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밥무사에서부터 법무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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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밥무사에서부터 법무사로
  • 법률저널
  • 승인 2004.12.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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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국자 법무사 수석합격

 

2002년 1월 어느 날

그날 나는 신림동의 태학관과 봉천동의 서울법학원,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서울 법무사학원에 들러 법무사 시험에 관한 팜플렛을 죄다 모아놓고 결심하였다.

 

‘나도 누군가 나에게 알맞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무언가 되고 싶다. 솥뚜껑 운전 십 수년 내공이 쌓여본들 밥무사밖에 더 되겠느냐~ 밥무사 말고 법, 법무사가 되어야겠다’


2002년 1월의 추운 어느 날 나는 무모하고 막연하게 법무사 공부를 시작하였다.

 

1차 민, 형, 헌

민법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기초를 튼튼히 하라고 하였다. 법무사 시험은 민법이 출발이고 마지막이라고 하였다. 맞는 얘기다. 튼튼히 하려고 민법의 고전이라 권하는 곽시리즈를 사서 모셔만 놓고(겨우 1회독 해보았음)시험공부는 김준호, 유정 가족법으로 하였다. 법에 문외한인 터라 민법 기본강의 들으며 이해하는 데 하루에 여덟 시간씩 석 달.

형법도 2차까지 대비해야 하므로 역시 기초부터 튼튼히 하라 하였다. 이재상기본서로 하루에 여덟 시간씩 형법 기초다지기 두 달.

 

헌법은 권영성 교재로 기본강의를 두 달 들었으나 헌법 부분에 대해서는 법무사 시험 난이도, 또는 중요성에 비해 지나친 투자가 아니었다 싶다.

 

민, 형, 헌 기초 쌓기에 일곱 달을 투자하고 났더니 제8회 법무사 1차 ?형,헌 기출문제가 로포미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다. 모니터 상으로 풀어본 결과 그해 컷라인을 넘는 점수가 나왔기 때문에 나는 기고만장하면서 법무사 시험을 갑자기 깔보기 시작하였다.(법무사 시험의 실무법을 아직 모르는 풋내기 였으므로) 그래서 약간 술도 푸고 마실도 다니다가 실무법호, 비, 공, 상, 등한테 나중에 혼줄이 났다.

 

1차 호, 비, 공, 상, 등

나는 아줌마이고 엄마이기 때문에 봉천동이든 신림동으로든 떠날 수가 없는 처지였는데 마치 내공부의 어려움을 헤아린 듯이 2002년이 저물 무렵에 서울법학원에서 실무법 부분에 대한 동영상강의를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호적법 서상철, 비송사건절차법 박혁상(?), 공탁법 김경태, 상법 이상수, 등기법 유석주님들의 각 기본서로 기본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었다. 호적법은 민법하고 관련이 있으므로 별론, 비송사건 절차법은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가 없고, 공탁법·상법·회사법·어음법이 머리 속에 한데 뒤섞여 엉망이었다.


2003년 3월, 집구석에서 모니터만 쳐다보며 밥상 펴 놓고 공부하는 것이 지겨웠고 무엇보다 법 공부하는 진짜 인간 동료가 그리웠다. 중계동에서 서울법학원까지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불사하고 객관식문제풀이 종합반을 수강하였다. 객관식문제집은 학원에 계신 각 선생님에 따라 저절로 일습(?)을 구입하게 되었다.

 

3월 첫 모의고사에서 평균 62점 대략 80등 정도하였다. 낙담되었다. 실제 시험 컷라인이 85점대인데 최소한 80점은 맞아야 해볼만 할 것이 아닌가, 못 오를 나무 쳐다보다가 돈만 들고... 전철타고 집에 가면서 기차문 집어차고 화풀이하면서 조금 울었다. 그러나 이미 뺀 칼... 그리고 저절로 풀이 죽었다. 나는 모자라니까 노력이라도 남다르게 하자. 죽자고 공부하였다. 테이프를 들으면서 설거지 하고 쉬는 시간에도 책에다 머리박고 쓰고 읽고(친구들이 유난떤다, 혹은 도장판다고 하면서 놀림), 살림은 거의 팽개쳐 버렸다.


유난 떨고 도장을 파고 한손으로 능숙하게 설거지를 하게 된 덕분에 마지막 모의고사에 평균 86점 10등을 하였다.

