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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인구 절벽시대의 한국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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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9  19: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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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명동의 한 음식점. 주문을 하니 종업원이 못 알아들었다. 다시 천천히 주문을 했는데 알아들었는지가 확실하지 않은 채 종업원은 돌아갔다. 잠시 후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왔다. 그리고는 주문내역을 확인하고 갔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말이 안 먹히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 좀 어리둥절했다.

요즘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울 한 복판에서 한국어로 물건을 사고 주문을 하는데 한국어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낯선 상황이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중국인이나 동남 아시아인들이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말이 잘되는 조선족 동포들은 임금이 좀 더 높은 곳에서 일한다. 그러니 조건이 열악한 식당에서는 의사소통이 어려워도 일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다른 장면 하나. 기말고사를 끝낸 대학가의 종강 모임들. 골목 전체에 한국 학생보다 외국인 학생들이 더 많다. 외국인 학생들 없이 대학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된 상황.

이러한 상황들의 내면은 심각하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인구감소에 기인한다. 한국은 인구 절벽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출생아 수는 2만 7700명이다. 통계청이 월별출생아수를 정리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최저치이다. 작년 5월부터 매달 최저치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출생아 수가 11만 7,300명이다. 2015년 15만 6,024명, 2016년 14만 7,513명, 2017년 12만 9,000명과 비교해 보아도 인구 감소는 뚜렷하다. 통계청은 평균연령 33세가 출산율이 가장 높은데 이 나이가 현재 한국의 인구 구조에서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20대 후반 연령대의 인구가 좀 더 많기 때문에 몇 년 뒤에는 역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반짝 역전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도 한국 출산율은 1.05명이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국가이다. CIA가 발간하는 WORLD FACT BOOK의 2017년 판에는 한국이 224개의 국가와 정치단위 중에서 219위에 올라있다. 그런데 219위는 출산율이 1. 26명으로 기록된 상황일 때 이다. 올해 통계청의 지표대로 출산율이 1.05명이면 한국 보다 아이를 덜 낳는 곳은 중국에 속한 마카오(0.95명)와 싱가포르(0.83명)뿐이다. 대만도 1. 13명으로 한국보다 출산율이 높다. 그러니 민주주의국가로는 한국이 세계 최저이다.

출산율이 낮으니 출생하는 전체 출생아수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 그래프에서 가장 출생자가 많았던 때와 인구수는 1960년의 108만 명이었다. 그리고 1971년 102만 명까지가 정점이었다. 이후 90만, 80만, 70만으로 점진적으로 출생아 수가 줄어들다가 55만 명을 기록한 2001년을 기점으로 5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40만대에 머물던 출생아수가 2017년 357,700명으로 하락한 것이다. 한국의 4년제 대학입학정원이 352,350명이다. 그러니 2017년 태어난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4년제 대학교에 입학 할 수 있다.

출산아동의 수가 줄고 기대수명이 늘면 고령화사회 혹은 초고령화사회가 된다. 한국은 초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이다. 2015년 기준으로 경제활동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였다. 그러나 32년 뒤인 2050년에는 그 비중이 7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적인 인구는 점차 감소하면서 노인 인구만 늘어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인구감소 상황이 지속되면 2100년경이 되어서는 조선 후기 수준의 인구수로 돌아갈 수도 있다. 참고로 한 조선 인구 연구는 1910년의 인구를 1700만 명 정도로 추정하였다.

현재 한국은 인구 절벽으로 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주변 정황들은 더욱 나쁘다.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폭등하였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지만 대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자영업자의 소득 격차는 늘어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들여 교육을 받지만 투자한 교육비를 자식의 소득으로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20대들은 연애와 결혼이 점점 짐이 된다. 결혼 적령기가 뒤로 밀리면서 아이를 낳는 시기도 늦어진다. 늦은 나이에 출산할 걱정에 더해 육아와 교육 생각을 하면 앞이 깜깜하다. 결혼이 늦춰지고 출산이 늦춰지니 사람에 따라서는 자식교육을 위해 직장을 70세까지 다녀야 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를 더 못 낳게 된다.

아이를 낳아도 걱정은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어렵게 아이를 교육시킨다.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을 하고 취업난으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취직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부모가 못 참아한다. 부모의 보호 하에 있던 자식도 스펙 만든 것이 아까워 웬만한 기업에는 구직생각이 없다. 고시, 공무원 시험, 공사, 대기업으로 몰린 1990년대 생 청년들의 경쟁이 부모세대의 경쟁구조와 유사한 이유이다. 2020년이 되면 최초로 50만 명 시대인 2001년생들이 대학과 사회로 나온다. 이들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경쟁’은 그 부모들인 100만 명 시대의 1960년대 생이나 1970년대 생들의 경쟁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국가라는 공동체가 쇠락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인구가 5100만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세계 경제 12위의 대한민국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정치학이 선진국과 강대국이 되는 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유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비용이 많이 드는 남한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반면에 소득이 높아질 북한의 인구는 몇 십년간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현재 2:1의 격차가 장기적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

이 보다도 더 큰 문제는 현재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남한은 외국 노동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높은 임금을 위해 들어오고 싶은 노동대기자들이 동남아시아에는 수두룩하다. 또한 통일이 되면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지방과 수도권의 인구격차와 일자리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인구감소는 일정한 수의 노동력유지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을 유도한다.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대학을 채워주지 않으면 대학들은 폐교하게 될 것이다. 서울의 특정 지역이 중국동포들의 집중 거주 지역이 된 것처럼 서울의 집값이 낮은 지역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이런 유입을 막기 위해 강남과 몇 몇 지역은 더 높은 집값으로 자신들의 지역을 방어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부촌과 빈촌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교육, 범죄, 위생 등등. 사회갈등은 폭발적이 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한 공동체가 서서히 몰락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그저 조종 (弔鐘)을 울리기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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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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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익인간 2018-07-01 11:50:40

    나라의 체제를 다시 세워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득권 보호가 극심해서 그게 안된다. 부유층의 기득권 뿐만 아니라, 지역상인들을 위해 젖먹이들의 아동수당을 지역쿠폰으로 준다든가. 2000명의 일자리를 위해. 면허취소는 힘들다며 법위의 권리를 인정한다든가. 판교 임대주택자들이 자기들의 임대를 계속하게 해달라는. 작은 기득권 조차도 너무나 견고하다. 도서정가제는 지역서점에 득이 될런지는 모르지만 50000000명의 국민에게는 싼값에 읽을 권리를 빼았는거다. 이미 점유한 권리를 인정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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