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운용지침 근거한 ‘최루액 살수행위’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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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운용지침 근거한 ‘최루액 살수행위’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5.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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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민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 초래할 수 있어”
혼합살수는 ‘새로운 위해성 경찰장비’…법령 근거 필요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경찰의 내부 운용지침에 근거한 최루액 혼합 살수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31일 선고됐다.

지난 2015년 5월 1일 경찰은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의 폐기를 촉구하는 범국민 철야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루액 파바(PAVA)를 물에 섞은 용액을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살수차로 살포했다.

A씨 등은 위 살수행위로 눈과 얼굴 피부 등에 통증을 느끼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같은 달 6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먼저 최루액 살수행위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 규정에 대해서는 A씨 등의 기본권 침해 상황이 지침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인 혼합살수행위로 인한 것으로 직접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살수행위’에 대해서도 이미 기본권 침해상황이 종료됐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향후 혼합살수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법익 침해가 예견되는 공권력 행사라는 이유 등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했다.

헌재 다수의견은 “살수차와 같은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의 위험성과 기본권 보호 필요성에 비춰 볼 때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방법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위해성 경찰장비는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지정된 용도로 사용돼야 하며 다른 용도나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수차는 물줄기의 압력을 이용해 군중을 제압하는 장비이므로 그 용도로만 사용돼야 하고 살수차로 최루액을 분사해 살상능력을 증가시키는 혼합살수방법은 ‘새로운 위해성 경찰장비’로서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함에도 현행 법률 및 대통령령에 근거가 없고 이 사건 지침에 혼합살수의 근거 규정을 둘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는 법령은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살수차의 구체적 사용기준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경찰청 내부 지침에 맡겨둔 결과 부적절한 살수차의 운용으로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혼합살수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지침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이 사건 지침만을 근거로 한 혼합살수행위는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공권력 행사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김창종,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법률유보원칙은 물론 과잉금지원칙 모두 위배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혼합살수방법은 이미 법률 및 대통령령에 위해성 경찰장비의 하나로 규정돼 있는 최루제와 그 발사장치, 살수차 등을 실제 사용할 때 그 운용하는 형태의 하나를 말하는 것으로 새로운 위해성 경찰장비의 하나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관해서는 해당 집회가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판단 하에 급박한 위험을 억제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행위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청구인들은 경찰의 사전계고, 시간적 간격을 둔 살수, 최루액 혼합살수 등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살수를 피하고 해산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법폭력 시위를 이어갔으며 경찰병력이 직접 물리력을 사용해 시위대를 도로에서 끌어내려고 하는 경우 물리적 충돌로 인해 양쪽 모두에게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높다 보이므로 이를 적절한 대안으로 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외에 기존에 사용하던 CS최루액 대신 인체엔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PAVA를 사용했고 배합비율도 권장 비율보다 희석도니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 등도 과잉금지원칙 위배를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혼합살수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최초의 결정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최루액 혼합살수행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선고함에 따라 살수차의 구체적 운영방법과 기본적 사항을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규정해 살수차 운용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집회의 자유를 한층 더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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