 

제9회 법무사 1차시험

역시 민,형,헌,상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런데 헉! 실무법... 특히 등기법 1문은 풀어서 이으면 봉천동에서 신림동에 닿을 정도로 길었다. 등기법에 당황하여 공탁 호적이 무엇인지 판단할 겨를 없이 일고 찍고 났더니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다. 법무사 시험이란 아는 것에 덧붙여 긴 문제 포기 하는 법, 약간 알 듯한 문제 남겨뒀다 나중에 시간 남으면 고민하다 감독관이 답안지 뺏을 때 극적으로 찍는법 등도 모의고사를 통해 익혀둬야 하는 것이거늘... 다행히 88.5점으로 1차를 합격하였다. 1차 때 하늘 같이 보이던 2차생이 되었다. 1년 6개월 만이었다.

 

2차 민소, 형소

1차는 다른 사람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 또는 가장 맛없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라면 2차는 자기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객관식에 길든 머리 주관식으로 전환하려니 어리둥절 하고 적응이 안되었다. 처음 접하는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얼마나 어려운지...


윤영경님은 생동차가 불가능하다 하였고 이준현님은 생동차 별거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제9회 2차시험 생동차로 응시한 결과 형사소송법 3점을 필두로 전과목 모두 과락이었다. 쓸 것이 없어서 바슐라르 영감님 수염 그리다가 나왔다.

민사소송법 이시윤 기본서, 박승수, 이준현 부교재로, 형사소송법 이재상 기본서, 신이철 단문집, 이준현 부교재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였다. 중계동 평생학습관에서 이제는 집에 돌아가라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양 소송법에 홀딱 빠져 있었다. 때로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이시윤 기본서를 끌어 안고 밤을 새고 싶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양 소송법 증거파트에 들어가니까 정말 어려워졌다. 혼자 해결이 안되는 것이 있으면 절망감이 들고 괜히 시작하였구나, 방팅이 이고 다니며 장사나 할 걸, 서방님 수발이나 들며 살 걸 하다가 간간히 봉천동을 그리워 하였다. 거기 가면 그래도 같은 병을 앓는 동료들이 있을테니까.

 

스터디

스터디란 걸 우리도 만들었다. 1차 때 공부깨나 한다는, 나이도 좀 있는 다섯 명이 모였다. 초기에는 서로 그대가 최고, 우리는 황금멤버, 그러면서 의기투합 하였으나 무조건 외우느냐, 기본서를 찬찬히 훑느냐에서 엇갈려 한 사람이 떠나갔다. 오만과 교만으로 서로를 만만히 보다가 다른 두 명도 떠나갔다. 스터디 결성 되었다가 깨지는데 두 달이 채 못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남은 패잔병 둘 서로 얼굴 마주 보다가 서울법학원 모강반에 들어 가기로 하였다.

 

모강반이 나에게 준것들

민사소송법은 모범답안을 죄다 스스로 만들고 형사소송법은 9회 합격하신 최명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외우고 길잡고 답안도 만들었다.


형법은 각론 위주로 케이스 공부를 하였는데 송춘근님 강의를 듣고 범위를 십분의 일로 확! 줄일 수 있었다. 이분은 이부분에 탁월하시다.(아부 아님). 사례집은 이재상, 송헌철편저 교수 사례집을 보았다(재미있는 교재임).

 

민법은 어렵고 재밌고 중요하지만 왕도가 없는 과목이다. 박기현 샘이 법학원에서 시범강의(?)란 걸 하셨는데 여기서 민법 사례 해결하는 법을 터득하였던 것 같다. 이제는 어떤 케이스도 두렵지 않다. 비비꼬인 케이스야 와봐라. 화끈하게 풀어주마. ㅎ ㅎ ㅎ


민법은 단문도 문제였다. 대부분은 단문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서 기본서를 읽는다고 하였다. 나도 그런식으로 하였으나 나중에 불안하여 박승수 교재에서 중요하다는 단문을 뽑고 발췌하여 김준호기본서를 보강하였다.


