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4) - 수험생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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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4) - 수험생의 하루
  • 정명재
  • 승인 2018.06.04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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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나는 늘 공무원 수험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이른 아침을 먹고 노량진 주변 작은 공원을 산책한다. 분주히 움직이는 버스와 차량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전철의 힘찬 울림, 그 사이로 아침을 시작하는 수험생들의 종종걸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간의 흐름 속에 어느 덧 4년의 시간을 같은 일상으로 마주하는 노량진의 풍경이다.

수험생들은 마음에 청운의 꿈을 안고 산다. 올해는 꼭 합격을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후 노량진을 택했을 그들이다. 고향이 각자 다르고, 친구는 각기 다르겠지만 시험에 합격하고픈 마음은 매양 같은 사람들이 바로 노량진 공무원 수험생들이다. 노량진의 색채는 회색이다. 표정이 그러하고, 무덤덤한 일상이 그러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험을 보러 가는 날이 올 것이다. 바로 그때를 위해 오늘을 견뎌내는 젊음이 모인 곳 노량진이다.

노량진에서의 추억은 그 언젠가 재수(再修)를 하기 위해 하숙집을 얻어 공부하던 스무 살 나의 모습이 있다. 지금의 노량진은 공무원 수험생들의 메카(Mecca)지만, 예전에는 재수생들이 모인 곳으로 더 유명한 적이 있었다. 재수생의 생활은 딱 1년만 견디는 것으로 수험생활의 종착역이 예정되어 있었다. 겨울이면 시험을 치르고 꿈같은 자유를 만끽하며 대학생활의 낭만을 준비하던 곳이었다. 마냥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으로 재수생활을 묵묵히 견디던 스무 살의 청춘이 지나가는 곳이 바로 노량진에서의 기억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노량진에는 큰 건물과 많은 편의시설 그리고 재수학원이 사라진 자리에 크고 작은 공무원 학원들이 즐비하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경기(景氣)가 나쁜 원인도 그러하지만, 공무원 수험생이 되려는 이유는 미래의 불안에 대한 인간적인 방어본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결심과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공무원을 직업으로 택하려는 분위기는 더욱 증가되고 있다. 20대뿐만 아니라 50대의 나이에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공무원 수험생들과 함께 가난한 저녁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하며 밤을 새우고 있다. 조금만 더 가면 우리가 찾는 그 시간이 올 것을 믿으면서.

멀리서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수험생과 이야기를 나눈다. 여느 수험생과 다름없이 시험에 대한 고민으로 보낸 시간이 꽤 되었다. 시험점수는 공부를 시작한 처음보다도 오히려 떨어졌다는 하소연과 오르지 않는 점수에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공부법 책을 모두 섭렵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소진(消盡)한 그동안의 절망감을 토로한다. 누군가는 책 한 권을 20회독 정도는 해야 한다 하고, 누군가는 기출문제집을 반복해 보면 합격을 한다고 한다. 공부방법에 있어 정도(正道)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과는 먼 공부법을 전하는 책들도 꽤 있는 듯하다.

시중에는 다양한 공무원 수험서가 출간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수험서의 내용이 방대해지고 있으며 동영상 강의 역시 분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두꺼운 수험서와 많은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수험생들은 공부재미를 붙이기보다는 점점 질식할 것 같은 고통으로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부는 어렵지만, 시험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그간의 경험이며 생각이다. 오래 전, 어느 대학수석 합격자는 이렇게 말했다.“공부가 가장 쉬었습니다.”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에서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공부가 쉽고 재미있다면 성적이 오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수석합격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것인데, 공부란 것이 재미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는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게임으로 하루를 보내건,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건, 공부로 하루를 보내건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화창한 날에 마음을 다스려 공부를 하는 것은, 단순하게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은 분명 재미있는 과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험공부란 시험을 보기 위한 여정이므로 분명 종착역이 있는 여행과 같다. 합격여부를 판가름하는 점수가 나올 것이고 합격점이 나오면 더 이상 시험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시험공부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공부란 끝이 없는 것이라 하여 옛 조상들은 끊임없이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학문을 하는 것과 시험공부를 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험공부란 목적이 있는 과정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찾아 바른 방향으로 가기만 하면 종착지에 도착할 것이기에 그 방향 설정과 방법을 찾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상담을 했던 수험생의 평균 공부기간은 3년이 넘는 경우가 많았다. 수험생활이 길어지면서 생활은 경제적 곤궁함으로 찌들고, 불합격을 확인할 때마다 절망으로 내려앉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살다가 우연히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에게 시험공부란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막막한 바다에 떠 있어 그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처럼 묘사되는 삶을 전하는 수험생들이 참 많았다.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라는 어느 수험생의 말처럼 한 줄기 빛이라도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가면 되지만, 아예 빛을 잃은 수험생의 하루를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나를 찾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나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시험공부란 하나의 기술이다. 그 기술이란 누구나 배우면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고 반복하여 연습하면 달인(達人)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는 티브이나 인터넷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실패를 거듭하고 얻은 노하우, 즉 기술(skill)에 불과한 것이다. 식당으로 성공한 사람, 게임개발자, 패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는 장인(匠人)이 존재하는데 하루 아침에 이러한 경지에 다다른 사람은 없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잘 실천한 것을 성공이유로 들고 있다. 시험공부도 이러한 경우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면 된다.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을 만나 반복하는 노력만 하면 된다. 길을 인도해 줄 스승이 현명하지 못하거나 게으르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고, 경쟁이 되고 자극이 되어 분발할 수 있는 좋은 벗이 없다면 이 또한 그러하다. 좋은 스승이 없다면 혼자서 가야하고, 좋은 벗이 없다면 외롭더라도 혼자서 가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험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재미를 아는 방법으로는 글을 읽었으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암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공부를 하면 분량만 많아지고 머리에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지식이란 것이 단순히 알고 모르고를 물어보는 것 같지만 그 맥락을 이해하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 암기식의 주입식 공부로만 몰아간다. 공부란 학습자가 자율적인 수행으로 글을 읽고 생각하며 머릿속에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사에서 불교 관련 공부를 하였다면 그동안 학습한 대표적인 스님들을 떠올려 보는 연습을 하거나 유물들을 정리해 보면 재미있는 공부가 된다. 수험생들은 서울시 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정리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내가 늘 강조하는 공부법은 이것으로 귀결된다. “피곤하면 눈을 붙여라. 그리고 깨어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해라. 재미없으면 하지 마라. 그리고 재미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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