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화제의 미국 판례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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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화제의 미국 판례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1)
  • 전윤성
  • 승인 2018.06.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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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성 변호사
사단법인 크레도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에 실린 글입니다 ※

Matal v. Tam 미국 연방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본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의견의 표현과 토론은 자유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존속시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미국은 연방 수정헌법 제1조에서 의회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에 앞장서 오고 있는데, 작년에 8-0(고서치 대법관 임명 전이기에 8명만 판결에 참여) 전원일치로 판결한 Matal v. Tam 137 S.Ct. 1744 (2017) 판결도 이러한 연방 대법원의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구성된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락밴드 그룹은 미국 특허청에 “The Slants”를 자신들의 상표로 등록 신청을 하였다. Slant는 미국인들이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아시아계 사람들을 눈 모양에 빗대어 모욕적으로 말할 때 쓰이는 비속어이다. 밴드는 이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를 교정시키기 위해 이름으로 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특허청은 사람이나 사자(死者)를 비하하거나 모욕 또는 멸시하는 상표의 등록을 금지하고 있는 연방 상표법(Lanham Act)에 근거하여 이 상표의 등록을 거부하였다. 밴드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연방 항소 법원은 밴드의 손을 들어 주었다. 피고인 특허청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패소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상표법의 비하 금지 조항이 관점(viewpoint)에 근거하여 표장의 등록을 거부하기 때문에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 조항을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인종에 근거하여 비하하는 관점 일지라도 정부가 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알리토 대법관을 포함한 4명의 대법관은 “정부가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의견을 표출하는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수정헌법 제1조의 심장을 강타한다. 인종, 민족, 성별, 종교, 연령, 장애 또는 다른 유사한 사유에 근거하여 비하하는 표현은 혐오적(hateful)이다. 그러나, 가장 자랑스러운 우리의 표현의 자유 법리는 우리가 혐오하는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보호한다.”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케네디 대법관과 긴즈버그 대법관 등 다른 4명의 대법관도 판결문에서, “관점에 근거하여 차별하는 법은 터무니없는 내용 차별의 한 형태이고, 위헌성이 추정된다... 대중의 일부분에게 불쾌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금지하는 법은 또한 소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금지시킬 수 있으므로 결국, 모두에게 해를 주게 된다. 수정헌법 제1조는 정부가 자비로운 선행을 하도록 권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민주사회에서 자유롭고 열린 토론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장치에 의지하여야만 한다.“라는 동일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소위 혐오 표현이라 할지라도 정부가 규제할 수 없음을 재확인한 이번 판결에서 놀라운 점은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의 반대의견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대법관들이 표현의 자유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방 대법원은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 보장의 근거로 의견의 자유시장이론(Marketplace of Ideas)을 발전시켜 왔는데, 법이 관점의 중립을 강제할 경우 반대 의견을 침묵하게 만들고, 의견의 자유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표현하지 않을 자유(right not to speak)’ 혹은 ‘강요된 표현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compelled expression)’와 같이 표현의 내용을 표현주체가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결정할 권리도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정헌법 제1조는 민간단체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립대학과 같은 민간단체가 자유롭게 스스로의 표현에 대한 제한을 설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지난 2월에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혐오 표현 규제 법안이 발의 되었다. 이 법안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민족, 인종, 가족형태,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의 특성에 따라 차별, 증오, 멸시, 모욕하는 행위와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혐오표현”으로 정의하고(제2조), 누구든지 혐오표현을 하는 것을 금지하며(제3조 제1항),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18조).

귀에 거슬리는 표현을 금지하는 것을 관점에 대한 차별로 보는 미국 판례의 입장과는 대조적이다. 이 법안은 반대 여론으로 인해 발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회가 되었지만, 어떤 의견이 일부 듣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의견에 대한 대중적 표현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한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고 열린 토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기능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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