눈물의 등기법, 마지막까지 날 잠 못 들게 한 웬수 같은 등기법, 유석주님 기본서, 단문집으로 공부하였다. 초기에 기본서 수 회독하고 단문집 보다가 한 달 전쯤에 기본서를 다시 한번 읽었다. 이때에 대지권 안나오겠지, 수용 안나오겠지 하면서 자세히 읽지 않았다. 이때문에 흘린 후회의 눈물이 한 말 가량은 될 거다. 우리나라 건물은 대다수가 집합건물 혹은 연립주택인데 하면서 께름직하긴 하였다.

 

서류작성
서류작성은 윤영경님 강의를 들었는데 이 두 과목은 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8,9월에 등기서류 일주일에 두번, 민사서류 세 번씩 작성하였더니 한달 쯤 후에 잡히기 시작하였다. 등기서류 유석주, 이용근님 교재로, 민사서류 이남철, 윤영경님 교재로 하였다.

 

제10회 법무사 2차시험
1과목, 민법케이스 50점 짜리. 명의신탁, 근저당, 법정지상권에 관하여, 할만 하구나 생각 나는대로 갈기고 단문 상계 50점짜리. 해제의 효과, 동시이행항변권 외에 너무도 많이 연습한 것, 너 잘만났다. 갈기고

 

2과목, 형법케이스 50점짜리 특가법, 과실치사상, 공갈, 협박, 위공방, 무고죄, 범인 도피 은닉 얼마나 많이 연습했던가, 옳다쿠나 갈기고 형소 50점, 공소장변경은 검사의 영역, 글쎄요, 피고의 방어권 보장도 그 취지이거늘 공부해야지요. 열 번 도 넘게 달달 외웠던 것, 눈감고도 갈기고.

 

3과목, 민소, 임의적 당사자 변경, 작년에 보조참가였고 법무사도 소장공부 엄연히 하는 것이므로 피고경정 해야 하고 공동소송인 추가도 해야 되겠지, 실무야 어떻게 굴러가든 공부할 때는 해야 될 것 같다. 합의관할은 민소법 뚜껑 열면 시작하는 공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갈기고,

 

4과목 대지사용권, 대지권, 대지권등기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미등기건물의 처분제한의등기에 관하여 약술하시오. 서류작성 토지수용에 관하여.. 처분제한의 등기 외에 불의타다. 이게 바로 불의타로구나. 20점 짜리 기술 후에 기본서 읽던 기억, 대지권 사후 취득 등기서류 작성 해보던 기억을 한데 비벼서 간신히 채워 넣다가 힘들어서 서류 작성 먼저 하고 다시 대지권으로 돌아와서 대지권 등기의 효과로서 1부동산 1등기용지 주의의 예외. 처분의 일체성, 저당권 설정의 제한 등을 생각나는 대로 주섬주섬 써넣다가 답안지를 빼앗겼다.

 

2004년 12월 15일 자정
발표 하루 전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장가 못간 내 동생, 늙으셔서 이제 한 주먹밖에 안되도록 쪼그라진 내 어머니, 고아처럼 지들끼리 라면 끓여 먹고 잠들었던 내 새끼들, 놀러오셨다가 어쩔 수 없이 살림을 떠맡으셨던 내 시누이님아, 나 떨어지면 여러분들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어쩌나, 그 밤 내내 잠들지 못했다.

 

15일 자정 ARS 버튼을 눌렀다. 민법 68.5, 형법 27, 형소 28.5, 민소 69.5, 민사서류 21, 부동산등기 33.25, 등기서류 16.5, 평균 66.06 합격!!! 수석!!! 대략 2년 9개월 만이었다.

 

밥무사에서부터 법무사로
눈물 반, 웃음 반의 세월. 지금은 빵꾸난 타이어에게도 절하고 싶다. 며칠 동안 술 많이 마셨다.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그러나 따뜻한 인간으로 살아갈 궁리를 해야겠다.

 

국자로 국만 퍼 나르거나 밥주걱으로 밥만 푸는게 아니라 법주걱으로 법을  퍼돌리는 근사한 아줌마가 되어야지. 법주걱에 붙은 법풀 하나라도 나누어 주며 살아야겠다. 이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안 갈 수 있겠다. 내가 앉아 뭉갠 자리 흔적 남길 자신이 있다.

 

어린 절 등에 엎고
간고등어 담은 방팅이 머리에 이고
이 마을 저 마을 팔러 다니시던 내 어머니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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