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성영준 변호사의 여의도 스케치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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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성영준 변호사의 여의도 스케치 (1), (2)
  • 성영준
  • 승인 2018.06.01 15: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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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준 변호사
국회 안규백 의원실 비서관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에 실리는 글입니다 ※

# 1

여의도 생활을 소개한다는 말에 선뜻 글을 쓰겠다고는 했는데, 정작 시작하고 보니 고민이 먼저였습니다. 평소 하는 일이 온통 글쓰기이지만, 의원실의 글이 아닌 ‘내 글’을 내어놓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 생활을 가볍게 스케치 해 보자!’고 했지만, 시작하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십 몇 분을 앉아 있으니 이 자리에 처음 앉던 순간이 생각나더군요.

저는 작년 7월 하순경부터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법무관으로 복무하면서 업무를 위해 몇 번 국회를 오갔던 것이 본격적으로 의원실 근무를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 듯합니다. 채용 사이트를 둘러보며 몇몇 의원실에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첨부할 만한 자료 하나 없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만 이루어진 단출한 지원서였습니다. 추천을 부탁할 만한 통로가 없던 터라 원서를 보내고는 더 할 것도 없었습니다.

원서를 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던 언젠가, 지인 몇으로부터 제 평판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직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머릿속을 더듬고 메일을 뒤져보고서야 어디에서 저를 알아보고 있는지 후보군을 추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고, 근무하던 회사에서 퇴사 절차를 밟았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한참 더울 때 입사해 한 겨울 추위를 겪고, 벚꽃 가득한 윤중로도 맞이했습니다. 지금 국회는 초록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사무실은 다시 더워져 갑니다. 그동안 저는 국정감사와 결산·예산심사를 한 차례씩 경험했고, 지금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여의도를 풀어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래서 아직은 온전히 내부자가 되지 않은 사람의 시각으로 국회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오늘은 제가 국회에서 일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는 평소 현실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익을 위한 일에 종사하고 싶었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일이 흥미로웠습니다. 벚꽃을 보러 윤중로를 찾았을 때 봤던 국회의사당은, 총성만 없을 뿐이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전장의 최일선인 것만 같았습니다. 싸우기만 하는 국회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만큼 치열한 논의의 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게는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국회는 막연히 ‘법률을 만드는 곳’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의외의 곳에서 국회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병역을 위해 공군 검찰관으로 복무를 시작했던 저는 보직을 옮기면서 국방부 특수임무수행자처리TF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국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보상법안의 제·개정 과정에 대응하면서였습니다.

교과서 몇 줄, 뉴스 한 마디 정도로 다루어지는 입법과정이, 현장에서는 방대한 자료와 치열한 논의를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상임위가 열리는 날이 다가오면 제 전화도 바삐 울렸습니다. 법안의 내용과 국방부 입장을 물을 때는 국회를 찾아 몇 번이고 설명을 했습니다. 보좌진과 전문위원, 그리고 실무자들이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원과 장·차관은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습니다. 회의실에 배석해 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 가까이를 일하면서 보좌진은 희망진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마땅한 경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경험이라고 해봐야 입법과정에서 실무자로 의견을 교환한 것뿐이었고, 보좌진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구체적으로는 아는 바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민간영역에서의 업무에 대한 갈증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내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고, 보좌진의 길은 한 때의 바람으로만 남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국회에서의 모습들이 떠올랐고, 한두 번씩 국회 채용 사이트를 열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이내 진지하게 자기소개서를 써 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 2

(지난 글에 이어) 이 글을 쓰면서, 의원실 지원 당시에 썼던 자기소개서를 한 번 열어보았습니다. 제가 다시 의원실에 지원한다면, 지원 대상인 의원의 지난 발언이나 업적을 살피고, 그에 맞는 키워드를 골라내 관심을 풀어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는 다니던 회사가 있었고, 충실해야 할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개별 의원실에 맞춘 자기소개서를 쓸 여유를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 생각을 풀어내고, 불러주는 분이 있으면 가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주로 다룬 키워드는 ‘신뢰’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노정하고 있는 각종 문제의 근원에 불신이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간략하지만 진지하게 담아냈습니다. 국회 채용 사이트에서 보좌관, 비서관을 채용하는 십여 개 의원실에 원서를 보내고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한두 개 의원실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을 의원이 직접 보기 때문에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는 의원님의 일정과 제 스케쥴이 모두 맞아야 하더군요. 사실은 지원자 입장에서 일정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지만, 돌이켜보면 배부른(?) 지원자였던 저는, 회사업무나 개인 스케쥴의 문제로 몇 번의 기회를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 거절 아닌 거절을 하고 난 후로는 당분간 연락이 없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원서를 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는 말은 그래서였습니다. 어찌 보면 이곳이 인연이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연히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하면 재미있겠다는 그림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흔히들 국회에는 300개의 소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입법부가 행정부나 사법부와 비견되는데다, 여의도에 넓은 터 위에 번듯한 건물이 올라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원실의 경우에는 대표인 의원 한 명과 아홉 명의 보좌진이 조직의 전부이기 때문에 체계를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업무분장도, 근무 시간도, 심지어는 근무 장소도 모두 의원실마다 정하기 나름이라, 해당 의원실의 선임자를 제외하고는, 의원실의 업무를 공부할 교과서도, 따라할 선례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일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제가 있는 의원실은 비서관에게는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했기에, 저는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지도 몰라 한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라고 상위 직급으로 들어와 앉아, 하는 일 없이 출신 집단에 폐만 끼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기우였습니다. 역시 일은 마감을 앞두면 알아서 배우게 되더군요.

선거나 인사청문회와 같이 특별하게 발생하는 이벤트를 제외하면, 국회의 1년은 매년 같은 업무가 반복됩니다. 예산·결산, 정기회, 임시회 따위가 그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업무강도가 높은 것은 아무래도 국정감사가 아닌가 합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번뜩이는 질의를 하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데, 이는 국민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7월 하순경 입사한 저는 거의 바로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여야가 합의하는 일정에 따라 기간의 변동은 있지만 9월 내지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좌진은 그 전에 질의거리를 마련하고, 근거자료를 준비해 의원님께 보고하고 질의를 할 것인지 여부와 경중을 결정해야 합니다. 능숙한 분들은 2~3일만에도 그럴듯한 자료를 만들어내기는 합니다만, 생초보인 제가 그런 역량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준비하자는 명분 아래, 비서진들을 선동(?)해 8월 초부터 격일로 국정감사 준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미리 준비해서 국감 기간에 좀 쉬어보자고 설득하기도 하고, 나 좀 도와달라고 부탁도 했습니다. 다행히 의원실 구성원들이 모두 이해심이 많아서 초반부터 내실 있는 회의가 진행이 됐습니다. 일을 하는 방법의 단초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그 회의에서였습니다.

(다음에는 국정감사와 질의서에 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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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자 2018-07-12 18:30:16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내실 있는 업무를 익히고 생소한 환경에 적응까지 잘 했다니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훌륭한 변호사가 될 것 같네요.
아님 그 어떤 곳 어떤 위치에서도 훌륭한 일을 할 것 같네요.
성변호사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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