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8) - 인생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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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8) - 인생 설계도
  • 정명재
  • 승인 2018.07.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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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이다. 낡은 집이 많은 노량진에는 아직도 처마가 있고 그 밑에서 빗물이 졸졸 흐르는 좁은 골목길이 있다. 나의 어렸을 적 후미진 동네 골목을 연상하기에 좋은 풍경이다. 친구들과 뛰놀기에 바쁜 하루는 늘 짧게만 느껴지곤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 돼야 서로 인사를 하고 저 멀리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뛰어가던 그리움의 시간이 노량진에는 아직 있다. 인생의 풍경에서 어린 시절의 감성은 아주 오랫동안 남아 지금의 나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살던 시골에는 돼지를 기르시던 아버지의 땀 냄새와 풀내음이 가득한 아침이면 어김없이 짖어대던 누렁이와 닭소리가 있었다.

시험이 끝난 자리에 잠시 여유가 찾아왔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일부터 특별한 계획 없이 이리저리 길을 걷는 것까지 어깨에 힘을 빼고 머리에 쉼표를 그리며 보내고 있었다. 간간히 찾아오는 수험생들의 걱정을 들으면서 그들에게도 잠시 휴식을 권한다. 당장 급한 시험일정은 없다. 시험이 끝나면 수험생 자신에게도 특별한 선물을 줄 시간이다. 누가 빨리 가라고 손짓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늦는다고 재촉하는 것도 없는 공간에서 잠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소리가 보인다.

얼마나 바쁘게만 살아왔는지 얼마나 정신없이 지나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먼저 나를 돌아보는 일부터 주변을 생각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 먼저 엄마 또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도 좋다. 아니면 친한 친구에게라도 안부전화를 해 보자. 수험생이어서 무관심했던 일상에 대한 성찰은 내가 어떤 관계 안에서 살았는지를 알게 할 것이다. 간혹, 어떤 수험생은 수험기간 내내 고립감을 느끼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혼자서 헤쳐 나가는 인생이란 생각이 들고 혼자서 걸어가는 것이라 단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늘 혼자인 적은 없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우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건축주 없는 집은 없다. 설계도 없는 건물은 없다. 하자 없는 건물은 없고, 개·보수 없는 건물 또한 없다. 어느 유명한 건축가가 평생토록 건물을 지으면서 깨우친 바를 전하는 명언(明言)이다. 우리는 수험생이 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설계도를 만들고 그에 따른 건물을 올리듯이 수험계획을 세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달려온 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론 난관(難關)에 부딪히고 좌절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설계도를 조금 바꾸어라. 내가 하는 직렬에서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나의 능력에 맞는 직렬을 다시 찾으면 된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계획도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다. 세상사 누구나 겪는 일이다. 실패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실패를 통해 완성된 계획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이지, 실패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머물지는 말아야 한다.

올해도 나는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6관왕의 기록을 세웠다. 강사로서 당연히 시험장에 가는 것을 의무로 삼았고, 교재를 쓰면서도 수험생의 입장에서 압축하고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덕분인지 내가 가르친 수험생 다수가 단기간에 합격생이 되었다. 그들을 가르친 지는 이제 6개월이 되어가지만 이미 그들은 합격생이 되었다. 너무 빠른 결과 앞에서 그들은 당황했고 조금은 우습게 공무원 시험에 대한 정의(正意)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단시간에 합격으로 완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내가 합격시킨 그들을 일반적인 경우라고 이야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들에게만 특별히 비범한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이제 시작인 수험생이거나 아주 오랫동안 시험 준비를 하던 이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아는 설계도를 보여주었고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고 그들은 반복적인 연습을 한 것 뿐이다.

많은 수험생들은 시험공부를 할 때 나름대로의 설계도를 만들어 시작을 한다. 완벽한 설계도를 구하려 애쓰기도 하고, 완벽한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가처럼 열정을 다해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하는 일과 집을 짓는 일은 그 원리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주인이 되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고, 계획을 잘 세워 공부를 해야 하지만 변화에 둔감하지 않게 계획을 수정하는 일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혹시 실패를 맞게 되더라도 다시 계획을 세워 실수를 보완하고 실패하지 않도록 준비를 하면 된다. 이제 7월의 시작이다. 올해 상반기는 끝이 났고 하반기에는 경찰직 시험, 국가직 7급 시험, 지방직 7급 시험 등이 남아있다.

전체 수험생을 놓고 보면 7급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계획하던 시험은 거의 6월에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도 있을 것이고 아쉽게 실패를 확인하며 내년을 기약하며 시간을 보내는 수험생도 있을 것이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릴 적 개구쟁이 꼬마가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이고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공부였다면 그 끝을 마무리해야 하는 숙명이 수험생에게는 있다. 아프고 힘겨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 이 말만은 꼭 기억하도록 하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다시 노량진 서재로 돌아와 책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늘 재미있고 신나던 공부도 잠시 지쳤는지 한동안 책상 앞에 앉지를 못했다. 오랜만에 앉는 나의 의자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다. 글을 쓰는 일과 책을 만드는 일 그리고 강의하는 일을 잠시 쉬어 보니 그동안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함도 알았다. 쉼은 소중한 시간이다. 실패를 하였건 성공을 하였건 상관없다. 다시 일어설 마음이 있다면 쉼을 가지고 쉼표를 머리에 그리도록 하자. 좋은 설계도가 그대에게 떠오를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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