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포스트잇 시대, 네 까짓 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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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포스트잇 시대, 네 까짓 게 뭔데?
  • 오시영
  • 승인 2018.07.13 10: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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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든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겠다고 작정하면 이를 막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러한 한 마리 미꾸라지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까닭에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는 언제 어디에서 미꾸라지가 나타나 분탕질을 해 댈지 알 수 없으므로 항시 이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우연한 분탕질이, 그 우연이 필연이 되어 모두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러한 최악의 경우까지 각오하고 미꾸라지를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현대는 포스트잇 시대이다. 포스트잇이 개발되기 전에는 한 번 붙은 것을 다시 분리하여 떼어낸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잇이 개발된 이후 우리는 언제든지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할 수 있게 되었다. 붙이는 것만큼 떼어내는 것이 쉬워지다 보니 붙어 있는 것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게 되고, 붙는 순간 분리를 꿈꾸는, 반역을 꿈꾸는 시대에 우리가 살게 되어 버렸다. 포스트잇 시대는 우리에게 집요한 관계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포스트잇의 한 줄 메모를 통해 무한한 무게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면서도 자신은 언제든지 포스트잇을 떼어냄으로써 그 강압의 굴레로부터 이탈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는 무게 불균형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붙임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신앙생활에서조차 그런 현상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 신앙은 영적 내세관을 전제로 한다. 까닭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깊은 사모가 보이는 현재 세계를 인내케 하고, 양보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신앙영역까지 포스트잇이 침범해 들어온 지 오래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신앙인과 비신앙인의 한계가 무너지게 되고, 신앙인 중에는 비신앙인보다 더 비신앙인이 되어 세속적 삶에 목을 매고 사는 이들이 넘쳐나는 현상마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에 절제함이 없고 인내함이 없다. 물론 종교 지도자들의 일탈이 세속적 비난의 대상에 이른 잘못도 크지만, 그로 인하여 종교가 세상으로부터 걱정의 대상이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본연의 모습은 신의 세계를 지향하는 포스트라이프(POST LIFE)의 내세관에 의해 현세를 규율하는 것이므로 종교인은 종교지도자들이 아닌 종교 본연의 가르침 앞에 엄숙해야 함에도 종교와 종교지도자의 동일시 현상으로 인해 종교의 무력화가 촉발되고 있다. 모두들 “네까짓 게 뭔데?” 하는 풍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신앙인들조차 모두들 포스트잇이 되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채 분리에 분리를 거듭한다. 포스트잇은 사소한 생활발명품 같지만, 우리 의식세계를 너무 극명하게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말았다. 포스트잇은 관계단절의 편이성과 신속성을 장점으로 한다. 포스트잇으로 연결되는 세상은 소통의 세상이면서 동시에 단절의 세상이다. 포스트잇은 소통과 단절이라는 이중적 속성으로 인해 인간의식세계를 발전과 퇴보의 모순덩어리로 만들고 말았다. 포스토잇 시대에서 긴밀한 접촉의 관계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자행된 사법 농단에 대한 실체규명이 한창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 사용한 컴퓨터에 대한 자료 요청이 검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컴퓨터 하드 디스크가 디가우징되는 바람에 이에 대한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하드 디스크 제출 요청이 현 김명수 대법원장에 의해 거부되었다. 현직 대법관이기 때문에 이에 응할 수 없다는 변명이 궁색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몸짓은 사법부 개혁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현상을 의심케 한다. 물론 사법부 전체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당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미적거리다가는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더 큰 불신을 받게 되고, 급기야 모멸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그 동안 나타난 각종 사법 농단 자료에 의하면 사법부의 자체적 치유를 기대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슬픈 사실이지만,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뼈를 깎는 법원의 냉철한 재판을 통한 형사적 단죄만이 그나마 사법부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죽어야 사는 길이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면 한다.

사법부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국가의 비극일 뿐이다. 진실을 감추는 것은 무언가 아구가 맞지 않는 조립품처럼 삐걱거리게 되어 있다. 진실도 제 모형을 가지고 있지만 거짓은 더 강력한 제 모형을 가지고 있다. 진실은 대충 맞춰도 진실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거짓은 완벽하지 않는 한 거짓임이 들통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거짓은 진실보다 더 완벽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거짓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거짓은 언제나 무너지게 되어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 농단 사실을 스스로의 심장에 칼을 꽂는 심정으로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게 역사 앞에 올바른 자세인 것이다.

