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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원행정처 사태와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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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원행정처 사태와 법치주의
  • 김종민
  • 승인 2018.06.0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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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법치주의는 자의에 의한 지배를 방지하고 권력의 오남용을 배제하고자 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통치권자의 주관적인 자의에 의해 국가권력이 행사되어서는 안 되고, 자율성이 본질인 사회영역에서도 구성원들 간의 법적 관계가 어느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자의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치주의의 바탕에 깔린 이념이다.

한비자는 법치의 궁극적인 목표를 “만민을 혼란에서 구하고 세상의 화를 없애며,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다수가 소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며, 늙은이는 수명을 다하게 하고, 어린 고아는 잘 자랄 수 있게 한다. 국경이 침범당하지 못하게 지키고, 임금과 신하는 서로 화목하고, 어버이와 자식은 서로 감싸고, 전쟁으로 사람이 죽거나 포로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면 이 또한 공로로서 지극히 큰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국가 또는 사인에 의해 침해된 경우 반드시 독립된 사법절차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함을 요구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침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절차의 존재가 바로 법치주의의 핵심적 징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과 검찰은 법치주의의 상징이자 국민기본권의 수호자이다. 자의적이고 전단적인 국가권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이를 법에 구속시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는 법의 지배가 실현되도록 할 책임과 사명이 법원과 검찰의 몫이다.

헌법상 사법권 독립의 원칙은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 법원의 독립을 의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법원의 독립은 법원의 조직·운영상 독립을 그 내용으로 한다. 법원 조직의 법률주의에 따라 헌법 108조에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법원에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제정권을 부여하였고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대법원장이 이를 관장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설치한 기구가 법원행정처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은 법치주의의 최고 상징인 대법원 산하에 설치된 법원행정처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공개된 문건을 보면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내야 할 사법부의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다. 권력화되고 정치지향적이며 관료화된 사법행정의 적나라한 모습만 가득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사법부가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적 제도를 방패삼아 오로지 법원의 이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흔적이 역력하다.

법원이 사상 유례 없는 대혼란 속에 빠져 있고 가장 권위 있어야 할 대법원 판결이 그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거래라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다. 검찰 고발을 통해 전직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태는 대법원장이 전국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사법행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구조가 근본 원인이다. 본질적으로 재판기관인 사법부가 그 범위를 넘어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행정부 소관인 국가정책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무리하게 이를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대참사다.

권력기관화 된 현재의 법원행정처 체제와 사법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권을 제한하는 대대적인 사법개혁이 필요하다. 청빈한 삶 속에서 진정한 법관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김홍섭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같이 법관 개개인이 오로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재판권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법원이 살 길이다. 기득권화된 사법권력과 결별하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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