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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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04.12.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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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법학계에 있어서 2004년은 사법개혁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대법관 제청파문이 있었던 작년 8월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공동 추진키로 한 합의에 따라 두달뒤 출범한 사법개혁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이어진 1년 2개월간의 대장정속에서 한국의 사법시스템을 혁신하는 결과물들을 속속 내놓았다.

사개위가 의결한 개혁안들은 건의 형식으로 최종영 대법원장에게 전달되고 최대법원장은 이를 다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출, 최종안을 확정짓게 된다. 사개위 활동은 올 12월말로 종료되지만 내년에 사개위가 그려놓은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한 범국가적 실무추진기구가 대통령 산하에 설치돼 사법개혁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내년에 후속기구가 출범하게 되면 사개위에서 합의된 개혁안들에 살을 붙이고, 그 개혁안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과 함께 사개위가 장기 연구과제로 남겨놓은 안건들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말로 활동이 종료되는 사개위의 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특히 사개위가 내놓은 일부 안건은 높이 평가할 만한 결과물이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사개위가 오랜 산고끝에 내놓은 최대 결과물은 무엇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결정이다. 95년 1월 대법원이 범행정부적으로 조직된 세계화추진위원회와 합동으로 '법조학제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된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안 논의가 사실상 10년만에 종착역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사개위의 두번째 주요 성과물은 국민의 사법참여제 도입 결정이다. 일반 국민을 재판과정에 참여시켜 재판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사법참여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사개위 논의과정에서 진작 형성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이에따라 사개위는 모의재판 등의 과정을 거쳐 일종의 '배심·참심 혼합형'을 선택하게 됐다. 이와함께 사개위는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검사 등의 법관 임용을 해마다 늘려 2012년까지 신규 임용법관의 50%를 이들 중에서 선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조일원화' 방안도 눈에 띄는 성과다. 또 전국 5개 고등법원에 경력이 많은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상고부를 두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건의 3심을 처리토록 하는 '고법 상고부 설치'안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한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법원 주도로 운영되는 바람에 사법서비스 공급자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요자 입장의 구체적 결실을 이끌어내기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없이 활동시한에 임박해 졸속으로 결정되었을 뿐 아니라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실현가능성이 낮아졌고, 법조일원화와 법관임용방식 개선에서는 '법조'의 개념을 변호사자격 소지자로 한정해 법률전문가로서 법학교수의 역할을 배제한 점이다. 또 로스쿨 도입에는 합의됐으나 총 입학정원의 인위적 통제 및 로스쿨에 대한 법조의 거듭되는 통제장치 설치 등으로 '자율과 경쟁'이 아닌 '통제와 관리'가 유지돼 이로 인한 로스쿨 제도의 심각한 왜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개위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사법개혁 과제들은 한마디로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거나 혹은 국민 위에 군림하여 왔던 사법·법조제도를 국민의 곁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사개위 이후 추진될 후속기구의 역할은 사법·법조제도를 국민친화적 내지는 진정한 법률서비스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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