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담긴 대법원의 구성방식과 자기조직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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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담긴 대법원의 구성방식과 자기조직의 위험
  • 송기춘
  • 승인 2018.05.25 10:4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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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년 6월 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 대통령의 구상은 이행되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 3월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개헌안”)을 국회에서 표결은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야3당이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를 철회해달라고까지 요청하였다. 대통령이 이전에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국회가 개헌안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지 않고서는 위헌상태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국회가 국민투표 실시의 전제가 되는 국민투표법마저 개정하지 않고 있어서 개헌안과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함께 의결되지 않고서는 국민투표의 실시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반드시 함께 실시될 이유도 없고,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사항이 많은 것도 아니니 개헌안에 대해 국회가 의결하지 않고 있는 것을 통탄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국회 의석분포에서 자유한국당의 당론이 변경되지 않고서는 개헌은 불가능해 보이니 어쩌면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앞으로의 논의를 위해 좋은 자료 역할을 했으면 한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고 권력분산을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제도변화를 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통령개헌안 마련을 위한 특별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개헌안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현행헌법이나 과거의 헌법에 비하여 진일보하였다는 평가를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개헌안의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헌안 가운데 가장 걸리는 것은 대법원 구성 부분이다. 개헌안 제104조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제1항)고 규정한다. 대법관은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제2항), 대법관추천위원회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법률로 정하는 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3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제3항).

이것은 현행 헌법이 대법관 전원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현행헌법 제104조 제2항)고 한 데 비하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하고 추천위원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위원 지명권만 가지니, 제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일정 부분 축소하였다는 평가를 할 법도 하다. 우리나라 대법원장의 대법관임명제청권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그렇게 호의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우선 제도 구성의 이론적 근거가 매우 약하다. 헌법 제2조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법권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사법권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도 않고 그만큼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질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국민으로부터 유래하는 정당화의 계기’가 확보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법원 구성에서 민주적 정당성이라 할 수 있으며 대체로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에 의해 어느 정도 확보된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후보자 결정에서 법원은 3분의 2의 결정권(대법원장과 법관회의의 위원구성권)을 가진다. 지금의 제도와 조금 달라졌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

더구나 국회의 동의를 받게 되는 후보자의 결정과정에서, 임명권을 가지는 대통령은 추천위원회 구성에 관여하는 반면 동의권을 가지는 국회는 아무런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이론적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게다가 대법원장이 합의부인 대법원의 동료 구성원을 임명하는 절차에 추천위원회 위원의 3분의 1인 3명의 위원을 지명한다. 현재의 제도도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법원의 서열화와 관료화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비록 이보다 완화된 형태라고는 해도 대등한 당사자로 구성되는 합의기관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대법원장이 대법관의 임명절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합의기관인 대법원의 구성방법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법원의 관료화와 서열화의 문제를 어떻게 풀려는가?

대법관후보자의 추천과정에 법관회의가 관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 때문에 법관회의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는 활동을 하고 있어서 법관회의에 의한 절차적 관여가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보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환상이다. 우선 행정조직이 아니라 다수의 독립된 법원을 예상하고 있는 사법부가 법관회의를 통해서 거대한 하나의 헌법적 수준의 행정조직으로 등장하게 된다. 더구나 대법원장과 대법관 아닌 법관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구성원인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 임명되게 되는데, 이는 임명된 법관이 임명에 관여하는 대법관의 임명에 관여하는 꼴이 된다. 즉, 만들어진 조직이 자기를 만드는 조직의 구성에 관여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현재 블랙리스트 조사에 적극적이어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법관회의인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당장 법관 가운데서 대법관이 될 이들이 있고 법관 가운데서 임명되는 대법관의 몫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법관회의가 이해관계에 초연하여 활동할지는 의문이다. 아마 추천위원 선출과정에서 복잡한 득표활동이 벌어질 법하다. 이러한 기관구성은 대통령과 국회의 관여에 의하여 국민으로부터의 민주적 정당성이 충당되기는 하나 조직구성의 대부분의 힘은 이미 조직된 법원 스스로의 내부 순환적 메커니즘에 의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 스스로 조직하는 것이니 말하자면 셀프(self) 조직방식이라 할 수 있다. 국민주권주의를 심각하게 위배할 소지가 있는 국가기관구성 방법이다. 스스로 내부순환적으로 구성되는 조직이 보수적이 되지 않고 어찌하겠는가, 국민을 바라보겠는가?

이러한 제도는 당초 대통령 개헌안 마련을 위한 자문기구(국정기획위원회 소속 개헌특위)에서 대법원 구성방법으로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방안이다. 앞으로의 개헌 논의를 위해 여기에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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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23:47:34
여기 또 방구석 아기리파이터들이 대법관이랑 대법원장을 논하고 있네ㅋㅋㅋㅋ
열심히 해보쇼.

ㅋㅋ 2018-05-26 10:39:24
민주적정당성이란건 국회구성이나 정권바꿀때나 필요한거지ㅋㅋ 아무대나 다 들이대면 되남?ㅋㅋ 그런식이면 행시도 시험대신 투표로 뽑고 행정부처의 장관도 투표해서 뽑아야징. 내 생각엔 대법원장은 승진시험에서 1등한사람뽑는데 어떨까싶네ㅋㅋ대법관은 진짜 통찰력이 있고 지적능력이 뛰어나야하잖아? 어느정도의 통찰력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아무사람이나 법관때부터 선거캠프에서 기웃댔다고 대통령이 꽂아주는것도 웃기지. 솔직히 그게 더 웃긴다.

김병진 2018-05-25 15:18:59
헌법의 해석이 여론에 따라 휘말리면 다수결에 의한 다수의 횡포를 방지하기위한 헌법의 기본권 수호 의지가 약해지지 않을까요. 대통령은 단지 과반수의 득표만을 얻었을 뿐이잖아요 제 생각에는 별도의 헌법 기관으로 헌법이 재정될 때의 권위를 부여하는 권력기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헌법 재정 당시는 대다수의 동의가 있을거 아니에요. 복잡한 건 더 따져야 겠지만 지금의 대법관 임명제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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