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사권 조정에서 생각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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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사권 조정에서 생각할 것들
  • 김종민
  • 승인 2018.07.13 10: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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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오랜 기간 진통을 거듭해 오던 수사권조정 정부합의안이 확정되었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검경 간에 수평적인 관계 정립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기본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합의안은 검찰과 경찰 양측 입장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어정쩡한 미봉책이 되어 버렸고 향후 입법을 통해 각론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긍정적 평가는 정부발표를 통해 자세히 소개되었으므로 몇 가지 염려되는 부분을 살펴보았다.

첫째. 국민기본권 보호가 상당히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산물로 탄생한 검찰제도는 근본적으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인권 보호를 위한 사법통제 장치다. 대륙법계 검찰의 본질은 사법경찰 수사를 지휘통제 하는 준사법기관이고 수사지휘를 부정하는 것은 검찰제도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과거 검찰수사로 인한 폐해는 과도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직접 수사 때문이었지 수사지휘권 때문에 문제된 경우는 없었다. 체포구속절차와 관련해서도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 지휘가 폐지되게 되면 불법체포 등 초동수사 단계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효과적인 사법통제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수사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고비용 구조로 바뀌어 국민부담이 커진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해야 하고 저비용 고효율의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통해 불송치 결정을 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제기절차를 통해 검찰에 불복할 수 있는데 실질적인 항고절차가 추가로 신설되는 것이다. 영장과 관련해 검경 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고검에 설치된 위원회에서 영장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데 예상되는 엄청난 사건 수는 물론이고 위원회 소집과 운영에 따른 비용과 시간낭비가 걱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경찰수사가 종결되면 기록원본만 검찰에 송치하면 되었으나 앞으로는 불송치 결정 사건의 경우 기록을 별도로 사본해 검찰에 보내야 한다. 원본기록 보관 장소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수사에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랄 경찰이 기록복사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니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의문이다.

셋째.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폐단이 심화되어 형사사법의 불평등이 우려된다. 정부의 수사권조정안이 시행되면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경찰대 출신 변호사가, 1차 수사종결 후 검찰이의제기 단계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력을 갖춘 고소인이나 피의자는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권리를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사법시험 폐지 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공정한 경쟁을 통한 계층 간 사다리를 없애 버렸다는 비판이 여전한데 수사권조정으로 인해 형사사법의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다면 공정한 사회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정부합의안에 의하더라도 검찰, 경찰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 검찰수사가 비판받았던 이유도 끊임없는 표적수사, 편파수사 논란 때문이었고 정치적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근본 원인은 정치권력이 실질적으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대통령의 검사인사권이다. 경찰에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고 독자적 수사를 하더라도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제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합의안에는 현재의 대통령의 경찰 인사권, 경찰청장의 전국 경찰에 대한 인사권과 관련해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방안이 빠져있다.

검찰개혁의 시대적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 정부합의안은 너무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국회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문제점이 최소화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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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호 2018-07-17 00:00:54
완벽한사람 이나 제도는 없다 최선을 다하거나 최선책 따를 따름이다
태양이 비치는 이로움을 가벼이 여기고 상대적으로 그림자를 부각하는 객관적이지 않는 글이다
양심에 따라 글을 작성했으면 한다

여쉬 가재는 개편이라 2018-07-15 21:03:57
검사의 권력독점이 세계유일한 권력인데.인사권까지 자신들이 하겠다는 것은 검찰국가를 연상케 하고 있군요
인사권을 독립하고 싶다면 . 모든 권력 내려놓고 본연의 업무인 기소에만 전념하기를 바란다..
검찰개혁은 계속 되어야 한다. . 이번 정부안은 개혁의 실패이다 . 검사들은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 놓아야 한다..

오디라 2018-07-13 15:02:03
대통령의 인사권 제한장치를 두면 결국 검찰수뇌부가 인사권 행사할텐데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은 소수의 수뇌부가 인사권을전횡하는 건 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걸 해결하려면 검사장 직선제가 답인데, 검사출신이라언급안하는 군. 그리고, 글쓴이가 현직 검사시절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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