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 금지 노조법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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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 금지 노조법 ‘헌법불합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6.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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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노조 자주성 저해 우려 없는 원조 행위 허용해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용자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노조법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운영비 지원의 경우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 최소한의 규모의 노조사무소의 제공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 그 외의 운영비 원조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사용자가 운영비 원조를 통해 노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근로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운영비 원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려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운영비 원조까지 금지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단서에서 정한 두 가지 예외(후생자금 등)를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까지 금지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조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고 집단적 노사관계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운영비 원조에 관한 사항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정하는 것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 운영비 원조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그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의 내용, 금액, 원조 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 방법 및 사용처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헌재는 “노조가 근로3권을 실현하는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해 노조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이자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로3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합헌 결정이 내려진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2014. 5. 29. 2010헌마606 결정)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전임자 급여의 경우 급여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도 금지 처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운영비 원조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는 외에 노조가 운영비 원조를 받는 것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선호하는 특정 노조에게만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차별받은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사용자가 특정 노조에 대해서만 운영비를 원조함으로써 다른 노조를 간섭·방해하는 행위는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행위를 반드시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헌재는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에 대해 단체교섭권 침해를 인정했지만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경우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사라지는 법적공백상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며 개선 입법 시까지 계속 적용을 명했다.

이에 반해 김창종,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단체교섭의 장에서 대립관계에 있는 노조가 사용자로부터 경비원조를 받는 것은 대립단체로서의 노조의 자주성을 퇴색시켜 근로3권의 실질적 행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특정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물적 지원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아졌고 근로자의 후생자금 등의 예외적인 운영비 원조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 다수 의견과 같이 운영비 원조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데 노조의 자주성 저해 우려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경우 그 판단이 용이하지 않고 노사간은 물론 노조 사이에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도 합헌 의견의 이유로 제시됐다.

한편 운영비 원조 금지와 관련해 대법원은 노조가 사용자로부터 통신비, 정기·수도요금 등 사무실유지비, 사무용품을 지급받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두15821 판결,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4두15092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1두13392 판결 등 참조).

헌재는 “위와 같은 정도의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경우나 노조가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이뤄진 경우 등에는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기업별 노조는 그 활동을 위해 필요한 시설을 기업 내에 마련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용자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노조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현실에 비춰볼 때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는 그 운영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용자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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