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6) - 길(a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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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6) - 길(a way)
  • 정명재
  • 승인 2018.06.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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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길이란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 주는 통로를 말한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길이란 평탄한 길도 있었고, 가파르고 오르기 힘든 거친 길도 있었다. 누구나 원하는 길(a way)은 평평하고 안정적인 평지를 원하지만 살아보니 이러한 길은 자주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십대의 인생길은 부모님이 계셔서 그분들의 손을 잡거나 손짓하는 곳으로 간 길이었고, 이십대의 길은 친구들이 좋아 그들과 어울리며 찾아낸 길이 많았다. 삼십대의 길은 나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내가 아는 공식을 대입하며 길을 찾아 나섰다. 그 길에서부터 모진 바람을 알았고, 거친 자갈길과 허기진 배로 인고(忍苦)의 순간을 견뎌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길을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가기는 매우 힘들었으며 앞으로만 가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스무살의 고민에는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남들보다 좋은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지상과제처럼 여기던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대학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재수(再修)를 택하기도 하였다. 삼십대의 고민에는 취업과 연봉이 높은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남들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목표가 되었기에 그러한 길을 찾아 나섰다. 내가 원하는 삶의 길이 아니라 남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이 중요하였다.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이 인생의 최대 목표로 자리하게 된다. 사십대의 인생에는 안정을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나은 삶의 길을 마지막으로 찾아 나서기도 한다. 현실에 타협을 해 보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직(移職)을 생각하기도 하고, 인생 마지막 시험을 고려하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나와 내가 만난 수험생들의 인생 이야기를 조금 간추린 것이다.

모두가 다른 수험생들이고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모두가 한결같은 꿈을 꾸기도 했다.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지금의 모습은 초라하고 남루하며 지겹다. 새로운 길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모습의 나를 발견하고픈 욕망과 꿈을 꾸는 것이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있었다.

나의 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군대를 제대하기 전(前) 아버지는 내 곁을 떠났다. 터미널에서 휴가 나온 자식을 손 흔들며 배웅하던 젊은 아버지를 나는 마음속에 묻고 살아야 했다. 세상에 두려움이 없었던 이십대의 길에 갑자기 나홀로 모든 선택을 해야만 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추위와 비바람이 부는 길(a way)이 그렇게 많은지를 그때는 몰랐다. 아르바이트도 참 많이 했고 부족한 시간을 쪼개 공부도 쉬지 않고 했지만 늘 허기진 시간은 내 곁에 머물렀다.

세상을 사는 지혜도 부족했고 길을 선택하는 안목도 없었다. 바람이 부는 대로 그렇게 걸어갔고 빛이 없는 길에서도 무작정 앞으로만 걸어갔다. 그곳이 낭떠러지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걸어만 갔다. 길에서 노점(露店)상을 한 적도 있었고 식당일을 하면서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며 여름 장마를 보낸 적도 있었다. 한겨울 엄동설한에 호떡장사를 한 적도 생각이 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장사하며 부자되기」란 책을 보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 꽤 오랫동안 나의 직업이 되었다. 가끔 이 길이 잘못 들어온 길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돌아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길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을 헤매며 살았다.

어느 날 노량진으로 나의 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중고서점을 하겠다고 들어왔다. 실패를 한 후, 겨울의 추위에 불 없는 난로를 곁에 두고 오롯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견뎌야 했다. 인생의 마지막일 것 같은 고통도 늘 더한 고통으로 찾아오는 현실의 길을 마주할 때면 나를 지탱하는 이유를 찾아야 했다. 지금은 곁에 없지만 강아지 몽실이가 나를 지켜봐주던 유일한 친구인 적도 있었다. 아주 힘들 때는 아주 작은 사소한 행복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래야 그 순간을 잠시라도 견딜 수 있었다. 강아지 몽실이는 내가 주는 한 끼 식사에도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담아 미소 지어 보였다. 행복이란...

그리고 한참이 흘러 나는 공무원 수험생을 가르치고 그들을 합격으로 인도하는 길 안내자가 되었다. 아주 우연히, 춥고 배고픈 길에서 만난 길은 어둡고 희미한 길이었다. 길이 없으면 찾고 그래도 없으면 네가 그 길을 만들어라. 이 말은 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말로 유명한데, 이때부터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당시 방재안전직 시험을 준비할 때는 마땅한 수험서는 물론이고 기출문제도 없던 때였다. 밤을 새우면서 연구하고 정리하여 길을 만들고 길에서 만난 수험생들을 목적지까지 인도하였다. 어느 날은 새벽수업을 하면서까지 밤을 새우며 수험생들을 가르쳤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길을 만들어 길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하며 수많은 수험생들을 공무원 합격으로 인도하였다. 21과목 강사라는 나의 타이틀(title)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의심하는 것이 먼저다. 누군가가 21과목을 강의하고 지난 3년 간, 80여 권의 책을 썼다고 듣는다면 나 역시 그러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한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그리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 걸어가는 이 길에서 나는 행복하다. 내 인생에서 이 정도의 길은 감사의 대상이고 축복의 가시밭길이라 생각하면서 지내왔다. 밤을 새운 시간을 따지면 1년 중 300일이 넘는다. 나를 지켜본 많은 수험생들이 있기에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도 이 시간이 힘들거나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좋아하는 풍경과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있었기에 나는 이 험난한 시간에도 힘들지는 않았다.

내가 걸어온 길이 많이 부족한 인생길이란 생각을 한다. 어쩌면 처절하게도 바보같은 길을 고수(固守)하면서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편한 길을 알았으면, 그때 그 길을 택하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숱한 고통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힘든 현실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기에 누군가의 슬프고 아름다운 현실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내 곁에는 아주 작고 힘없는 수험 친구들이 많다. 나는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가르치는 일과 책을 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길에서 헤매는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알려주려 이 길 위에 서 있다. 긴 시간을 견뎌내며 내가 즐겨 듣던 노래 한 곡을 전한다. 막막한 길에서 서성이는 수험생들에게 나의 거칠고 보잘 것 없는 이야기가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이 길이 옳은지 다른 길로 가야 할지, 난 저길 저 끝에 다다르면 멈추겠지, 끝이라며.

가로막힌 미로 앞에 서 있어, 내 길을 물어도 대답 없는 메아리.
어제와 똑같은 이 길에 머물지 몰라, 저 거미줄 끝에 꼭 매달린 것처럼.

세상 어딘가 저 길 가장 구석에, 갈 길을 잃은 나를 찾아야만 해.
저 해를 삼킨 어둠이 오기 전에, 긴 벽에 갇힌 나의 길을 찾아야만 하겠지.

가르쳐줘 내 가려진 두려움, 이 길이 끝나면 다른 길이 있는지.
두 발에 뒤엉킨 이 매듭 끝을 풀기엔, 내 무뎌진 손이 더 아프게 조여 와.

세상 어딘가 저 길 가장 구석에, 갈 길을 잃은 나를 찾아야만 해.
저 해를 삼킨 어둠이 오기 전에, 긴 벽에 갇힌 나의 길을 찾아야만 하겠지」

<자우림-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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