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5탈’ 제도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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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5탈’ 제도에 대한 단상(斷想)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6.15 10:25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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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한 지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사태로 직장을 잃었고 30대 초반의 나이에 막막했던 그는 법무사시험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한 노력 끝에 10여년만에 합격해 현재 법무사로 활동 중이다. 또 다른 지인은 십수년간 사법시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던 중 이마저도 제도가 폐지되자 고민하던 그는 40대 늦깎이에 로스쿨의 문들 두드렸고 얼마전 변호사시험에 합격, 변호사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또 한 때 사법시험, 행정고시, 변리사시험 등을 준비했던 지인들 중 일부는 합격 후 나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상당수의 지인은 실패 후 각자의 길로 접어들었고 만족하든 않든 나름의 삶을 알뜰하게 영위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도전이 있었기에 실패가 있고 노력이 있었기에 성공도 있을 것이다.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해 수험가를 떠난 이들에게 미련이야 없겠느냐 마는, 이 또한 삶의 흔적이자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할지 모른다. 도전과 실패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꿈이 있었기에 도전했고 누군 탈락하고 누군 합격한다. 이것이 자격시험이든 선발시험이든 시험본래의 기능이다. 이를 두고 어느정도 도전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국가가 관여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기자는 늘 의문을 품는다.

과거 사법시험에서 ‘낭인 방지’라는 명목으로 ‘4회 응시제한’이 있었다. 수험생들의 헌법소원과 가처분 청구가 진행되던 중 폐지됐지만 낭인 방지 명분이 현 변호사시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시험 제7조는 “시험은 로스쿨의 석학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실제 이로 인해 로스쿨 1, 2, 3기 출신 중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했고 그 인원이 2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암 판정으로 수술과 안정을 취하느라 공부다운 공부도 못한 이도 있고 임신, 육아 등으로 합격을 하지 못한 이도 있다. 물론 도저히 법학에 적성이 맞지 않아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5번 모두 탈락한 이도 있을 것이다.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낭인 방지’ 등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 도입 취지를 들어 합헌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단체 등에서는 여성의 출산 시 시험응시 기회를 1년 연장 등을 주장하고 있고 실제 관련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로부터는 “군복무 기간만 연장할 것이 아니라 제대 후에도 적절한 시험적응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로스쿨 출범과 사법시험의 점진적 폐지라는 과도기에 군복무를 마친 이들 중에는 “남여 공히 10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 왜 우리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봐야 하느냐”라는 속병을 앓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 11일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개선 등을 위해 법무부 장관이 충남대 로스쿨을 찾은 자리에 변시 5탈모임 회원 일부가 5탈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위한 행동을 해 나간다는 각오다.

5회 응시제한이 폐지되지 않는 한, 5탈자들의 저항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임신출산을 위한 응시기회 연장이 시행된다면 이와 유사한 예외적 수혜는 확장될 것이며 이는 곧 형평성을 넘어 ‘5탈’ 제도 자체의 무용론으로까지 이어질 것은 뻔해 보인다.

과거 사법시험에서의 4회 응시제한이 거센 반발을 일으켰지만 변호사시험에서의 5회 제한에 대한 이의제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나 대학 4년, 로스쿨 준비 1~2년, 로스쿨 3년 등 엄청난 시간적 노력과 재정적 투자가 이뤄졌는데 ‘5년’ 규정에 발목이 잡히는 좌절감은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의 제도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올린 만큼, 5탈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살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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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누나팬 2018-07-04 15:28:53
역시 이성진 기자 대단하시네요!! 항상 성의있는 글 감사드리고, 응원합니다.

솔까 2018-06-19 14:27:29
폐지하건 말건 관심없고
사시랑 병존이나 했음 좋겠다
로스쿨나온종놈하층민들이야 발밑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족보없앤다더니
사시땐 성골진골가지고 싸우더니 족보없애기는 커녕 로스쿨나오면 육두품도 안된다더라
사두품밑에 중시령이 딱이다.
하층민종놈들...

어처구니 2018-06-15 18:07:39
변호사시험 정원제로 운영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정원제로 할 거면 뭐하러 응시자격을 제한하나.
정원제랑 응시자격 제한도 안맞는다. 그리고 정원제 하는데 웬 5탈 제도.
웃기는 짬뽕들.
정원제 유지할 거면 로스쿨 폐지하고 오탈제도 폐지해서 사법시험으로 가라.

왕십리 2018-06-15 13:24:20
사시낭인(?)을 줄이기 위해 로스쿨을 만들었다고...
그렇게 자랑하는 로스쿨 취지가...
오탈자들에게도!
그러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시폐지 하는게 아니었다
그냥 로스쿨 폐지하자

잇늠 2018-06-15 12:10:53
로스쿨 왜 만들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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