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법으로 양념한, 맛있는 무비토크 / 영화 ‘소수의견’
상태바
[LAW & JUSTICE] 법으로 양념한, 맛있는 무비토크 / 영화 ‘소수의견’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05.28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두 명의 변호사와 한 명의 영화감독. 그들의 영화 이야기에 법이라는 양념을 치면 제법 맛깔이 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세 명의 영화 수다는 과연 달랐다.
초등학교 동창인 이병화 변호사와 이정향 영화감독, 한국사내변호사회 집행부로서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이병화 변호사와 이소림 대표, ‘영화’를 전면에 내세워 일을 하고 있는 이정향 감독과 이소림 대표. 이들은 마치 세 원의 교집합을 표현하는 벤다이어그램처럼 서로 잘 어우러졌다.
이 세 명의 영화 수다, ‘법으로 양념한, 맛있는 무비토크’ 두 번째 이야기는 영화 <소수의견>이다.
취재, 정리 김주미 기자

 

이병화 (이하 ‘병화’)
법무법인 광장, 前 한국사내변호사회장, 前 영화진흥위원회 고문 변호사
 

 

이정향 (이하 ‘정향’)
영화감독,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오늘」
 

이소림 (이하 ‘소림’)
위드윈필름 대표이사, 변호사, 前 CJ E&M 영화사업부문 전략기획팀장

제2장. 김성제 감독, 윤계상 주연 <소수의견>
 

 

드라마/ 한국/ 126분/ 15세 관람가/ 2015. 6. 24. 개봉
출연 : 윤계상(진원), 유해진(대석), 김옥빈(수경), 이경영(박재호)
줄거리 : 지방대 출신, 학벌 후지고, 경력도 후진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된다. 그러나 구치소에서 만난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 기록,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 유독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 오는 신문기자 수경(김옥빈). 진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에게 사건을 함께 파헤칠 것을 제안한다.
경찰 작전 중에 벌어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살인 사건. 진압 중에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국가에게 잘못을 인정받기 위해 진원과 대석은 국민참여재판 및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데...

병화
판결은 보통 다수의견대로 이야기 되는데, 다수의견과 다른 의견을 낸 법관들이 ‘소수의견’ 또는 ‘반대의견’의 형식으로 판결문에 자신의 견해를 담잖아요?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 영화도 ‘결론은 되지 못했지만 타당성이 있고, 그래서 눈 여겨 봐야 할 그런 사연들을 담았겠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정향
아, 판결에 ‘소수의견’이란 게 있군요. 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Minority Opinion’인 것을 보고 ‘우리 사회 마이너들 이야기, 철거민들처럼 억눌린 소수의 사람들 편에서 그려낸 영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소림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소수의견이나 별개의견 등이 나오는데요. 그만큼 중요하고, 더 첨예한 사안일 경우가 많죠. 모든 법관들이 똑같게만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병화
우리는 법조인이다 보니 ‘소수의견’이라는 제목을 보면 판례의 ‘소수의견’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 감독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보는 게 어쩌면 맞을 것도 같네요.

정향
저는 이 영화가 포커스를 ‘정당방위’ 쪽으로 잡고 그 부분을 더 세밀하게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적 요소와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 그랬겠지만 실제에서라면 치열하게 법리 다툼이 이뤄져야 할 포인트들을 의도적으로 건너뛰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정당방위 에 대해 일반 관객들이 더 생각했으면 싶은 제 입장에서는 그 점이 좀 아쉬웠죠. 우리나라는 정당방위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잖아요.

소림
표현 방법이 좀 고급지다고나 할까, 실제 사건에서는 정당방위 성립 여부가 치열한 쟁점이 되었을 텐데 사건보다는 인물에 더 깊이를 두지 않았나 싶어요. 한편 정당방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좀 싱거웠을 것 같기도 하구요. 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에이, 이건 정당방위가 안 되지’라고 미리 결론을 내리게 되니까요.

정향
사고 당시의 상황이 라스트에야 처음 나오는데 그 상황에 대한 공방이 전혀 없었기에 재판장의 ‘정당방위의 성립을 부정한다’는 판결이 관객에겐 부당한 판결로 보일 것 같아요.

병화
저는 이 영화가 상당히 디테일하게, 또 방대하게 법적인 요소들을 담아냈다는 게 무척 놀라웠어요. 국민참여재판 같은 부분은 저도 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이 영화는 로스쿨생들이나 법학도들이 텍스트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여요. 공부할 논점이 정말 많잖아요? 국민참여재판뿐만 아니라 국가배상소송, 정당방위, 재정신청제도...

재정신청제도는 상당히 깨알같이 나왔는데, 일반인들은 캐치하지 못했을 것도 같아요. 검사가 왜 무죄 구형을 하는지 의아했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사법사상 처음으로 검사가 무죄 구형을 한 사건으로는 임은정 검사의 경우가 유명했잖아요? 긴급조치위반 혐의 재심사건에서 무죄가 나올 것은 확실한데, 검찰 입장에서 무죄를 구형할 수는 없고 그래서 상부에서는 ‘백지 구형’이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임은정 검사가 이를 거부한 채 무죄를 구형했죠.

