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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박연철 · 엄상익의 담소 (2)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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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12: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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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7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박연철 변호사와 엄상익 변호사.
이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법조인이자, 법조공익재단 사랑샘의 이사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목소리에 굳이 색깔이 있다고 한다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일선에서 활동했던 박연철 변호사를 ‘진보’로,
주요 월간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엄상익 변호사를 ‘보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조 현안을 두고 나누는 이들의 대화에서는 어떤 내음이 날까.
그것이 궁금해 매달 이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취재, 정리 김주미 기자

Q. 최근 몇 달 사이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는 수많은 국민이 TV 앞에서 감격에 겨워했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러한 남북 화해 국면을 어떻게 보시는지, 또 우리 법조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들을 해야 할지.

 

   




 

“나는 고향이 함경도인 월남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북한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자랐다. 북한은 내 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내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그렇게 그리워하며 뵙고 싶어 하던 가족들이 사는 곳이라 내게는 아주 친숙하다.

어머니 때문에라도 나는 북한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정부가 못 찾아주는 우리 어머니의 이산가족들을 내가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또 변호사로서 앞으로 통일이 될 걸 대비해 그쪽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보자는 생각으로, 통일부의 허가를 얻고서 북경에 가 직접 북한 주민들을 만나고 다녔다.

거기 가서 북한 사람 몇을 만나 이산가족 정보를 알아다 주면 얼마를 지불하겠노라고 ‘계약을 하자’ 했더니, 북한 사람들이 계약에 대한 관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걸 설명하는데 아주 애를 먹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윤의 개념 자체가 없다. 모델 계약료, 저작권 같은 것도 당연히 생각하지 못한다. 민법상 계약서라는 것을 몰라서 내가 계약서 쓰자고 종이를 들이미니 거기에다 김일성 수령이 어쨌다는 주체사상만 잔뜩 써놓는 걸 봤다. 그때가 10여 년 전인데, 지금은 북한도 배급제가 없어지고 장마당이 들어섰지만 근본적으로 민법상 거래에 대한 관념 자체가 안 잡혀 있어 사법체계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지금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북경에 갔다가 만난 북한 사람이 “남조선 사기꾼을 잡아 달라”고 해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분이 개성 무덤가에서 어떤 향로를 발굴했는데 그게 얼마나 귀한 건지를 모르고, 북한에서는 그런 걸 알아볼 데도 없어 남한의 골동품 감정인을 수소문해서 만나 봤다는 것이다. 그때 만난 남한의 감정인은 “중국에서 나 혼자 이걸 제대로 감정할 수는 없고 남한에 가서 여러 전문가들과 분석하고 X-ray도 찍어본 후에 알아오겠다”고 말하며 향로를 가지고 남한에 가서는 그대로 종적을 감추더란 것이다.

후에 그가 남한의 박물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초 ‘2,3억 가량 나가지 않을까’ 하던 남한 감정인의 말과는 달리 그 향로는 70억 원으로 발표가 된 사연이다. 그때 그 사건으로 북한 사람에게 부가가치의 개념도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어쨌건 남한 사람에 의한 극단적인 사기 사례였다.”

 

   





“지금은 북한사람도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니 그 사건이 요즘 같으면 우리 법원에서 다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 사람 간에 분쟁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소송으로 가져오기 보다는 중재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남북이 서로 법도 다르고 재판절차도 다르기 때문에 중재를 활용한 해결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법률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법조인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대표적인 지성인 집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법조인이다. 이들이 한국의 민주화를 이룩했고 앞으로도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이끌어갈 주축이 되는 집단이다. 이런 법조계가 모처럼 맞은 남북 화해의 국면에서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 교류와 화해의 시대에 법조인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법 자체만 놓고 보면 북한의 법보다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의 법이 훨씬 발달해 있다. 따라서 법제 교류라 하면 남한의 법을 북한에 많이 전수해 주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다만 그 이식이 급격하게 이뤄져서는 안 되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밝힌 바와 같이 베트남을 선례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체제였던 베트남은 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차츰차츰 변화를 다져가고 있다. 북한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우리가 무척 의식하고 존중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을 착취할 대상처럼 여기지 말고, 법조계부터 선의로 무장하여 일선에서 교류의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남북은 뿌리가 같은 한민족이다. 열강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이, 그 안에서도 남과 북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래가 어둡다. 남북이 굳건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그 자체가 우리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되어준다.”

