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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66 / 정비사업 감정평가업체의 선정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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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5  19: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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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4대강에 대한 감사원의 4번째 감사 결과는 많은 언론에서 예상한 바와 다르지 않았다. 쓴 돈은 25조 원인데 홍수 피해 예방 이익은 아예 없다고 한다. 그냥 25조 원을 낭비했다는 결론이다. 한 언론은, 유지보수비용으로 앞으로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우울한 분석도 덧붙였다. 여러 번의 감사원 감사를 거치면서 왜 진작 이런 결과가 안 나왔을까? 정치적 판단, 정치적 입김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엄청난 일을 법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으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당장의 비판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의혹투성이고 우려는 만발했어도 일은 그렇게 벌어졌다. 당시 공중목욕탕에서 이런 말도 들었다. 어디 교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4대강 사업성 평가는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나올 때까지 용역 기관을 계속 바꿀 것이다.’

결론은 정해졌고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갔으니, 교묘하고 치졸하고 그래서 공분을 사는 것이다.

7월 5일 점심 먹고 잠시 쉬는 시간에 인터넷 검색을 했다. ‘감정평가’ 키워드로 검색하는 습관이 있다. 가장 최근 기사는 ‘**도시환경정비사업 국공유지 감정평가업체 선정공고’다. 도정법 개정 전,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주택재개발사업은 정비사업 내 각각 다른 사업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현재는 재개발사업으로 통합됐다. 따라서 사업은 꽤 오래 전에 추진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고 내용 중 눈에 쏙 들어오는 대목이 있었다. ‘나라장터를 통한 적격심사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라장터에 공고되는 여러 입찰 건에 입찰해 봤지만 대부분 투찰결과가 좋지 못했다. 입찰 전략을 재고해 본 결과 크게 실수한 부분은 찾지 못했다. 이제야 알게 된 건, 외관은 정당한 경쟁방식이지만 사전에 낙찰자를 염두에 둔 공고문이 태반이었다는 사실이다. 입찰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감(感)과 촉(觸)이다. 그런데 이번 입찰 공고도 딱 그렇다.

공고문 뒤에 첨부된 입찰한 평가업체의 심사 점수를 확인해 보니, 회사규모 30점, 정비사업 실적 40점, 입찰가격 30점으로 구성됐다. 자본금 50억 원, 평가사 수 200명, 17년 매출액 500억 원 요건을 갖춘 곳이 회사규모 30점을 다 받을 수 있다. 정비사업 실적과 관련해서는, 최근 5년 내 정비사업 감정평가 완료 건수 400건 이상, 평가한 공동주택 호수가 150,000세대 이상인 경우 만점이다. 입찰가격에서는 평가 수수료를 10% 이상 할인할 경우 만점이다. 관련규정 상 할인 한도는 20%이므로 여기에서는 예외 없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위 규정도 낙찰자를 염두에 둔 공고가 아닐까 의심되는 게, 1년에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평균적으로 80건 평가해야 전문성이 높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한 5-10건 정도 업무 처리한 게 왜 감점 요인이 될까. 평가사 수가 200명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게 한 이유도 200명을 전후로 경쟁관계인 몇몇 대형 평가법인이 감점을 받기 때문이다. 5년 간 정비사업 400건 이상의 평가실적이 있는 곳, 200명 이상의 감정평가사를 보유한 곳이 홀로 만점을 받기 위해 이런 평점을 구성했다고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결과는, 작심하고 채용기준을 특정인 채용 목적의 맞춤형으로 바꿔 목표를 이룬 치졸한 행태로 정리됐다. 그래서 감정평가와 관련된 입찰 공고가 나오면 항시 평점 구성을 보는데 대부분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기준을 설정한 것이 아닐까 의혹은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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