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열한 거리, 용서받지 못할 자들
상태바
[기고] 비열한 거리, 용서받지 못할 자들
  • 양필구
  • 승인 2018.07.17 13:34
  • 댓글 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필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장대 같은 비가 내렸던 2018년 7월 10일, 같은 꿈을 꾸었던 누군가가 법무부가 있는 과천, 그중에서도 법무부의 근처의 숙소에서 투신하였다. 그리고 사람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몇몇 언론사에서는 투신한 이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언급하였다. 그 말의 이면에는 투신이라는 한 개인의 극단적인 행위를, 우울증에 의한 충동적 선택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떠난 그 사람의 선택이 과연 우발적, 충동적인 선택이었는지에 대하여 심히 회의적이다.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그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로스쿨생이었다. 법만 아는 법조인이 아닌,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변호사를 교육을 통해 양성하겠다고 도입된 로스쿨이었다. 그러나 로스쿨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현재의 로스쿨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인해 사회에 대한 이해는커녕 내 옆의 동기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조차 사치로 만드는 곳이 되었다. 로스쿨 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학벌 차별, 이성 혐오, 빈부차별, 학원 홍보, 편 가르기가 도를 넘어 혐오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는 N 시생을 향한, 또 오탈자들을 향한 조롱과 모욕 그리고 혐오가 넘쳐나고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그곳은 이미 ‘혐오의 배설구’에 불과하다.

오직 변호사시험 합격만이 최고의 가치가 된 것이다. 변호사가 되고자 들어온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에 떨어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에 로스쿨 학생들 그 누구도 그의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니, 가져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은 로스쿨생들에게 사치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높으신 분들은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로스쿨의 현실을 외면한 지 오래다. 법조인 배출을 담당하는 법무부에서는 ‘정원대비 75% 합격’이라는 용어로 추락하는 합격률을 포장하더니, 응시자대비 합격률이 49%까지 떨어지자 5시까지 보면 80%가 합격한다는 ‘오팔붙’이라는 신조어를 창조하였다. 변호사시험을 2번 본 사람도, 3번 본 사람도, 합격할 때 1명으로 취급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법무부는 로스쿨 합격률이 매우 높다는 포장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법조인들의 대표자들께서도 로스쿨의 현실에는 관심이 없다. 그분들은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데 언론과 SNS 등을 총동원하지만, 로스쿨의 현 상황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댓글들에는 삭제라는 방법을 항상 사용한다. 고시 낭인 방지를 제도 탄생의 기치로 내건 로스쿨 체제에서, 초등학생 받아쓰기가 문제로 나와도 절반 이상의 응시생이 낙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그분들에게 외면의 대상이다. 변호사시험의 문제는 과거 사법고시 때 보다 훨씬 실무에 가까워지고 또 정교해지고 있으며, 학생들의 수준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향평준화 되고 있지만 ‘난이도가 상승하는 변호사시험’ 때문에 학생들이 고통 받는다는 것이 그분들의 현실외면 방식이다. 그 말의 이면에는 ‘너희가 공부를 안 하는 것이다’라는 책임전가가 내포되어 있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 미운 말리는 시누이’가 된지 오래이다. 그들은 후배들의 고통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합격한 시험의 권위향상의 수혜자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시험으로 측정될 수 없는 윤리를 평가하는 시험에서 절반이 낙방하자 ‘그래야 변별력이 생기지’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며, 업계 상황이 어렵다고 하며 자신들을 법조인으로 만들어준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의 총수들도 살기 어렵다며 일감 몰아주기, 분식회계, 불법 경영 승계를 하는 이 나라에서 도대체 어렵지 않은 이들이 누가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피시방에서 게임대회를 한 것은 보도자료로 언론에 배포하지만, 자신들의 후배가 법무부 앞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안에 대하여는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들은 ‘일본인보다 더 악질인 친일파’ 그 자체이다.

학생들은 이 비참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나약하다 자학하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휩싸여 있는 ‘모르쇠주의자’가 된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의 대표자는 이런 ‘모르쇠주의’의 정점에 서 있다.

학생의 대표가 나중에 한자리 해 먹어보려는 스펙 한 줄에 불과한 그들은, 자신들의 일신에 지장이 되는 일을 과감하게 회피하는 결단력은 갖추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났던 지난 4월에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할 것처럼 나름 학생기자단들도 불러 모으고, 7월에 집회할 것처럼 떠들어 댔었다. 그러나 5월 회의에는 대표자 25명 중 9명 출석, 6월 회의에는 참석자가 안 모일 것으로 예상하여 현안에 대한 회의를 개최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예 시작조차 안 하면 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춘 그들은 이번 달 퇴임사를 끝으로 이력서에 스펙 한 줄 적기를 성공적으로 마감하였다. 로스쿨 재학생이 법무부의 코앞에서 투신하였지만, 그들이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들은 이번 달에 떠난다. 자신의 이력을 기재한 서류에 남길 스펙 한 줄을 가지고.

이런 인물들이 모여 다 함께 만든 작금의 현실을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딱 ‘비열한 거리’라 할만하다. 나라의 높으신 분들은 낮은 위치에 있는 이를 외면하고, 선배들은 자신들의 권위향상을 위해 후배의 고통을 외면하며, 학생들은 나만 탈출하면 그만이라 현실을 외면하는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비열한 거리에 쭈그려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 역시 이 ‘비열한 거리’의 잔혹한 한 신(Scene)의 일부이며, 용서받지 못할 자라는 자책을 한다.

더불어 생의 마감이라는 방법으로 ‘비열한 거리’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원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1-11 00:33:09
제가 읽은 글 중 최고입니다.

이 글에 감히 쓰레기같은 댓글은 달지 마십시오!

ㅋㅋ 2018-07-18 19:27:24
평생 모르고 살면되지뭐ㅋㅋ
본인만 모르고 행복하면 되는거 아냐?
변호사라는 사회적 승인과 인정은^^
우리엄마,아빠 그리고 또 누구??
아 그렇치! 법에대해 잘 모르고 법원근처 갈일없는
그리고 회비내고 만나는 일반인들의 영업용멘트로 느끼면 되는거 아닐까?^^
로스쿨교수들이야 학비냈으니 니네 변호사라 해주겠징ㅋㅋ
돈내고 다니는 헬스클럽에서도 우리PT쌤이 회원님~ 대신에 너희를 변호사라 불러준다고!
그래^^ 너희를 변호사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은
돈주고 의뢰하는 의뢰인과 법률소비자 그리고 대다수의 세상사람들뿐이야!^^

정리 부탁 2018-07-18 13:42:47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나요?

지나가다 2018-07-18 12:40:23
곪고 곪아 몇 년 안에 고름이 터져나올 제도. 모두가 문제를 알면서도 대책없이 방관만 하고 있으니... 소수가 외쳐봤자 공허한 메아리일 뿐...

쇼 쇼 쇼 2018-07-18 10:19:10
이미 수년 전에 양창수 전 대법관 께서도 로스쿨은 파탄날 제도라고 예견 하셨죠...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