엄상익
“앞으로 북한은 개성공단 같은 것을 점점 늘려가는 형태로 개방을 진행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외부로부터 사상 등이 유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내면서 북한의 경제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김정일 때부터 고수해 온 방침이기 때문에 그 방침이 이어질 것이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북한의 고위층은 서민층과는 달리 경제 관념이 상당히 뛰어나다. 계약이나 사법 거래에 관해 개념 자체가 없는 서민층과는 다르다. 어떻게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할지에 대한 구상이 김일성 때부터 잡혀 있었고, 그것이 전수되어 온다.

김일성 선집에도 실려 있는 내용인데, 북한은 남한과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에서 철도 교통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보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거래를 남한 대자본가들인 대기업과 해서는 뒤통수 맞고 손해 보기 쉬우니 소기업들과 교류해야 된다고까지 나와 있다. 이처럼 북한 상류 사회의 시각은 하층민들의 시각과 아주 많이 다르다.

요즘 ‘화해 모드’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위선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속으로는 ‘저 북한을 그냥 미국이나 누가 확 쓸어내 버렸으면’ 하고 바라면서 입으로만 평화니 통일이니 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울림이 없다.

정상끼리 하는 화해, 정치권끼리 하는 화해를 나는 진정한 화해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남북 화해가 아니라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화해여야 그것이 진짜다. 정상회담에서 연출되는 화해 분위기는 정치 거래에 따른 것일 뿐 뒤돌아서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을 우리가 수없이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낙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인 민간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남북교류와, 그로 인해 정을 나누는 모습에서 진정한 화해가 점차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못 쓰는 의료기계를 북한에 보내는 일을 하고 계신다. 북한에 보낸 그 기계가 고장이 나면 이분이 직접 수리를 해주러 북한에 얼마간 머물다가 오는데 그분이 다녀와서 전하는 북한 사람의 모습, 그들과의 대화 내용을 접할 때면 ‘이런 분들을 통해 남북 화해가 우리 곁으로 점점 오는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화해는 그렇게 아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연철
“남북의 경제협력이 진행되면 남한의 자본과 사업체들이 북한에 많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한 사업의 원칙을 우리가 미리 정해놔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 비해 경제적으로 훨씬 뒤쳐져 있던 남한은 이후 상당히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우리의 경우가 꼭 좋은 모델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을 대할 때 우리 식의 급격한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거나 지나치게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인프라는 최대한 일찍 갖춰져야 할 것이지만, 북한 사회와 한반도 전체의 발전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의 특성을 존중해 가면서 이뤄나갈 필요가 있다. 마치 식민 국가를 대하듯 우리가 우월한 위치에 있으면서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같은 뿌리를 가진 한 가족이라는 관점으로 대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자유는 옅게 깔려 있고 두려움이 짙게 배인 북한은 독재정권이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정부가 항시 주민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그러나 사실 이건 남한도 독재정권 때 다 경험했던 것이다. 북한이 아직 그 시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난과 부자유, 결핍이 지배하고 개인의 생활과 생명이 언제 통째로 날아가 버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삶. 그것이 북한 주민의 삶이다.

북한의 사회 구조에 대하여 인민민주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용어들로 설명하지만 사실 그 어느 용어도 실제와는 괴리가 있다. 즉 북한은 민주주의도 아니지만 사회주의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용어 때문에 북한을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류가 무르익는 분위기에서는 말 한 마디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선전과 선동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다 말로써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말의 위력이 크다는 것이다. 이 말이라는 건 참 훈련이 필요하다. 기본소양이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좋은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겠지만, 적절한 말을 효과적으로 하는 일은 상당한 훈련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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