또 다른 중요사실은 기무사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위수령 발동”에 대한 군내부 문건에 대한 정밀한 수사이다. 그 문서에 의하면, 탄핵이 기각될 경우 촛불시위대가 폭도로 변할 것이므로 위수령을 발령하여 군이 치안의 전면에 나서야 하고, 촛불시위대의 폭력시위 변질에 대비하여 위수령을 계엄령으로 확대시켜 전국 계엄으로 확대하면 군이 행정, 입법, 사법을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위수령에 대한 위헌신청을 어떻게 무력화시킬 것이며, 계엄령 확대에 따른 입법부의 계엄령 취소권을 어떻게 무력화시킬 것인지 등 헌법을 유린하는 방안까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말이 비상사태에 대비한 군작전계획이지, 실재로는 전두환정권에 의해 자행된 12·12군사쿠데타의 재판이라고 해도 전혀 다를 게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또 다른 군부쿠데타에 의한 독재체제로의 복귀를 꿈꾸는 불순한 의도가 곳곳에서 읽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수령과 계엄령의 최고 지휘부라 할 수 있는 합참의장이 배제된 채 육군 중심의 지휘 편제를 가동하려 한 정황 및 합참의 계엄담당 실무자들이 아닌 대간첩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기무사에서 이를 획책하였음은 직권남용에 월권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쿠데타의 주체세력이었던 안기부 기능을 이어받은 기무사에서 이러한 작전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은 참으로 헌정질서 파괴를 획책한 두렵고 떨리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기무사의 위 군작전계획 및 사법부의 사법 농단사건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삼권분립이라는 미명 하에 대법원의 사법 농단 사태를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군 통수권자로서 함부로 월권하여 위수령 및 계엄령을 계획한 기무사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단행하여야 한다. 이건 헌법파괴나 다름없는 국헌문란행위에 대한 엄정한 국기 수립을 도모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무사의 위수령 작전 계획이 기무사의 단독행위인지, 아니면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의 작품인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상이었는지 등 당시 청와대 안보 라인에 대한 수사 등과 함께 엄격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시 합창의장의 권한을 배제시키려 한 저의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나 이철희 의원 등이 “계엄령 경고”를 하였을 때 이를 전면 부인했던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수사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대한 전면적 수사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또 다시 군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지난 7일 종로구 혜화역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가 열렸다. 여성 단체 다음 카페인 “불편한 용기”가 주도한 위 3차 규탄 시위는 “성 피해 사건의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 남성 가해자에 비해 무겁게 형사처벌되고 있다”는 편파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에 대한 불법촬영 유포 가해자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속한 것이 지나친 처사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가해자보다 남성 가해자가 더 무겁게 처벌되고 있는 것이 현실로 여성 가해자라고 해서 편파수사했다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다고 발언한 지난 3일 국무회의를 문제 삼아 위 “불편한 용기”의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문재인 재기해”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의 “재기해”는 남성연대 대표였던 성재기 씨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을 빗댄 것으로 해석되어, 문재인 대통령더러 “자살해”라고 주장한 셈이 되어 문제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의 사건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왔다. 남성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신속한 가해자 처벌은 물론이려니와 불법 동영상의 신속한 삭제 및 2차 가해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을 수사기관에 계속 촉구하여 왔다. 위 날짜의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 발언의 연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이를 왜곡하여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남성 가해자들을 옹호하고 있는 듯이 호도한 것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두 마리의 미꾸라지가 맑은 물을 흙탕물로 만드는 것처럼, 한 두 사람의 행위가 전체 물줄기를 바꾸어 사실을 오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염려스럽다는 것이다. 한강에 나가보면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가 도도히 서해바다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진실이다. 그렇지만 간혹 작은 장애물을 만나면 물줄기가 회돌이치거나 같은 방향을 빙빙 돌면서 미처 흘러가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포스트잇 시대는 도도한 물줄기와 회돌이치는 물줄기가 서로 맞물려 있는 기묘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저항의 몸짓이 난무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이는 이들도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 된서리를 맞은 게 최근 발생한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로 유력시되던 강대희 의대교수의 낙마이다. 논문표절의혹과 여교수에 대한 성희롱 의혹 앞에 결국 스스로 사퇴하고 만 것이다.

포스트잇 시대에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포스트잇은 순간적으로 암흑을 가리고, 상처를 가릴 수는 있지만, 그 포스트잇이 영원히 붙어 있으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는 붙임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우리 살점 어딘가에 수없이 붙여지는 포스트잇의 객체라는 사실도 자각하여야 한다.

과거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계획수립이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사태나 “불편한 용기”의 일탈된 “재기해” 퍼포먼스는 우리 모두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자 자화상이다. 진실을 올바로 파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경험과 지식만이 판단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최대한 객관화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주관화일 뿐임을 자각해야 한다. 포스트잇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맑은 물을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되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거듭할 일이다.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신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종교의 본질은 선악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임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오늘 우리는 또 다시 몇 개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또 우리 몸에 붙여질 포스트잇이 몇 개쯤인지를 헤아리며 살아야 한다. 어디 한 번 포스트잇을 이마에 딱 붙여볼까? “네까짓 게 뭔데?” 라고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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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8-01 15:26:35
오마이 프레시안 느낌

포스트잇 일화 2018-07-16 14:17:56
포스트잇을 뗏다부치면 쾌감이 있나봐요?^^ 예전에 독서실다닐때 어떤정신병자가 온독서실을 돌아다니면서 아무책상에나 꼬투리만 잡았다하면 지가 축구선수감독인냥 옐로카드주듯이 포스트잇붙이는 새끼가 있었는데.독서실주인은 잘 모르는것같드라고요.독서실주인은 돈독은 쫌 올랐어도 새벽같이 나와서 자기독서실 직접 청소하고 화장실청소까지 매일하던 좀고지식해보이던 할머니였는데.결국엔 그 독서실망하더군요.안됐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정신병자가 총무땜빵도 하던데 주인없을때 독서실망하라고 온갖 공작을한꼴이더라고요.근데 주인이 넘 고지식하니깐 딱히 알려주기싫어서

서재황 2018-07-13 18:07:25
[국민감사]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있는 대법관들은 그 직무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는 야구시합의 '승부조작' 과 같은 것입니다.

'전관예우' 도 '승부조작' 입니다.


청구의 인용認容 이 승勝 이고, 청구의 각하却下, 기각棄却 이 패敗 입니다.


대법원 에서 승패 를 결정해 놓고 '재판' 을 했다하면.

그러면, '재판' 은 하나마나 입니다.

야구시합에서,

심판이 승패 를 결정해 놓고 '시합' 을 했다하면.

그러면, '시합' 은 하나마나 입니다.

야구시합에서 '승부조작' 이 발생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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