소림
문득 드는 생각인데, 법조인들은 이 영화가 그 많은 사항들을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 알아볼 수 있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비슷비슷한 법정장면이 여러 번 나와도 그게 어떤 상황인지 잘 전달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정향
저는 유해진씨한테만 계속 눈이 가더라고요. 판결을 기다리는 중에 윤계상씨가 담담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옆에서 별 반응 없이 묵묵히 들어주고만 있는데도 연기를 너무 잘 하는 거야. 화면이 아주 꽉 차잖아요.

병화
나는 참여재판 담당 검사로 나온 그 여검사가 진짜 인상적이더라. 아주 조곤조곤하고 상냥하게 “배심원 여러분 식사, 하셨습니까.”라고 하는데, 우리가 법정 영화에서 그런 검사 캐릭터를 본 적이 없잖아요. 세련되고, 상냥하고, 차분하고... 배심 재판에서는 그러한 진행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권해효가 맡았던 그런 성향의 판사 역을, 앞으로 나오는 법정 영화에선 여성이 맡는 경우도 곧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요. 사실 현실적이거든요. 벌써 신규 임용되는 판검사의 반 정도가 여성인 시대가 됐고, 한 10년만 지나도 합의부 판사들이 모두 여성인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소림
저도 소수의견하면 이 배우가 떠올라요. 이 영화가 개봉할 때만 해도 법정영화에 나오는 법조인 캐릭터들이 다양하지 못하던 때라, 처음 보는 흥미로운 캐릭터였죠. 실제로 이 역할을 한 배우가 ‘소수의견 여검사’ 역할 이후에 인지도가 급상승해서 드라마, 영화 출연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정향
저는 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 장면도 참 좋았어요. 원로 법조인인 징계위원장이 딱 중심을 잡아주는 모습.

병화
저도 징계위원장의 말이 기가 막히더군요. 윤 변호사의 징계를 신청하고 징계위원회에도 참석한 검사장에게, ‘검사장은 징계신청인이지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여기는 법정이 아니고 검사장은 기소를 한 것이 아니라 징계심의를 신청한 것이다. 따라서 징계위원장은 징계혐의자에게만 공정하면 되는 것이다.’ 라는 말. 그냥 듣고 수긍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런 논리를 정립해서 표현해 내는 것이 쉽지가 않잖아요.

소림
저는 한편 이 영화에 ‘절대선’ 혹은 ‘절대 정의’로 대변되는 캐릭터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봐요. 배경 없고 경력 후진 윤진원도 중간에 ‘큰 손’의 변호를 맡고 거액을 벌죠, 철거민 박재호도 대형 로펌에 기대어 합의를 고민해요. 기자 수경도 특종을 위해서 중간에 판을 엉망으로 만들고, 선배 변호사 대석도 경위에게 증언을 부탁하며 돈을 부치죠. 이런 부분들이 다 인간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더 현실적이고요.

병화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배심원 전원이 무죄 의견을 냈음에도 실형을 선고한 판사 권해효에 대한 부분인데요. 일반 관객들에게는 ‘역시 판사도 마찬가지군. 정부 편인가?’라는 인상을 줄 것 같아요. 우리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판사가 배심원의 의견을 참고만 할 뿐 기속되지 않거든요. 정당방위 혹은 과잉방위 인정이 어려운 우리 법제에서, 또 박재호의 회상대로라면 실형 선고가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걸 법전문가들은 알 텐데,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나쁜 캐릭터’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을 거예요.

정향
예. 저도 그게 아쉬웠어요. 아, 그리고 박재호가 그렇게 실형을 선고받고 포승줄에 묶이지도 않은 채로 정문으로 나가서 기자들 인터뷰에 답변하는 장면이 실제로도 가능한가요?

소림
하하. 감독님. 영화니까~ 재밌어야 하니까!(웃음)
그런데 저는 정작 박재호가 정문을 나와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장면에서 법적인 요소는 안 보이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네요.

정향
저는 박재호의 부성애가 부족해 보였어요. 아들이 경찰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지자마자 아버지 박재호가 쓰러진 아들에게 달려가는 게 아니라, 흉기를 챙겨서 가해 경찰을 쫓아가 죽이고 난 뒤 아들에게 가잖아요. 아버지라면 쓰러진 아들에게 먼저 달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못 울었어요...

그리고 검사 김의성씨가, 판사의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없다며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방청석을 지나서 퇴정하는 것도 있을 수 있나요? 재판장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병화
극적인 연출인 건 맞지만, 검사 김의성이 ‘판사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없다’고 말한 부분은 법적으로 맞는 말이에요. 그 장면은 배심원들이 검사에게 질문을 하려는데 직접 하지는 못 하고 판사를 통해서 하는 경우잖아요? 법조문에는 배심원들이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판사를 통하여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검사’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요. 규정이 없으니까 영화에서는 판사가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생각하여 물어보겠다면서 김의성에게 질문을 했죠. 이것도 시나리오 쓴 사람이 법조문을 꿰고 있다는 티가 확 나는 장면이에요.

정향
저는 <소수의견> 책을 먼저 접했었는데, 손아람 작가가 30세 때 쓴 거라서 법을 전공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미학과 출신이라 놀랐어요.

병화
그러게요. 그럼 이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우리 다음 달에는 선거도 있고 하니 그 방향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영화로 하죠!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