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66)-한국소혁명(韓國小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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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66)-한국소혁명(韓國小革命)
  • 강신업
  • 승인 2018.06.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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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양이 시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 때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호통을 쳤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어른 잡숫는 물을 왜 흐리고 있느냐?” 그러자 어린 양은 눈을 껌뻑이며 대답했다. “제가 어르신보다 냇가 아래쪽에 있는데 어떻게 어르신이 마실 물을 흐린단 말씀입니까?” 할 말이 없어진 늑대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호통을 쳤다. “이제 보니 작년에 날 욕하고 도망간 녀석이 바로 너였구나!” 그러자 어린 양은 다시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저는 작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요?” 할 말이 없어진 늑대는 막무가내로 엄포를 놓았다. “그렇다면 날 욕한 놈은 네 형이겠구나. 네놈의 형이 날 욕한 대가로 널 잡아먹을 테니 날 원망하지 마라!” 결국, 늑대는 어린양을 숲으로 끌고 가 잡아먹고 말았다. 라퐁텐 우화 ‘늑대와 어린양’에 나오는 이야기다.

돈, 명예, 권력을 등에 업고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들어 약자를 짓밟는 강자들이 있다. 세상엔 포식자들에게 억울하게 잡아먹히는 어린 양들이 지천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동안 수많은 종교, 도덕, 법이 세상을 구제하려 했음에도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사의 새로운 도약을 알린 산업혁명, 자유와 평등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린 프랑스대혁명 등을 겪으며 인간의 삶은 비약적으로 풍요해지고 폭정과 압제로부터 해방되는 등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었음에도 강자의 약자에 대한 은밀한 억압과 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약자의 삶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미시적 억압과 차별에 의해 피폐해지고 있다. 물론 이런 유형의 억압과 차별은 산업혁명 같은 경제혁명으로도 프랑스대혁명 같은 정치혁명으로도 타파할 수 없는 것들이다. 때문에 오늘날 정말 필요한 것은 미시적 억압과 차별을 타파하는 한국소혁명이다.

먼저 필요한 소혁명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억압철폐운동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여성들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무시와 멸시를 받아왔다. 밖으로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다. 심지어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데이트폭력이나 부부간 폭력의 실태는 끔찍하다. 따지고 보면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억압과 차별에 대한 저항운동이다. 미투운동은 형식적으로는 성폭력이나 성추행 등에 대한 저항운동이지만 그 본질은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들이 받아온 갖가지 차별과 무시에 대한 저항운동이라고 봐야 한다.

두 번째 필요한 소혁명은 재벌 등 경제적 강자들의 경제적 약자에 대한 억압철폐운동이다. 작금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며 벌이는 집단시위는 사실 새로운 형태의 노동운동이다. 이는 경제적 약자들을 노예처럼 다루며 아주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비폭력 저항운동이며, 이는 또한 생계를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제적 강자들을 더 이상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것은 경제적 약자라는 이유로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겠다는 자존감회복 운동이다.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소혁명은 사법적폐척결운동이다. 국민들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라고 믿고 의지해왔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런 국민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정치권력과의 거래조차 서슴치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제 국민들은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국민보호를 소홀히 한 사법부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사법적폐의 척결은 우리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우리는 이제 한국사회의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 더 이상 남성이 여성을, 부자가 빈자를, 사법권력이 국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산업혁명이나 프랑스대혁명 같은 거대한 혁명만이 인간 삶의 개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은밀한 차별과 억압, 그리고 은밀한 불의와 부조리를 타파하는 한국소혁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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