지문은 지문과 문제의 완성도는 감탄할 정도로 높았지만, 필자가 의료정보학 박사 과정에 몸을 담고 온톨로지를 연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풀기는 쉽지 않은 지문이었다. 언어이해 문항들은 현재 우리 학계의 지적 역량이 집결된 최고의 문항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성껏 준비된 성찬을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먹게 하여 소화 불량에 걸리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출제 기관에서 밝힌 대로 “통합적이며 심층적인 독해 및 사고 능력을 평가”하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속도 테스트를 지양하고, 배정된 시간을 10분 정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시간 압박과 정보 과부하 속에서는 “고차원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찍기 요령을 평가하는 시험이 될 수도 있다.

다중지능 이론으로 유명한 가드너는 미국의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와 같은 적성시험이 킹스필드 하버드 로스쿨 교수처럼 언어지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시험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고차원적 사고력을 갖춘 로스쿨 교수들에게 2019학년도 언어이해 시험을 풀게 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고차원적 사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요령이 부족해서 낮은 점수가 나오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시험 시간을 늘리고, LSAT가 매년 4회 실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여 LEET도 매년 2회 이상 복수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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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19:56:36
특히 마지막문단이 공감됩니다.

적극 동감 2018-07-18 18:26:12
총평 잘 읽었습니다. 올 해 수험생의 입장으로서, 마지막 문단은 특히 공감합니다.

동감합니다 2018-07-18 17:04:19
게다가 가격 또한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옳은 말씀 2018-07-18 16:40:36
제가 생각하던 leet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지적하여 설명해주셨네요.
표준적인 문제유형과 일정한 난이도 유지, 속독 능력이 아닌 진정한 독해 능력 평가, 연 2회 이상 실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 시험이 정말 개선된 leet였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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